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수소차 딜레마

김영준 2022. 10.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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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용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자동차공학회장)

수소차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기술개발 투자를 더 늘릴 수도,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미래 친환경차로 전기차와 함께 주목을 받아 왔지만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고작 1만7000대 판매에 그쳐 전기차 판매량 총 640만대에 비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세계 수소차 충전소는 700여곳으로, 좀처럼 늘지 않는다.

자동차는 대량생산을 통해 부품을 공유하고 생산가격을 낮추는데, 수소차는 아무리 기술 수준을 높여도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예상보다 급속히 시장이 확대돼 핵심 원자재 부족으로 광물 전쟁을 벌이는 전기차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지금까지 친환경차로 전기차가 소형차 부문에서 유리하고 대형차 부문에서는 배터리 탑재와 주행거리 문제로 수소차가 우위에 있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대형 전기 트럭과 수소 내연기관을 탑재한 수소 엔진 트럭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대형차 시장에서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오랫동안 수소차 개발에 투자해온 자동차 제작사 중에는 승용 부문 개발을 포기하거나 신차 개발을 늦추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최근 현대차도 제네시스 수소차 출시를 연기했으며, 3세대 수소연료전지 양산 시점을 4년 늦춘다고 발표했다.

초기에 수소차 기술을 이끌던 메르세데스 벤츠는 수소 SUV인 GLC-F 모델 생산을 2020년 중단했고, 폭스바겐 그룹도 2020년 수소 승용차 개발 포기를 발표했다. 일본 혼다는 수소차 클래리티를 지난해 단종했다.

현재 세계에서 판매되는 승용 수소차는 현대차 넥쏘와 토요타 미라이만 남았다. 현대차와 도요타는 지난 30년 동안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위해 많은 예산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원가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백금촉매 양도 수백분의 1로 줄였고, 단위 체적당 출력도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기술혁신을 이뤄왔다.

수소차는 전기차와 자주 비교된다. 전기차는 배터리에 전기 에너지를 반복 충전해 모터로 구동되는데, 수소차는 탱크에 수소를 싣고 다니면서 연료전지를 통해 연속적으로 전기를 얻어 모터를 구동해 움직인다. 따라서 수소차도 전기차의 일종이다.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지만 지구에서는 물 같은 안정된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수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으로 화합물 분해를 통해 얻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으로 수소를 얻는 방법은 물을 전기분해하는 것인데, 이때 투입된 전기량에 대한 수소추출 효율은 약 75%다.

생산된 수소는 고압으로 압축돼 수송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약 10% 에너지가 더 손실돼 수소 충전소에 보관된다. 수소차 연료전지는 전기를 만드는 데 약 60% 효율을 갖는다. 결론적으로 전기차에 비하면 수소차는 약 40% 정도만 에너지를 활용하는 셈이다.

따라서 수소차는 소형차 부문에서는 전기차에 경쟁이 되지 못하고, 대형차 부문에서 유리하다고 여겨져 왔다. 전기차는 큰 출력을 얻기 위해 배터리 탑재량이 많아 차량 무게가 늘고 화물 탑재공간이 감소해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도 배터리 기술과 충전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대형차 시장으로 확대 진출하고 있다. 다임러 트럭은 1회 충전으로 500㎞ 주행할 수 있고, 30분 내 배터리를 80%까지 충전 가능한 대형 전기 트럭을 지난달 열린 '하노버 상용차전시회'에서 공개했다. 만 트럭도 1회 충전 시 600㎞ 이상 주행하고 45분 내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대형 전기 트럭 'e트럭'을 공개했다. 테슬라도 전기차 대형트럭 '세미' 개발을 마치고 출시를 준비 중인데 완전 충전 시 800㎞를 달릴 수 있다.

또 건설기계나 중대형 상용차와 같은 가혹한 조건에는 수소엔진이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다. 수소엔진은 수소연료 전지에 비해 효율이 떨어져 외면받아 왔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효율을 45%까지 끌어올리면서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엔진 메이커인 커민스와 대형상용차 제작사인 다프에서 수소엔진을 개발하고, 이를 탑재한 트럭을 시험 운행 중이다.

수소는 인류가 꼭 활용해야 할 에너지다.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세계 각국은 탄소 중립 목표를 설정하고 수소 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럽은 수소생산 및 활용에 대한 수소 생태계의 큰 로드맵에 따라 2030년부터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한다.

수소차를 두고 자동차 제작사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세상의 모든 차가 전기차로만 보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꾸준한 기술개발로 연료전지 성능과 가격을 낮춰왔듯이 수소차에 대한 참을성 있는 기다림이 필요한 때다.

강건용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 kykang@kim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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