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연탄 성수기…겨울 다가와도 공장 '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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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성수기였죠. 오후까지 모든 기계가 돌았으니까요. 요즘엔 오전이면 대부분 작업이 끝나요."
몇 년 전만 해도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미리 연탄을 사려는 주문이 밀려들어 공장에 있는 모든 기계가 가동되며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공장에서 생산된 연탄은 광주·전남과 전북에까지 여전히 출하되고 있지만, 생산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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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계층에 여전한 월동 필수품…대책 마련해야"
(광주=연합뉴스) 차지욱 기자 = "5년 전까지만 해도 이맘때면 성수기였죠. 오후까지 모든 기계가 돌았으니까요. 요즘엔 오전이면 대부분 작업이 끝나요."
지난 26일 방문한 광주 남구 송하동에 있는 광주 지역 유일 연탄공장 출하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연탄이 찍혀 나왔다.
근로자들은 익숙한 솜씨로 연탄을 품에 모아 트럭 등에 차곡차곡 쌓았다.
몇 년 전만 해도 본격적인 추위가 오기 전 미리 연탄을 사려는 주문이 밀려들어 공장에 있는 모든 기계가 가동되며 매우 분주한 모습이었다.
과거 같으면 한창 바빠야 할 시기, 이날 컨베이어 벨트는 4개 중 단 하나만 작동하고 있었다.
11년째 이 공장에서 일했다는 김광태(54) 씨는 "호황기 시절에는 하루 100만 장까지 나간 적도 있다고 들었는데 요즘에는 하루에 많아야 2만 장이 나간다"며 "보통 10월부터 3월까지는 성수기였는데 예전 같지 않은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공장에서 생산된 연탄은 광주·전남과 전북에까지 여전히 출하되고 있지만, 생산량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소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직전 해보다 23%까지 생산량이 줄었으며, 올해 예상량은 400만 장으로 호황기였던 1980년대 1억5천만 장에 비하면 3%도 안 된다.
연탄 생산량이 이처럼 2000년대 들어 급속하게 줄어든 이후 매년 약 15%씩 감소하면서 지금은 정부 지원금 등으로 간신히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물가가 올라 석탄 운반비로 쓰이는 비용은 매년 늘어나는데 연탄 수요는 감소하니 공장은 현장 인력을 최소 인력인 8명으로만 운영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여름철 3개월은 공장 문을 닫기까지 했다.
공장 관계자는 "요즘은 정부에서 연탄 쿠폰을 제공하는 시기인 11월이 돼야 바빠진다"며 "옛날처럼 여름에 미리 연탄을 쌓아놓는 집들도 없을뿐더러 지원금이 나와야 연탄을 살 수 있는 가구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경제발전과 생활 수준 향상으로 연탄이 밀려나고 있지만 홀로 사는 노인 등 주변의 불우 이웃들에게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되는 월동 필수품이기에 연탄공장의 위기는 취약계층의 위기로 직결된다.
30일 밥상공동체 연탄 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시 연탄 가구는 1천402곳이다.
이 중 기초생활수급 가구가 490곳, 차상위 가구 128곳, 이외 독거노인이나 장애 가정 등 소외 가구가 784곳이다.
연탄 은행 관계자는 "전북에서도 2년 전 연탄공장 2곳 중 1곳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며 "연탄 이용 가구가 여전히 존재하는데도 공장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에 공장이 사라지면 멀리서 연탄을 가져와야 해 운송비까지 포함하면 연탄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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