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어떤 날이길래.... 이태원 중심으로 젊은 세대 문화로 정착
150여 명에 이르는 압사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수만 명의 인파를 모이게 한 '핼러윈'은 서양의 기독교 전통과 이교 풍습이 혼합된 축제로 10월 31일이 핼러윈 데이다. 이날 되살아난 죽은 영혼에게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마녀, 괴물 등의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에서 시작한 문화이지만 미국에서 더 의미가 큰 기념일이다.
핼러윈은 미국 어린이들이 1년 내내 손꼽아 기다리는 날 중 하나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다니며 '장난 아니면 간식(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는 전통은 미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고대 켈트족 풍습에서 유래
역사학자들은 고대 켈트족이 새해(11월 1일)에 치르는 사윈(Samhain) 축제에서 핼러윈이 유래했다고 본다. 켈트족은 이날 사후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악마나 망령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에 사람들은 사자의 혼을 달래기 위해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내놓은 한편 망령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8세기 유럽에서 교회가 11월 1일을 '모든 성인 대축일(All Saint's Day)'로 지정하자 전날인 10월 31일에 사윈 축제를 이어갔고 '신성한(hallow)' '전날 밤(eve)'이라는 의미로 핼러윈으로 불리게 됐다. 모든 성인 대축일은 'All Hallow's Day'로 불리기도 했다. 중세 유럽에서 켈트족의 문화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로 발전한 축제는 아일랜드 등 유럽의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함에 따라 종교적 색채는 지워진 채 여러 문화가 뒤섞이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핼러윈에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도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 미라 등 기괴한 의상과 분장을 한 채 파티를 즐긴다. 호박에 구멍을 파고 등불을 넣은 '잭오랜턴'과 해골 인형 등을 집 앞에 장식하는 것도 오랜 전통이다.
이 기간에는 사탕과 초콜릿, 호박 장식, 독특한 의상 등이 대량 소비되기도 한다. 미국 전국소비연맹(NRF)에 따르면 올해 미국인이 사탕, 장식, 의상 등 핼러윈 용품에 106억 달러(약 15조 원)를 써 기존 최대 기록인 지난해의 101억 달러를 경신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태원, 국내 핼러윈 문화 중심지
핼러윈은 미국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커지면서 전 세계로 전파됐다. 국내에서 대중화한 것은 2010년대 중반부터다. 서울 이태원이나 홍대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번화가의 클럽이나 카페를 중심으로 핼러윈 파티가 열리면서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다.
핼러윈 기념 행사를 하는 유치원이 늘며 젊은 층 사이에는 핼러윈이 일반적인 축제일로 자리 잡았다. 롯데월드와 에버랜드 등 대형 놀이시설들은 다양한 핼러윈 관련 행사를 열고, 호텔 등 숙박업계도 핼러윈 마케팅을 펼치는 등 유통가에선 핼러윈 마케팅이 일상적인 일이 됐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핼러윈 관련 콘텐츠를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국내의 핼러윈 문화는 일부 청년층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서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소셜미디어의 일반화와 함께 다양한 의상과 분장을 즐기고 자랑하는 것뿐 아니라 경쟁적이라고 할 만큼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기도 한다. 서울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태원이 대표적인 핼러윈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2020년 드라마와 웹툰으로 큰 인기를 모은 '이태원 클래스'에서 이태원의 핼러윈 축제는 젊은 세대의 자유를 상징하는 문화로 묘사됐다.
상업주의와 소셜미디어가 결합되며 다분히 퇴폐적이고 자극적으로 변한 한국식 핼러윈 문화는 코로나19로 3년 가까이 이어져 온 팬데믹으로 억눌려 있던 젊은 층에게 일종의 해방구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가 강했던 지난해에도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하루 약 8만 명 이상 인파가 몰렸을 정도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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