[비즈人워치]쏘카 CTO '차 소유 넘어 소비로…기술이 핵심역할'
슈퍼앱 "KTX 등 타 이동수단 연결 높일 것"
차량 공유 기업 쏘카의 차를 타기 전엔 차량의 앞면과 뒷면, 측면의 사진을 여러 장 찍어야 한다. 차 안엔 관제 장치 등 여러 단말기가 설치돼있다. 이용자 입장에선 다소 익숙한 모습이지만, 류석문 쏘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쏘카의 가장 큰 기술적 강점으로 꼽았다.
쏘카는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목적지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필요한 결제와 예약을 한번에 해결하는 '슈퍼앱'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가령 서울에서 대전으로 갈 때, 전기자전거로 쏘카가 위치한 곳까지 이동한 뒤 KTX를 타는 경로를 소개하고 한번에 예약하는 식이다. 쏘카의 기술 전반을 책임지는 류 CTO를 만나 기술적 강점과 지향점을 물었다.
"이동, 가장 필수적인 문제"
류 CTO는 NHN과 라이엇게임즈 등 다양한 기업을 거치면서 20년 넘게 개발자로 일해왔다. "매니지먼트도 중요하지만, 개발자는 기본적으로 실무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쏘카 합류 직전까지 개발조직을 관리하면서 직접 개발을 병행해온 베테랑이다.
쏘카로 합류한 이유를 묻자 그는 "어떻게 이동 문제를 풀어낼 것인지 고민하는 게 가장 인상깊었다"고 답했다. "장기적인 미래 관점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걸 해결해줄 수 있는 게 가치있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실 입사 전에 쏘카가 기존 렌터카 회사와 달리 기술적인 특징이 있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며 "하지만 단순히 사람들에게 이동 수단을 넓혀주는 것에 더해, 이용자의 경제적인 상황과 사회 문제 등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편리한 이동을 고민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류 CTO는 고령화를 예로 들었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의 30% 정도가 65세 이상이 된다고 하는데, 면허가 있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지 않겠냐"며 점점 다양해지는 이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강점은 '직접 모은 데이터'
쏘카만의 기술적 강점으로 류 CTO는 데이터를 꼽았다. 차량에 10여개 전용 단말을 설치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류 CTO는 "우리나라에선 직접 보유한 자동차로만 차량 공유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며 "반면 해외에선 공유 서비스 기업이 차량 소유주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차량의 위치나 평균 속도 같은 굉장히 제한된 데이터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쏘카는 2만대가 넘는 차를 소유해 차량의 위치뿐만 아니라 차량의 상태, 구간별 속도 등 상당히 정밀한 정보를 얻어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차량 배치를 들었다. "만약 차 1000대를 서울에 배치한다면 일반적으로 동마다 골고루 차를 배치할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며 "대학생이 많은 지역은 평소에 대중교통을 활용하다가 가끔 여행 갈 때 경제적인 이유로 소형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작은 차를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타이어나 부품 역시 운전자의 주행 습관에 따라 노후나 마모도가 상당히 달라져, 일정 주행 거리마다 바꿔주기보다는 실측 데이터로 적절한 시점에 바꿔줘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며 "세차 역시 지역마다 날씨가 달라 주기적으로 하기보단, 이용자가 찍은 사진을 AI로 판별하고 관리해야 이용자들이 지저분하지 않은 차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내 나올 '수퍼앱'은 이런것
쏘카는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차량 공유와 관리뿐만 아니라, 다른 이동수단과 연결하는 '슈퍼앱'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류 CTO는 "쏘카의 비전은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동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먼 거리를 갈 땐 차뿐만 아니라 KTX와 비행기를 타고, 그 사이엔 전기자전거 '일레클'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슈퍼앱은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자가 출발부터 도착할 때까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서비스"라며 "여행이나 출장을 가는 이들에겐 숙박을 연계해주고, 궁극적으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 같은 편리한 이동을 돕는 허브를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용자의 편의를 보다 깊게 반영하는 데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이용자에게 알아서 사용하라고 한다면, 그건 사용하는 입장에서도 편리하지 않고 기술적인 난이도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빨리 가길 원하거나, 경제적인 부담을 낮추는 등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여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할 것인지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며 "이런 서비스가 기술적인 난이도도 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車, 소유 개념에서 소비 개념으로
현재 기술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분야가 뭔지 묻자 그는 "차가 깨끗하고 지저분하다는 기준은 모호하고 정답이 없는 문제인데, AI로 이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며 "표준화 모델을 효과적으로 만드는데 드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우리의 성공과 실패를 가리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류 CTO는 이런 기술을 통해 '소유의 대체'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인 지향점은 결국 소유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차량이 1000만대를 넘는데, 이를 대체하려면 충분한 확장성과 서비스 아키텍처(구조)로 이용자가 원하는 것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류 CTO에게 '좋은 개발자'란 뭔지 묻자 '깔끔한 코드 작성과 논리력, 협업'이란 답이 돌아왔다. 그는 "개발자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유지보수가 쉽고 비용이 낮은 깔끔한 코드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습관으로 들여야 하는 능력이다보니 채용할 때 깔끔한 코드를 쓰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엔지니어는 절대적인 진리를 찾는 게 아니라, 여러 제약조건에서 가장 타당한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라며 "100만원으로 서비스를 만들 때도 있고, 반대로 1억원짜리 서비스를 만들 때도 있어 상황에 맞춰 생각하는 논리력이 필요하다. 오버엔지니어링을 하면 자원 낭비 측면에서 좋은 엔지니어라고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람들과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공유와 협업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자신이 배운 걸 공유해 동료들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해 공유와 협업을 중시하는 분들을 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주동일 (vap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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