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서빙로봇 세계 최초 개발…한·미·일에 1만대 공급"

정혁훈 2022. 10. 30. 1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서울대 컴공 출신 구글 개발자
美서 부업으로 순두부식당 오픈
직원들 수시로 관둬 고민하다가
서빙로봇 개발 필요성 느껴 창업
로봇을 쓴다고 인건비 안줄지만
중요한건 매출이 더 많이 늘어나
회사내 구글출신 개발자 많아
AI·자율주행기술 최고수준 자부
최종목표는 택배 가능 로봇 개발

◆ 푸드테크 엑스포 ◆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 [박형기 기자]
푸드테크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바로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46)다.

하 대표는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한국, 미국, 일본 등에 공급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장에 공급된 서비는 1만대가 넘는다. 이 중 2000대가량이 한국이고, 나머지는 해외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하 대표는 대학 부설연구소와 미국 반도체업체인 인텔 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미국 구글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이때 부업으로 순두부 식당을 운영하던 중 서빙 로봇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2017년 베어로보틱스를 창업했다. 서빙 로봇 개념 자체가 세계 처음인 데다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푸드테크 분야 선도기업으로 부상했다. 하 대표에게서 서비 개발과 창업 과정, 푸드테크의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순두부 식당을 하다가 서빙 로봇 개발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들었다. 어떤 상황이었나.

▷식당을 직접 운영해보니 가장 큰 문제는 갑자기 그만두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새 직원을 갑자기 구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웠다. 시간이 걸릴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직접 직원 역할을 대신해야 했다. 그런데 직접 음식을 날라보니 생각보다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무거운 음식을 나르는 것만 누가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서빙은 원래 즐거운 업무다. 그렇다면 음식을 나르는 단순 업무만이라도 로봇이 대신해 줄 수 있다면 식당에서 서빙하는 일이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서빙 로봇의 도입 효과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서빙 로봇을 도입한다고 해서 인건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중요한 건 식당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식당에 손님이 몰리면 서빙 직원들이 바빠지고, 그러면서 서비스 품질이 나빠지게 된다. 특히 주방에서부터 테이블까지 음식을 나르는 일이 가장 고되다 보니 이 과정에서 서빙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불만이 생긴다. 이 업무를 로봇으로 대체하면 손님이 몰려 바쁠 때도 직원들이 부담 없이 손님을 응대할 수 있다. 손님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실제로 직접 운영하던 순두부 식당의 매출이 로봇 도입 이후 30% 증가했다. 식당에 로봇이 처음 도입된 직후 한 손님이 이용 후기에 "이 식당은 로봇이 있어 서빙 직원들 서비스가 너무 좋다"고 적었다. 기대했던 반응이어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에선 식사 후 팁 문화가 있다. 그 팁이 직원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텐데, 로봇이 서빙을 하면 팁이 줄지 않나.

▷그 반대다. 팁은 손님이 서빙 직원의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의 표시다. 로봇이 도입된 이후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로봇이 대신하다 보니까 직원들이 힘을 덜 써도 되고, 덕분에 더 여유 있고 친절하게 손님을 응대하게 된다. 그 이전에 비해 팁이 더 늘어났다.

―구글이라는 좋은 직장을 다니면서 왜 식당을 부업으로 했나.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좋은 한국 음식을 먹고 싶은데 갈 만한 식당이 많지 않았다. 그러면 내가 직접 식당을 차려보자 결심했다. 지인들을 식당으로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돈까지 벌면 더 좋은 일이었다. 투자만 하면 식당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완전한 오판이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힘든 경험 덕분에 로봇을 떠올리게 된 것 같다.

―서빙 로봇의 잠재적인 글로벌 시장 규모를 추정할 수 있을까.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전 세계 외식업 규모를 바탕으로 대략 추정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전 세계 외식업 규모를 해외에서는 대략 2조달러로 보고 있다. 우리 돈으로는 대략 2900조원이다. 외식업 매출의 30%가 인건비라고 보면 870조원 정도를 인건비로 잡으면 그중 10%만 로봇이 대체한다고 하면 87조원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확실한 것은 지금 서빙 로봇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기술을 다른 기업들과 비교하면 어떤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고,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에 매달린 덕분에 최고라고 자부한다. 회사에 구글 출신들이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등 핵심 분야의 기술 수준이 높다.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있어도 이를 잘 피해 다니는 기술은 압도적이다. 예컨대 사람이 갑작스럽게 로봇 진로를 방해하거나 손님이 바닥에 내려놓은 물건이 경로를 막고 있을 때 정확하게 피해 갈 수 있다. 바닥에 놓여 있는 신발을 밟지 않고 피해 가는 서빙 로봇도 우리가 유일하다. 일본의 경우 바닥이 다다미로 돼 있어 신발이 놓여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비는 이를 잘 피해 다닌다.

―자율주행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인데, 어떻게 실현했나.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원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카메라와 라이다를 이용해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해 주행 경로를 파악하고, AI를 활용한 주행 알고리즘이 있어 돌발 상황이 생기면 실시간으로 빠르게 계산해서 경로를 수정한다. 자율주행을 잘하려면 카메라가 많이 필요한데, 우리는 3개만을 갖고 최적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전에는 센서류를 많이 장착해야 했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었다. 제작 비용을 많이 줄인 것도 강점인 셈이다. 테슬라가 밖에서의 자율주행차라면 우리는 실내에서의 안전한 자율주행을 기술적으로 입증했다고 본다.

―추가적인 기술 업그레이드 방향은 어떻게.

▷서비의 지적 능력을 키우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 운영되는 서비 숫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현장에서 세부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늘어난다. 그런 오류들을 수정하면서 서비의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동시에 서비를 통해 단순히 음식만 나르는 게 아니라 식당에서 쓰는 다른 기능들, 예컨대 키오스크나 주문앱 등과의 연동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빙 이외에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서비가 이제는 스스로 자동문을 통과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10층 회의실에서 1층에 있는 카페에 커피를 주문하면 서비가 자동으로 회의실까지 커피를 나를 수 있다는 뜻이다. 택배기사가 아파트 1층에 소포를 내려놓으면 서비가 15층에 있는 주민에게 그걸 전달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배송과 물류의 마지막 단계인 이른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혁훈 농업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