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상생] 인력양성 지원·특허 양도…대기업들 "협력사 기술력 강화"

오수현 2022. 10. 3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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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경영 앞장서는 삼성전자
거래관계 없는 중소기업에도
기술·인력·금융 등 종합 지원
기술 포상금 내건 현대차·기아
협력업체 R&D 역량 끌어올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협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소 협력업체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궁극적으로 원청 대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제품 품질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쉽게 말해 원청업체 기술력을 전수받으면 협력사들은 완성품의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는 우수한 부품을 납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협력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관련해 축적된 역량이나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재계 맏형 격인 삼성전자는 직접적인 거래 관계에 있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거래 관계가 없는 중소·중견기업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통 큰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기술과 인력은 물론 금융까지 지원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상생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삼성전자는 올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한 '2021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11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구체적인 활동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중소·중견 협력회사에 물품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1차 협력회사가 2차 협력회사에 물품대금을 30일 이내 현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5000억원 규모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해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협력회사 경영 안정화를 위한 1조원 규모 상생펀드도 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협력사들의 연구개발 관련 필요 자금을 저금리로 제공한다. 단순 금융 지원을 넘어 성과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방식 지원도 펼친다. '생산성'과 '안전' 목표를 달성한 반도체 1·2차 우수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1년에 2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같이 지급된 금액은 2010년 이후 5000억원이 넘는다.

특허 무상 양도도 삼성전자의 통 큰 상생 지원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보유 특허를 개방해 2020년까지 특허 1400여 건을 무상 양도했다. 양도 대상을 협력사를 넘어 미거래 중소·벤처기업까지 넓혀 관련 사업화나 기술개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우수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지원으로 협력업체들의 연구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2일 롤링힐스 호텔에서 진행된 '2022 R&D 협력사 테크데이'가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기아는 협력사 우수 신기술에 포상금을 지급해 관련 업체들이 다시 한 번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또 현대차는 지난 19일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자동차산업 상생 및 미래차 시대 경쟁력 강화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업체들이 난관에 봉착한 가운데 이들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연구개발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도에서다.

SK는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그룹 역량과 노하우를 협력사들과 나누고 있다. 업황의 부침 속에서도 관련 투자를 뚝심 있게 진행해온 만큼 협력업체들이 시행착오에 대한 비용 지출을 줄이면서도 관련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게 돕고 있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경쟁력의 핵심인 연구개발비는 하이닉스 인수 이전인 2011년 8340억원에서 2013년 1조1440억원, 2016년 2조970억원, 2019년 3조1890억원으로 커졌다. 전기차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SK온은 배터리 분야 연구개발을 지속하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19년 개발된 니켈 비중을 90%로 높인 NCM9 배터리는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두 개나 수상했다.

또 다른 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에서는 관절염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등을 잇따라 개발하면서 국내 35개 합성신약 중 2개를 보유한 기업이 됐다.

SK는 R&D로 이 같은 성과를 거둔 뒤 상생·협력에 집중하고 있다. SK는 협력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자금과 기술은 물론 판매나 구매, 해외 동반 진출도 돕고 있다. 업종에 맞춰 교육과 산업안전 노하우도 공유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도 돕고 있다.

LG전자는 연구개발 상생협력을 위한 5대 과제를 마련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경쟁력 강화 △차세대 기술 △자금 △교육·인력 △인프라 개선 등 5대 상생 과제를 통해 일회성 지원이 아닌 영속적인 상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에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G전자는 협력사의 제조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또 국내외 협력사가 생산라인을 자동화하고 생산공정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뒤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G전자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를 협력사에 도입해 생산성 향상을 돕는 것이다. 이 기술은 사람이 하던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소프트웨어 로봇을 활용해 자동화하는 것이다. 지난해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시스템을 바탕으로 관련 개발에 참여한 협력사 12곳에서 전문가 81명이 배출됐다. 실질적인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사 생산라인 자동화가 결국 LG전자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하면 불량품도 줄여 비용 감소에도 보탬이 된다.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대표적인 LG전자의 상생활동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이와 관련해 로봇 자동화 교육과정을 신설하고 로봇의 조작과 운영, 생산라인 적용 사례 학습 등 맞춤형 실습교육을 제공한다. 아울러 포상을 통한 동기 부여로 협력사들의 기술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2019년 조성한 18억원 규모 '상생성과나눔' 펀드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를 통해 기술혁신 등에서 우수한 성과를 낸 협력사에 포상을 하고 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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