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다 일본 온 지 50년…중·일 ‘판다외교’의 현재

박은하 기자 2022. 10. 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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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 국교정상화·판다 선물 50주년
도쿄 동물원 28일부터 판다 이벤트
‘불안한 중국의 시대’ 판다의 의미
2022년 10월 17일 기준 생후 481령을 맞은 우에노동물원의 쌍둥이 판다 레이레이(왼쪽)와 샤오샤오 /공익재단법인 도쿄동물원협회

1972년 10월 28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의 우에노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 쌍이 도착했다. 수컷 ‘캉캉’과 암컷 ‘란란’. 한 달 전인 9월 29일 중국이 일본과 국교를 정상화하면서 선물한 판다였다. 일본에서 ‘판다 붐’이 시작된 순간이다.

우에노동물원에서는 지난해 6월 쌍둥이 판다 샤오샤오와 레이레이가 태어났다. 코로나19 방역 해제와 이들의 공개 시점이 맞물리면서 ‘판다붐’이 다시 불고 있다. 우에노동물원은 28일부터 ‘판다 방일 50주년’을 맞아 특별 이벤트를 벌이면서 판다붐에 가세하고 있다. 판다를 통해 중·일관계를 돌아보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중·일 우호의 상징
우에노동물원이 제작한 판다 방일 50주년 기념 스티커

NHK,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우에노동물원은 캉캉과 란란의 이동에 사용된 전용 우리 전시와 동물원에서 태어난 역대 판다들의 사진전 등을 시작했다. 동물원 인근 거리에도 26~30일 축제가 열렸다. 하늘에 대형 판다풍선을 띄웠으며 곳곳에서 사진전, 기념품 판매, 판다 그리기 대회, 관람객들의 기념 토크쇼도 등이 진행됐다.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에서 온 스가누마 후미에(66)는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캉캉과 란란을 관람했다”며 “2~3시간 줄을 서 기다린 끝에 보는 것은 일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3살 무렵 어머니, 형과 함께 판다를 보러 왔다는 가나야마 고요(49)는 “어머니는 이후에도 TV에서 판다를 보면 ‘그때는 정말 (판다를 보는 것이) 큰일이었다’고 어딘가 즐거운 듯이 말했다”고 전했다. 판다를 처음 본 어린이들도 “푹신푹신해 보인다” “귀엽다”는 반응을 보였다.

캉캉과 린린이 온 1972년 한 해 동물원 관람객 수는 500만명이 넘었다. 1974년 764만7440명은 지금도 깨지지 않는 기록이다. 판다는 귀여운 생김새로 인기가 많았다. 경제호황과 고속철도인 신칸센 전국 확장 등이 맞물리며 전국에서 판다를 보러오는 행렬이 줄을 이었다. 과거 전쟁 상대였던 중국이 우호의 의미로 일본에 판다를 선물했다는 의미도 컸다. 일본판다보호협회장이며 전 우에노동물원장인 도이 도시미쓰는 “일·중국교정상화라는 역사적인 사건과 연관된 점이 크다고 본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중국 정부가 지속해서 판다를 보내줘 우에노동물원에는 판다가 12마리 거쳐 갔으며 현재는 5마리 있다. 고베시립왕자동물원과 와카야마현 어드벤처월드에도 판다가 있다.

중국의 판다외교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가 2020년 11월 4일 공개한 아기 판다 푸바오의 생후107일 모습/ 이상훈 선임기자

중국은 상대국에 평화와 우애의 메시지를 보낼 때 판다를 활용해 왔다. 중국 쓰촨(四川)성 일부 지역에서만 사는 판다는 근대 이전 현지에서 크게 주목받지 않았던 동물이었다. 1860년대 프랑스인 선교사에게 발견되면서 판다는 서구인의 눈에 띄었고, 1920년대에는 유럽과 미국에서 판다 사냥 붐이 일었다. 개체 수도 급격히 줄었다. 이후 중국 정부가 판다의 해외 인기를 활용한 것이 판다외교였다.

중화민국(대만) 총통이었던 장제스가 중·일전쟁이 벌어지던 1941년 미국의 지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판다 한 쌍을 보낸 것이 시작이다.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판다외교’를 계승했다. 중국은 1984년부터는 돈을 받고 판다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의 거래를 금지하는 국제 조약 때문이다. 모든 판다는 중국의 소유이며 중국 당국과의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언젠가는 반환해야 한다.

냉전 시절 판다 선물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중국과 소련 사이 등거리 외교를 한 북한이다.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총 5마리를 선물 받았다. 중국은 1970년대 개혁·개방 정책으로 새로운 외교 관계를 맺을 때도 판다를 선물했다. 일본도 그중의 하나였다. 한국에는 1994년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아 리리와 밍밍이 들어왔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반환됐다. 2016년 아이바오와 러바오가 에버랜드에 다시 들어왔고 2020년 이들 판다의 새끼인 푸바오가 탄생했다.

중국은 2015년에는 중·러수교 70주년을 맞아 러시아에도 판다 한 쌍을 보냈다. 중국은 지난주 월드컵을 앞둔 카타르에도 판다를 보냈다. 중동 국가로는 처음이다. 이 밖에 미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덴마크, 대만, 싱가포르 등에도 판다가 있다. 어느 곳이든 판다가 있으면 동물원 매출액이 큰 폭으로 뛰는 현상이 보고된다.

판다외교에 대한 비판
중·일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우표 / 일본 우정

판다외교는 중·일관계에서 각별하게 두각을 나타냈다. 판다는 상대국에 대한 감정적 온도를 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댜오위댜오(일본명 센카쿠열도) 분쟁이 있었던 2012년 이시하라 신타로 당시 도쿄도지사가 우에노동물원에서 태어난 새끼 판다 이름을 ‘센센’ 또는 ’가쿠가쿠’로 짓자고 제안해 양국 간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뻔했다. 중·일 평화우호조약 40주년인 2018년 고노 다로 당시 외무상은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판다 대여를 요청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양국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던 시기였다. 중국은 우에노동물원에서 2017년 태어난 판다 샹샹의 반환 기한을 연장하는 조치로 화답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020년 어드벤처월드에서 새끼 판다가 태어나자 ‘일본에서 태어난 판다는 중국과 일본의 우정을 증명한다’는 기사를 냈다. 비슷한 무렵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에서 새끼 판다가 태어났을 때에는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네티즌, 미국 동물원에 있는 판다 가족의 귀환 촉구’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러한 판다외교에는 동물을 강제로 서식지에서 떨어뜨려 돈벌이와 정치적 거래의 도구로 삼는다는 비판도 따라붙었다. 중국이 시진핑 1인 체제를 구축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전랑외교’에 나서면서 판다에 마냥 열광하는 것은 더욱 불편한 일이 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9월 일본 우정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판다와 벚꽃이 그려진 기념 우표를 발행한 것을 두고 “‘일·중관계는 또 판다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대만해협 군사훈련 등의 영향으로 양국관계가 판다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졌다는 의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29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조촐이 보냈다.

<중국 판다 외교사>를 출간한 정치학자 이에나가 마사키 도쿄여대교수는 “중국 정부는 일본인들의 판다 사랑을 교묘하게 이용한 면도 있었다”며 “(판다 유치를 위해) 중국 정부가 싫어하는 화제를 피하면 인권문제 등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의 해결이 멀어지게 된다. 판다를 (보호해야 할 동물로서)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렇게 (외교에 부당하게 이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함께 지켜야 할 동물’이란 시각
우에노동물원의 어미 판다 신신(맨 왼쪽)과 쌍둥이 새끼인 레이레이(가운데), 샤오샤오 2022년 9월 5일 촬영/공익재단법인 도쿄동물원협회

중·일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할 위기에도 여전히 판다를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동물보호’를 강조하는 입장이다. 후쿠다 유타카 우에노동물원장은 “50년 전 처음 일본에 온 판다는 일·중우호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멸종이 우려되는 동물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에나가 교수도 보존의 면에서 세계 곳곳에서 판다를 임대하는 것이 의미가 있고 중국 정부도 이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다로 연결된 중·일관계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어드벤처월드이다. NHK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 청두판다기지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판다기지이다. 2000년 이후 새끼 판다가 17마리 태어났다. 판다 생태에 맞춘 자연번식 노하우를 찾아냈다. 높은 연구 수준이 판다의 번식과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 인정돼 이곳의 판다는 장기 임대 형식으로 일본에 머물고 있다. 청두판다기지와 어드벤처월드는 공동 번식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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