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 마지막 경기' 양상민 "작별 인사를 해야하나 복잡했다"
[스포탈코리아=수원] 조용운 기자= 수원삼성 수비수 양상민(38)이 베테랑답게 이중고를 잘 이겨냈다. '마지막' 세 글자에 마음 정리하랴 수원의 생존을 걱정하랴 집중하기 어려웠던 지난 한 달이었다.
양상민은 수원에서만 15년을 뛴 푸른 늑대다. 수원의 흥망성쇠를 함께해온 유일무이한 인물이기도 하다. 2007년 수원에 입단해 2008년 K리그와 하우젠컵 우승, 4차례 FA컵 정상까지 수원의 화려한 시기를 누렸다. 이후에는 성적이 예전만 못해 웃을 일이 많지 않았지만 최장수 선수답게 경험을 앞세워 수원을 지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시즌 막바지 수원의 생존을 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양상민의 비중은 상당했다. FC안양을 상대한 2연전에 모두 나섰다. 1차전에서는 선발로 출전해 무실점을 견인했고 2차전에서도 연장에 급히 들어가 승리를 굳히는데 힘을 보탰다.
고민은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 이날은 양상민에게 여러 감정이 섞인 경기였다.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양상민은 "어디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는데 들어가기 전에 수원에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다.
15년을 함께한 수원에서 최종전을 조용히 준비한 양상민은 "팀에서 내년에 없는 것처럼 전달했다. 파이널 라운드 직전에 전북현대와 경기를 3~4일 앞뒀던 때였다"며 "갑작스럽게 그런 얘기를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플랜에 없다면 마무리하는게 맞다고 여기며 한 달 동안 정리했다"라고 언급한 적 없던 은퇴에 대해 운을 뗐다.
어느정도 마음을 먹기까지 애를 많이 태웠다. 양상민은 "복잡한 감정이었다. 선수 생활을 더 하려면 수원을 떠나는 거고 아니면 은퇴하는 상황이 됐다. 감정 컨트롤이 안 돼 실수를 하기도 했다"면서 "팀 상황이 너무 안 좋아서 표현하기 어려웠다.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그 모습을 보며 동료들에게 내 감정이 느껴지지 않게 하는 걸 우선으로 했다"라고 밝혔다.
수원만 생각하기로 한 양상민에게도 생존이 걸린 무대는 낯설었다. 프로 생활을 17년하면서 처음 마주한 상황이라 선수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지 떠오르지 않았다. 양상민이 내린 결론은 '결과 우선'이었다. 그는 "좀 어렵긴 했지만 내 개인적인 문제였다. 그리고 불투이스가 퇴장을 당하면서 내가 성남FC전에 나서게 됐다. 파이널B에서 최하위 팀과 경기하는 거라 중요했다. 잠을 못 잤는데 결론은 결과였다"라고 돌아봤다.
안양과 2차전, 양상민은 연장 후반 9분에 출전을 준비했다. 어떤 심경이었는지 묻자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투입 상황이 경기 막바지여서 '골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과 '승부차기를 차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를 떠올렸다. 그러니 정신이 번쩍 들더라"라고 웃었다.
경기가 끝나자 감정이 올라왔다. 양상민은 "빅버드에서는 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그래서 작별인사를 해야하나 복잡한 마음이었다"라고 느낌을 전했다.
수원을 떠나는 건 분명해진 가운데 현역 연장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양상민은 "내가 필요하다면 뛰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런데 당장 승강 플레이오프였어서 다른 팀을 알아보는게 맞나 생각을 했었다"며 "급하게 이별을 생각하다보니 아직은 정리됐다고 말하기 그렇다. 차차 해야 한다. 마음만 정리하면 될 것 같다"라고 생각 끝에 답했다.
양상민은 숨겼지만 수원은 베테랑들을 위해 뛰었다. 잔류골을 터뜨린 오현규는 "올 시즌 후 (염)기훈이 형과 (양)상민이 형 모두 은퇴를 하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다. 형들이 아닌 어린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면서 여기까지 왔다. 형들의 가슴을 졸이게 해 죄송한 마음이다. 작게나마 마음을 던 것 같다"라고 승리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전해들은 양상민은 "잘하는 선수가 뛰는 게 맞다.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걸 전해주고 싶었는데 현규가 그런 말을 해주니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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