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지는 주삿바늘 등장…환자 고통 줄일 열쇠 될까
주삿바늘은 이쑤시개나 젓가락처럼 곧게 뻗어 있다는 통념을 깨는 기술이 나왔다. 의사의 간단한 조작에 따라 끝이 곡선을 그리며 휘는 신개념 주삿바늘이 등장한 것이다. 시술 중 주삿바늘을 몸 속 환부에 한 번에 꽂지 못해도 굳이 바늘을 뽑았다 다시 꽂을 필요가 없다. 환자의 고통과 조직 손상 가능성을 줄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연구진은 최근 의사의 조작에 따라 끝 부위가 부드럽게 휘는 새로운 주삿바늘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외과 의사들은 몸 안의 환부에 접근하기 위해 수술용 칼, 즉 메스 외에도 길고 얇은 바늘을 사용하는 일이 늘고 있다. 절개 없이 환부를 치료해 환자의 고통과 회복 기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문제는 바늘이 직선형인데다 매우 단단하다는 점이다. 똑바로 몸 속에 찔러 넣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환부를 정확히 겨냥하지 못했을 때에는 문제가 된다. 환자 몸 속에서 바늘을 뽑아낸 뒤 다시 꽂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데다 신체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진다.
연구진은 주삿바늘 안에 신축성이 있는 내부 바늘을 겹쳐서 삽입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의사가 환자의 몸에 주삿바늘을 넣은 뒤 경로를 수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들면 내시경처럼 부드럽게 휘는 내부 바늘을 움직여 바깥쪽 바늘 끝의 안쪽 벽을 압박한다. 바깥쪽 바늘의 끝 부위는 기차처럼 나뉘어 있는데, 이런 내부 바늘의 압박을 받으면 모양새가 곡선형으로 바뀌게 된다.
이 주삿바늘을 쓰면 몸 속 환부에 바늘이 단번에 다가가지 못해도 다시 뽑았다가 찌를 이유가 없다. 또 훼손하지 말아야 할 몸 속 조직을 우회해서 바늘을 찌를 때에도 편리하다.
연구진은 EPFL 공식 자료를 통해 “현재는 내부 바늘의 길이를 수㎝로 만들었지만, 설계를 변경해 길이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늘의 움직임은 의사가 주삿바늘의 상단에 달린 기계식 손잡이를 밀거나 당겨 간단히 통제할 수 있다. 엄지로 손잡이를 당기면 주삿바늘 끝이 위로 치켜 올라가고 내리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전기 모터 같은 동력장치도 필요 없다.
연구진은 주삿바늘 시제품을 스테인리스강과 특수 유리를 사용해 각각 제작했다. 유리 소재로 주삿바늘을 만들었더니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의료기기와 함께 써도 사진 촬영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주삿바늘을 이용해 의약품 투여와 각종 신체 검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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