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000명 넘게 발생하는 '최악' 췌장암 4대 증상은?
췌장암은 지난 2019년 8,099명(남성 4,150명, 여성 3,949명)이 발생해 전체 암 발생 8위를 기록했다(중앙암등록본부, 2021년 12월). 그런데 ‘췌장암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췌장암 예후는 매우 나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5분의 1에 그친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최악의 암’으로 통한다.
◇초기 발견 어렵고, 수술 까다롭고, 재발 높아
췌장암은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이다. 발생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ㆍ흡연 경력ㆍ만성 췌장염 등이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췌장암은 유전자나 가족력에 따라 발병 확률이 크게 증가한다. 집안에 췌장암 환자가 2명만 있어도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아지는 고위험군(가족성 췌장암)이다.
류지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 생존율이 크게 낮은 이유를 다음 3가지로 꼽았다. 첫째, 조기 발견이 어려워서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복통 등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상당히 병이 악화된 상태다.
둘째, 수술이 까다롭다. 췌장암을 치료하는 최선책은 수술이지만, 진단 시점에서 수술 가능성은 20% 미만으로 낮다. 3기는 암세포가 췌장 주변 동맥까지 침범한 상태고, 4기는 암세포가 간 등 다른 장기로 원격 전이된 상태라 수술이 어렵다.
셋째, 재발 가능성이 높다. 다른 암은 1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생존율이 95~100%이고 항암 치료도 필요하지 않다. 반면 췌장암은 재발이 잦아 수술 후 5년 생존율도 30%로 낮다.
◇복통ㆍ식욕 부진ㆍ체중 감소ㆍ황달 나타나
췌장암의 주증상은 복통,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황달 등이다. 황달은 눈 흰자나 피부가 노랗게 착색되는 증상으로, 십이지장에서 분비된 담즙(쓸개즙)이 딱딱해진 췌장으로 인해 내려오지 못하고 핏속에 고여서 발생한다. 황달은 비교적 조기에 나타나므로 황달이 생겼을 때 발견된 췌장암은 수술할 가능성이 높다.
췌장암일 때 일반적인 췌장 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과 소화 효소를 분비해 지방 분해를 돕는 외분비 기능을 담당한다. 따라서 췌장이 손상되면 혈당 조절에 문제가 생겨 당뇨병에 걸리거나 지방 소화가 어려워져 기름진 변을 볼 수 있다.
췌장암이 의심돼 병원을 찾으면 1차적으로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나이ㆍ가족력ㆍ흡연ㆍ당뇨병 등 위험 인자 여부를 고려할 때 췌장암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판단되면 복부 초음파검사를 하기도 한다. CT 결과에서 췌장암 여부가 불확실하면 추가로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로 의심 부분을 정밀 검사할 수 있다.
췌장암 치료는 사용하는 약 종류에 따라 3제 요법(5-fu 외 2개 약제 사용)과 2제 요법(젬시타빈, 아브락산)으로 구분한다. 3제 요법은 한 달에 두 번 2박 3일간 입원하며 항암제를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2제 요법은 투약 시간이 30분 정도로 짧아 1주일에 한 번씩 투약이 이뤄진다. 약물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지면 다른 치료법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항암제는 세포 독성 약물이어서 간혹 정상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췌장암은 항암제 장기 투약 시 콩팥ㆍ신경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흡연하면 췌장암 위험 5배 상승
췌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수칙이 아직까지 마련된 것이 없다. 흡연 등 위험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필터를 통하지 않고 담배의 끝에서 바로 연기가 나오는 간접 흡연은 더 위험하다.
주광로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가 5배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고지방ㆍ고칼로리 식사를 피하고 과일ㆍ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당뇨병 예방 및 관리를 잘 해야 한다. 만성 췌장염이 있으면 치료를 서둘러야 한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에 걸린 사람이 1명 이상 있거나, 발병 연령과 상관없이 2명 이상 췌장암 환자가 있다면 가족성 췌장암을 의심하고 주의해야 한다.
당뇨병은 췌장암 발병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으로 당뇨병이 나타날 수 있다. 당뇨병을 5년 이상 앓는 사람 가운데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췌장암을 진단받기 전 2년 사이에 당뇨병이 흔히 발생한다. 따라서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거나, 특히 55세 이상에서 가족력이 없이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은 췌장암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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