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에 필요한 이대성은? 오리온 아닌 모비스 시절 이대성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시즌 5경기에서 1승만 챙겼다. 1승 4패로 서울 SK, 수원 KT와 공동 8위다.
패한 4경기 공통점은 이대성의 득점이 많다는 점이다. 이대성은 승리를 챙긴 원주 DB와 맞대결에서 5점에 그쳤지만, 패한 4경기에서 최소 19점을 올리며 평균 21.8점을 기록 중이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에서는 19점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단순하게 득점만 올린 게 아니다. 동료들의 득점까지 도왔다.
어시스트까지 고려하면 이대성의 손에서 나온 득점은 36점. 팀 득점 71점의 절반을 넘는다.
이대성은 자기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대성이 못해서 진 게 아니다. 패인은 이대성 외 다른 곳에서 수두룩하게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경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대성의 플레이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이대성은 컨디션이 좋으면 자기 득점을 하니까 외국선수 포함해서 불필요한 실점을 줄이려고 한다”며 “이대성은 공격을 하는 선수다. 이대성을 완전히 막으려고 하다가 다른 선수에게 실점을 하는 것보다는(이대성에게 실점하는 게 낫고, 이대성이) 무리를 하는 편이고, 가진 습성(공격 성향)이 있는 선수다”라고 했다.
이대성이 많은 득점을 올리는 건 어쩌면 상대가 그만큼 원하는 그림이다. 경기 흐름이 상대가 바라는 대로 진행되니 당연히 가스공사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유도훈 가스공사 감독은 “대성이는 내가 데려왔으니 내가 책임진다. 이대성의 투 포인트 게임 확률을 본다. 가드가 56%(현대모비스와 경기 전 기준 56.5%, 26/46)라는 건 굉장한 거다. 좋은 건 해야 한다. 거기서 죽은 볼이 나오거나 할 때 이쪽에서 해결할 수 있는 선수가 있어야 풀린다. (이대성이 안 되어서) 인사이드의 이대헌이나 할로웨이에게 패스를 넣어서 상대가 힘들어하면 그것도 희석이 된다”며 “만약 40%대 성공률로 좋지 않고 죽은 볼만 나오면 그건 잘못된 거다. 패스가 반 박자 빨리 나올 수 있도록 볼 없는 움직임을 가져가기 위해 대성이와 소통하며 (선수들이) 맞춰간다”고 했다.
이어 “대성이 보고 어시스트를 늘려라, 이렇게 하라는 것보다는 어떻게 운영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느냐 (강조하고) 경기를 하다 보면 승부 근성이 나올 때 급해져서 시야가 좁아지고, 빨리 쫓아가서 내가 해결하고, 만들어야겠다는 상황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 팀 운영에서 기다렸다가 공격을 할 것인지, 아니면 보이는 대로 할 것인지 판단을 하면 괜찮을 거다”고 덧붙였다.
가스공사의 4쿼터 기록지만 보면 이대성과 샘조세프 벨란겔이 각각 8점과 7번 공격을 마무리했고, 유슈 은도예와 이대헌, 우동현은 슛을 1개씩 던졌다.
현대모비스도 게이지 프림이 5차례 공격을 맡았지만, 5명이 2번 이상 슛을 시도했다.
가스공사가 끌려가는 흐름을 뒤집기 위해 슛 성공률이 높은 이대성과 벨란겔이 공격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성과 벨란겔을 제외한 선수들은 볼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시계추 마냥 코트를 오간 경우도 많았다. 4쿼터에서 하프 라인을 넘어선 뒤 패스 한 번 없이 공격이 이뤄진 게 6번이었다.
경기 전 유도훈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이대성의 2점슛 성공률은 45.5%(5/11)로 낮았다. 여기에 4쿼터에는 승부욕이 발동해 시야가 좁고 급한 플레이를 했던 것이다.
이대성은 추격하기 위해 공격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수비에서는 움직임이 둔했다. 자신이 집중해서 2점을 올리더라도 수비에서 쉽게 2점을 내주면 결국 똑같은 상황이다.
더구나 가스공사는 차바위의 공백으로 팀에서 수비 포함 궂은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선수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가스공사에는 오리온 시절 공격력이 뛰어난 걸 확인한 이대성이 아니라 현대모비스 시절 수비에 좀 더 집중하던 이대성이 필요한 게 아닐까? 득점으로 2점을 올릴 게 아니라 수비로 2점을 막으면 가스공사 입장에선 똑같다.
이대성이 득점을 조금 덜 하더라도 본인이 시도할 슛 기회를 1년 간 공백이 있는 정효근에게 한 번, 오프 시즌 몸을 만들지 못해 경기를 뛰며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대헌과 머피 할로웨이에게 한 번씩 나눠주면 시즌을 길게 내다볼 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가스공사는 30일 고양 캐롯과 맞붙는다. 이대성이 공격 욕심을 버리고 팀을 위한 플레이가 더더욱 필요한 상대와 만난다.
#사진_ 점프볼 DB(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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