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처럼 무너져"…이태원 압사사고 현장 '아비규환'
3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이태원세계음식거리 해밀톤호텔 옆 경사진 좁은 골목엔 환자와 시민, 소방관, 경찰 등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여기저기 쓰러진 사람을 하나씩 구조해 큰 도로로 옮긴 뒤 사활을 다해 심폐소생술(CPR)을 했다. 그 주변으로 구조대원과 경찰이 무전기 송수신을 하며 긴박하게 움직였다.
소방관과 경찰뿐 아니라 환자의 친구와 시민까지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가슴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팔다리를 주무르며 멎은 숨을 돌아오게 하려 안간힘을 쏟았다.
모포나 옷가지 등으로 이미 얼굴까지 덮인 사람들도 있었다. 이를 본 시민들은 '설마'하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일부 시민은 친구나 일행으로 보이는 환자의 손을 붙들고 울부짖었다. 얼굴이 가려져 이미 숨이 멎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떠나지 못하고 머리를 쓸어넘기고 손을 붙잡는 이도 있었다.
호주인 네이슨씨는 "밤 10시가 넘어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을 지나던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며 "바로 옆에 클럽에 사람들이 몸을 피하려 했지만, 주인이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바로 눈앞에서 사고를 목격하거나 도로에서 수십 명이 CPR을 받는 모습을 본 시민들은 충격을 받은 나머지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한 20대 여성은 "사람들이 층층이 쌓여 마치 무덤처럼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서서히 의식을 잃었고 몇몇은 이미 숨진 것처럼 보였다"며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이 여성의 친구도 "주변 사람들이 안간힘을 다해서 제일 밑에 있던 사람부터 빼냈지만, 워낙 위에 쌓인 사람이 많아서 구조가 제대로 안 된 것 같다"며 "벽을 타고 위로 올라가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20대 남성 공모씨는 "오후 8시부터 사고가 난 길에 사람이 몰려 친구와 몸을 피해 술집에 들어왔다. 오후 10시 30∼40분쯤 창가로 보니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져 쌓이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참혹한 순간을 묘사했다.
20대 직장인 오모씨도 "태어나서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사람들이 옷을 반쯤 벗은 채 길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누워 있었고 여러 명이 들러붙어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을 봤다"고 목격담을 전했다.
통행을 막으려는 경찰과 지나가려는 사람들 간에 고성이 오가다 몸싸움 직전까지 번지며 험악한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경찰은 30일 오전 1시부터 참사 현장 주변의 술집, 음식점의 영업을 종료시켰다.
구조대원들은 오전 3시가 가까운 시각까지 수색 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현장에서 뒤늦게 발견된 생존 환자 혹은 시신을 들것에 싣고 나오는 모습도 목격됐다.
사고는 전날 오후 10시15분께 골목 일대에 인파가 몰린 상황에서 다수가 넘어지면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고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인해 30일 오전 10시 기준 151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치는 등 총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도 있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사망자 151명 가운데 여성은 97명, 남성은 54명이다. 외국인 사망자 중에는 이란, 우즈벡, 중국, 노르웨이인이 포함됐다.
[최아영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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