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폴란드 신규원전 1단계 사업 수주 실패 왜?

한수원 대신 美업체 웨스팅하우스 선정
우크라 사태 맞물려 안보 논리 작용
정부 "고배 아냐…폴란드와 긴밀 협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경남 창원 두산에너빌리티를 방문해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와 증기발생기용 주단소재 보관장에서 한국형원전 APR1400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폴란드 정부가 추진 중인 첫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관련 1단계 사업자에 미국의 원전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사업 수주를 놓고 이 업체 등과 경쟁을 벌여 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일단 고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한수원이 2단계 사업을 수주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는 만큼 ‘완전한 실패’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폴란드 신규원전 건설 1단계 사업 수주에 도전장을 던진 ▷한수원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가운데 웨스팅하우스가 지난 28일(현지시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이 사업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폴란드의 첫 원전 건설 사업이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지난 28일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을 한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부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 내려졌다. 양국 간 전쟁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폴란드 정부가 ‘안보’ 논리를 적용해 미국 업체의 손을 들어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웨스팅하우스는 경쟁자인 한수원을 견제하고자 자국에서 지식재산권 소송도 제기한 상황이다. 이 업체는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전력(한전)과 한수원의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 제한을 해달라는 취지의 소장을 제출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제한에 이어 원전 수출이 또다른 통상 현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산업부는 ‘한수원이 고배를 마셨다’는 해석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그간 한국과 폴란드는 원전 사업과 관련해 긴밀하게 협의해 왔고, 한수원도 폴란드 공기업 및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원전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