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파운드리 MPW 셔틀 확대...'동반성장' 생태계 지원
(지디넷코리아=이나리 기자)반도체 없이 살 수 없는 시대가 왔습니다. 반도체는 이제 사회와 산업의 생명수이자 권력입니다. 모든 것을 움직이고 연결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멈추고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1960~1970년대 노동집약적인 우리 경제를 첨단·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킨 반도체가 이제 기술 패권 경쟁과 4차 산업혁명 속에 새로운 시대를 맞았습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은 어느 때보다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지디넷코리아가 창간 22주년을 맞아 '반도체가 미래다' 시리즈를 3부에 걸쳐 연재합니다. 우리 수출 산업의 첨병을 넘어 경제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현주소를 면밀히 짚어보고, 무엇을 준비하고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지 방향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1부: 세계는 반도체 전쟁
2부: 한국 반도체 신화는 계속된다
3부: 전문가에게 듣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내년에 반도체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셔틀 지원을 총 30회 제공하며 올해 보다 횟수를 대폭 늘린다. 올해 반도체 숏티지(캐파 부족)으로 MPW 할당량을 작년보다 축소했지만 이를 다시 예년 수준으로 늘리며 팹리스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의 신제품 칩 양산이 내년에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 MPW 셔틀 올해 23회→ 내년 30회로 확대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는 다품종 소량 생산을 위한 파운드리 형태로 한 장의 웨이퍼에 다른 종류의 반도체 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팹리스 업체들은 통상적으로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웨이퍼 몇 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MPW 과정을 거친 다음 고객사에 첫 공급을 하고, 주문을 받은 후 대량 양산에 들어간다. MPW 셔틀 횟수 할당이 많을수록 팹리스 업체들이 시제품을 생산할 기회가 많아지는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에 따르면 내년에 파운드리 MPW 셔틀 횟수를 총 30회 지원하며 올해보다 7회 늘린다. 구체적으로 8인치 13회, 12인치 17회가 제공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만 하더라도 내년 MPW 8인치를 12회로 계획했으나, 이달 횟수를 1회 더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소식에 팹리스 업계에서는 시제품 생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올해 MPW 셔틀을 23회(8인치 10회, 12인치 13회) 지원하며 작년(2021년) 37회(8인치 19회, 12인치 18회) 보다 횟수를 14회 줄인 바 있다. 2021년 초부터 8인치 웨이퍼 중심으로 반도체 병목현상이 심화되자 대형 고객사의 대량 주문을 우선순위로 웨이퍼를 할당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MPW 지원 축소는 삼성전자뿐 아니라 TSMC, DB하이텍 등 국내외 파운드리 업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캐파 부족이 완화되자 삼성전자는 다시 MPW 지원 횟수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지난 7월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8인치 파운드리 팹 가동률이 기존 95% 이상에서 올 하반기 90~95%대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소비자용 제품 비중이 높은 일부 공정의 경우 가동률이 90%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국내 팹리스 업계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해 MPW 지원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올 1월 중소벤처기업부가 발족한 '팹리스-파운드리 상생 협의체'는 삼성전자와 '팹리스 챌린지 대회'를 지난 7월부터 개최해 MPW를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MPW를 지원하고, 중기부가 기업당 1억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MPW는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매년 제공 횟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 과제 및 요청의 경우에는 우선으로 MPW를 지원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내년 4나노 선단공정 MPW 시작…스타트업 5나노 감면 혜택 제공
삼성전자는 내년에 처음으로 MPW 셔틀에 4나노미터(nm) 선단공정을 포함한다. 이는 4나노 공정의 수율이 안정화됐다는 의미다. 또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MPW 비용을 감면해주는 프로그램을 5나노 공정까지 확대한다. 삼성전자로부터 5나노 공정 MPW 지원받게 된 팹리스 스타트업은 ‘딥엑스’와 ‘리벨리온’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선별해 파격적인 MPW 감면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5나노 공정 MPW 문을 열어주는 것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팹리스 생태계를 성장시키겠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5나노 생산 비용은 최소 100억원 이상이 드는 값비싼 공정이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5나노, 8나노와 같은 최첨단 공정에서 생산하는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MPW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 대표는 "최근 국내에서 AI 칩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칩은 대부분 10나노 이하의 선단 공정을 사용하다 보니 삼성전자와 TSMC 팹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삼성전자의 MPW 횟수가 늘어나면서 스타트업이 시제품을 만들 기회가 늘어나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MPW 지원 확대는 반도체 설계자산(IP) 업계에도 희소식이다.
반도체 IP 업체인 오픈엣지테크놀로지 관계자는 "IP 업체 입장에서는 팹리스 업체의 신규 과제가 많아져야 새롭게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양산할 때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그동안 파운드리 숏티지로 신규 과제가 줄었다가 최근 MPW 지원이 확대되고, 시제품 생산이 늘어나면서 IP 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narilee@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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