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 "미국 전면규제에 중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 파괴될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최신 수출 통제 조치가 사실상 '전면적 규제'로 역대 가장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중국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경제리서치기업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최근 정책으로 많은 주요 중국 반도체 회사들이 파괴되고 피해를 입거나 제한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는 "심지어 반도체 산업에 지엽적으로 관여하는 회사를 포함해 미국이 건드리지 않은 중국 기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마침내 14nm((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개시한 중국 '반도체 굴기'의 핵심 회사인 SMIC(중신궈지)의 경우 14나노 공정 생산장비가 서비스를 중단하면 기술 수준이 2011년으로 후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규제에 막혀 14나노 공정이 중단될 경우, SMIC는 대만이 2011년 양산을 시작한 28나노 공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베이징 싱크탱크 안바운드는 보고서에서 "위기의식은 중국 반도체 전반에 공유돼 있다"며 "미국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한 조직적 포위와 제재는 촘촘하고 단단히 조이는 규제망이 될 것이다. 상황이 정말 암울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상하이 반도체 시장 조사 기관인 IC와이즈의 애널리스트 구원쥔은 보고서에서 "지금이 아마도 중국 반도체 산업에 가장 어렵고 추운 시기일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개발을 중단시키고자 전면적인 제재를 가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쟁이 선포됐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를 옛 소련이 1960년대 마오쩌둥의 원자폭탄 개발에 대한 기술 지원을 철회한 것에 비교했다.
당시 소련과 중국 간 심각한 정치적 분열 후 소련은 중국에서 자국 핵 과학자들을 갑자기 철수시켰다.
다만 이는 마오쩌둥에게 일시적인 차질을 안겼을 뿐, 중국은 1964년에 첫 원자폭탄을 터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구원쥔은 썼다. 미국 제재에 따른 최종 결과는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지난 7일 미국 기업이 ▲ 18나노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 14나노 이하 로직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에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중국 반도체 업체를 지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BIS는 또한 베이팡화창의 자회사 '베이징 나우라 자전기 테크놀로지'와 국영 반도체 회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 31개사를 수출 통제 우려 대상을 의미하는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에 올렸다.
SCMP는 "화웨이나 SMIC 등 특정 기업을 겨냥하거나 엔비디아 같은 미국 회사들로부터 특정 반도체 수출을 제한한 과거 제재와 달리 이번 최신 통제 정책은 손을 대지 않은 분야가 없어 보인다"며 미국이 '전방위 포위'를 개시함에 따라 중국의 반도체 야심이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제재 후 회사가 겪은 어려움을 목격한 화웨이의 한 전 고위급 엔지니어는 SCMP에 "미국의 제재는 많은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에 치명적일 수 있다"며 미국의 규정은 인공지능(AI)·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등에 관여하는 어떠한 중국 반도체 설계 회사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중국에는 2천810개의 반도체 설계 회사가 있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2020년에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했다. 이전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인했던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로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이번 최신 규제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앞두고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6일 당 대회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이나 미국의 해당 조치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공급망과 기술 자립을 포함한 안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SCMP는 이번 규제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미국인'들의 대응이라고 봤다.
미국에서 공부한 후 미국 시민권 또는 영주권을 획득한 많은 이들이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핵심 임원직을 맡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이들 중에서 미국에 '면책'을 요구하거나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이가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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