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자리 창출력, 내년에는 4분의1 수준으로 ‘급락’ 전망

김상범 기자 2022. 10. 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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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서울 광진구청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두 청년이 면접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산업의 일자리 창출력을 보여주는 ‘고용탄성치’가 내년에는 올해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노동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연구기관인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는 30일 낸 ‘최근 노동시장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서 올해 고용탄성치를 1.04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2.6%) 및 취업자 증가율(2.7%)을 토대로 계산한 값이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조사가 처음 시작된 1963년 이후 가장 높은 숫자다.

고용탄성치는 경제가 1% 성장했을 때 고용이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나타낸 지표로, 산업 성장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양을 의미한다.

올해 고용탄성치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노동시장의 회복 속도가 가팔라지면서다. 올해 1월과 2월 신규 취업자수는 2000년 5월의 103만4000만명 이후 처음으로 백만명대를 넘어섰다. 상당 기간 부진했던 제조업 고용이 올해 들어 빠르게 호전됐으며 코로나19 이후 침체됐던 서비스업 고용도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을 지원하는 직접일자리 사업이 늘어난 것도 취업률 회복에 기여했다.

고용탄성치 추이.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반면 보고서는 내년도 고용탄성치는 0.24로 올해의 4분의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내년 경제성장률과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1%·0.5%)를 토대로 구한 값이다. 국내 고용탄성치의 장기평균값은 약 0.34인데, 이를 훨씬 밑도는 수치다. 경기 둔화로 기업들의 노동력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정부의 직접일자리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자리는 새로 생겨난 ‘젊은 기업’에서 많이 만들어지는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급증하면서 창업 활동도 위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김천구 SGI 연구위원은 “올해는 청년·고령층 취업 증가, 디지털전환 관련 일자리 확대, 외국인 근로자 입국 감소 등 영향으로 성장을 웃도는 고용회복세가 나타났다”며 “내년에는 수익성 악화,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이 채용 규모 축소와 인력구조를 조정해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내년 노동시장 위축에 적극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국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점 해결과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늘고 있는 분야에 대한 일자리 창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최근 부쩍 성장한 노동시장에도 일부 부정적 측면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미스매치(수요·공급의 불일치)’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소프트웨어 설계와 코딩 등의 스킬을 많이 요구하는데, 이는 기존의 대다수 취업자들이 보유한 능력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현행 교육제도로 길러지는 인재와 기존 취업자의 재교육 시스템으로는 산업의 일자리 수급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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