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정부부채비율, 비기축통화 11개국 평균 처음 넘긴다…재정건전 ‘빨간불’

세종=박소정 기자 2022. 10.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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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재정점검보고서’
선진국 35개국 중 비기축통화 11개국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 53.5%
한국은 54.1%...역전 현상 처음 나타나

경제 규모와 비교한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일종의 ‘데드크로스’(dead-cross) 현상이 올해 처음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재정 건전성 지표에서 적색등이 켜지는 것이다. 한국과 비기축통화국 간 정부 부채 비율 격차는 5년 뒤에는 7%포인트(p)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관측됐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등에 따르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전 세계 35개국 중 비기축통화 11개국의 올해 연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 평균은 53.5%로 예상됐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D2)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 중앙정부+지방·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다. 국제 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같은 시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4.1%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서는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2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개 비기축통화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의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과 체코, 덴마크, 홍콩,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몰타,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을 의미한다. 이들 비기축통화국은 경제규모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50% 안팎에서 꾸준히 관리해왔다.

금융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2012년 54.9%까지 올랐지만 2018년에 44.5%까지 낮췄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2021년 56.5%로 다시 정점을 찍었지만 2027년 50.2%까지 점차 하락하는 구조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확장재정 정책을 펼치면 정부 부채 비율이 50% 중반대까지 오르지만, 이내 건전재정으로 전환해 40% 중반으로 낮추는 주기적인 구조를 보이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11년 33.1%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 40%대를 처음으로 돌파(40.8%)한 지 6년 만에 50%대(2021년 51.3%)로 들어섰다.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일종의 장기이동평균선이라면 한국의 부채 비율이 올해 이를 뚫고 일종의 ‘데드크로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극복되지 않는 구조다. IMF는 11개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3.5%에서 2027년 50.2%로 5년간 3.3%포인트 감소한다고 봤다. 같은 기간 한국의 부채 비율은 54.1%에서 57.7%로 3.6%포인트 상승한다.

과거 한국과 11개 비기축통화국 간 부채비율 격차는 2011년 기준 보면 한국이 21.5%p(비기축통화국 54.5%·한국 33.1%) 낮았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이 0.5%p 높아진 후 2027년에는 7.5%p까지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D1)이 각각 144.8%, 150.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정부 부채가 비기축통화국을 넘어서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한 나라의 재정 건전성을 판단할 때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이라는 2개의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기축통화를 사용하는 나라는 정부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지만 비기축통화국은 수요가 훨씬 적다. 이 때문에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비기축통화국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기축통화국보다 낮게 관리해야 국가부도 등 위험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기축통화국들까지 포함된 IMF 분류 선진 35개국의 올해 GDP 대비 부채비율은 77.1%로 비기축통화 11개국 평균인 53.5%보다 높다. 같은 시점 G20 선진국은 122.9%, G7은 128.3%로 GDP가 높은 기축통화국 그룹일수록 부채비율이 올라간다.

한편 정부는 한국 재정의 이런 구조적인 위험 요인을 해소하고자 재정비전 2050 등 중장기 재정전략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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