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코리아 임원 인터뷰, "디테일 따지는 韓 소비자…내가 꿈꾸는 포르쉐 직접 만드세요"

이영욱 2022. 10. 3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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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 게어만 대표
'존더분쉬' 프로그램 통해
구매자 취향대로 맞춤제작
2~3년 소요돼도 만족감 커
고객 선택의 폭 더 넓힐 것
알렉산더 파비그 부사장
개성 강한 포르쉐 고객들
원하는 신차 제작뿐 아니라
소유한 차량 개조도 가능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 [사진 제공 = 포르쉐]
"한국 소비자들은 포르쉐를 구입할 때 디자인 선택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 많은 열정을 쏟는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창의력을 발휘해 창의적인 차량을 만들어주세요."

최근 강남구 포르쉐 존더분쉬 하우스에서 만난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포르쉐의 존더분쉬(Sonderwunsch)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이렇게 강조했다. 게어만 대표는 "한국에서 포르쉐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개인화 옵션'일 것"이라며 "한국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12일 블랙핑크 제니와 협업해 탄생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을 공개했다. 해당 차량은 포르쉐코리아가 제니와 함께 디자인한 국내 최초 '존더분쉬' 차량이다. 독일어로 '(고객의)특별한 요청'이라는 의미의 존더분쉬는 구매자 취향대로 꾸민 원 오프(One-off) 포르쉐 차량을 의미한다. 보통 상담부터 차를 받는 데까지 2~3년이 소요된다. 포르쉐 창립자 페르디난트 포르셰의 아들 페리 포르셰가 남긴 명언 "내가 꿈꾸는 차를 찾을 수 없어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는 존더분쉬로 대표되는 포르쉐의 철학을 보여준다.

블랙핑크 제니와 포르쉐의 협업으로 탄생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 알렉산더 파비그 포르쉐 부사장, 제니, 홀가 게어만 대표(왼쪽부터)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포르쉐]
인터뷰에 동석한 알렉산더 파비그 포르쉐 개인화·클래식 부사장은 포르쉐가 맞춤형 차량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페르디난트 포르셰가 남긴 말처럼 포르쉐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차를 만들자'는 신념을 오랜 기간 굳게 지켜왔습니다. 포르쉐는 존더분쉬 외에도 다양한 개인화 옵션을 제공하고 있죠. 기본 설계는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펜하우젠에 있는 포르쉐 익스클루시브 매뉴팩처 워크숍에서 하지만 마지막 터치는 고객에게 일임하고 있습니다. 즉 고객은 포르쉐의 공동 크리에이터인 셈이죠."

파비그 부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개인화'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만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은 소비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포르쉐도 이 같은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파비그 부사장은 "포르쉐 고객 중엔 개성 강한 분이 많다"며 "존더분쉬는 단순히 포르쉐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고객들이 나만의 개성을 내 차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포르쉐는 1970년대 후반 존더분쉬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파비그 부사장은 세월이 흐르며 존더분쉬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1970년대 존더분쉬를 통해 특별한 고객들의 주문을 받았지만, 당시만 해도 전담 부서는 없었습니다. 지난해 존더분쉬를 다시 론칭하면서 포르쉐는 최대한 전통을 고수하고자 했습니다. 당시와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라면 팩토리 리커미셔닝이 추가됐다는 점이죠. 팩토리 리커미셔닝은 생산 단계에서 고객들이 개인화 컬러와 소재를 요청할 수 있는 팩토리 커미셔닝의 후속 단계로 컬러와 트림 등 고객이 소유한 차량을 개조하는 것입니다. 예전엔 존더분쉬로 신차만 만들 수 있었다면 이제는 고객이 소유한 차도 저희를 통해 다시 디자인을 바꾸는 등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개인화를 통해 세상에 하나뿐인 고객 맞춤형 차량을 만들면서도 포르쉐 특유의 클래식함은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파비그 부사장은 자신의 직함인 '포르쉐 개인화·클래식 부사장'을 소개하며 개인화와 클래식 모두 포르쉐에 중요한 두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파비그 부사장은 "개인화와 클래식은 디자인 부문과 고객 컨설팅에 공통분모가 있지만 생산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파비그 부사장에 따르면 클래식카는 오래된 모델이 많다 보니 클래식카의 파워트레인, 부품만 다루는 클래식 전문가들이 있고, 개인화 쪽은 신차를 위주로 담당하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파비그 부사장은 나라별로 맞춤형 포르쉐에 대한 취향 차이는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시장이나 문화권별로 나타나는 두드러진 차이는 없다"며 "포르쉐 디자인은 개성 강한 고객들이 각자 어떻게 차량을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고객들이 존더분쉬를 통해 추구하는 것은 '디자인'이란 점입니다. 차량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자신만이 알아볼 수 있는 디테일을 담고 싶어하죠. 일반인의 눈으론 그냥 휙 지나치기 쉽지만 존더분쉬를 통해 차량을 받은 고객은 차를 탈 때마다 작은 디테일을 보며 나를 위한 차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가령 제니와 협업한 '타이칸 4S 크로스 투리스모 포 제니 루비 제인'도 제니만이 알 수 있는 디테일이 차량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존더분쉬는 누군가 내 차를 봐주길 바라는 과시욕이 아니라 진정 나를 위한 투자인 셈이죠."

포르쉐는 디자인 선택의 폭을 넓히는 등 향후 존더분쉬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해나갈 계획이다. 게어만 대표는 한국에서도 존더분쉬를 찾는 고객들을 위해 상담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존더분쉬로 특별한 나만의 차량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청담, 서초, 용산 포르쉐 스튜디오로 찾아오세요. 존더분쉬 교육을 받은 저희 직원들이 상담을 도와드릴 겁니다. 고객 여러분이 원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포르쉐와 고객 간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분과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이것이 포르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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