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멤버나 다름없죠"…KT '잘나가게'가 연결해준 대학생 컨설팅 후기 들어보니
창동 '아띠몽' 장호 사장과 한국외대 Mixerz팀 인터뷰
"잘나가게 모든 소상공인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 것"
[더팩트|최문정 기자] "'KT 잘나가게'를 통해 만난 'Mixerz'팀은 창립멤버나 다름없어요."
지난 2월, 호두과자 전문점 '아띠몽'을 운영하는 장호 사장은 서울 강동구에서 운영하던 가게를 급히 도봉구 창동으로 옮겼다. 기존 자리에서 입소문이 퍼져가고 있었지만, 가게가 재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낯선 동네의 낯선 상권에 들어온 장 사장을 도와준 것은 KT의 '잘나가게' 서비스였다.
잘나가게는 KT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 상권분석, 영업전략 제공 플랫폼이다. 잘나가게는 통신신호와 배달앱 신호를 분석해 상권 근처에 있는 소비자 데이터를 시각화해 제공하고 있다.
KT는 올해 3뭘부터 5월까지 소상공인 가게 10곳과 대학생 10팀을 연결해 잘나가게 플랫폼을 통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장 사장과 한국외대 마케팅학회 학회원 4명(박수현, 정수민, 김다연, 채승원)으로 구성된 Mixerz팀의 협업은 이렇게 첫 테이프를 끊었다.
◆메뉴판도 없는 가게에서 리뷰 80개 달리기까지
지난 26일 장 사장은 "어느 날 '잘나가게' 홍보 문자가 왔다"며 "KT가 이번에 소상공인을 위해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신청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러면서 '잘나가게'를 신청하는 이유를 적어 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장 사장은 "그래서 가게를 처음 하다 보니 막히는 부분도 많고, 시장 성과 분석도 잘 되지 않아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신청을 했다"며 "그런데 이 사연이 채택이 돼서 이렇게 예쁜 팀과 연결이 됐다"고 말했다.
잘나가게를 만나기 전까지 특별한 영업 비결이나 상권 분석은 없었다. 그저 기본인 '친절하고, 넉넉하게'를 모토로 잡았다.
장 사장은 "어느 날 리뷰가 달렸다. '넉넉한 집이다' 라고. 그런데 지적도 많았다. '노인들이 노인스럽게 운영하는 가게'라는 지적에는 진짜 자존심이 상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아띠몽에 직접 방문한 Mixerz팀은 △메뉴판의 부재 △주변 상권과 맞지 않는 영업시간 △신규 개업으로 인한 인지도 부재 등을 개선점으로 제시했다.
Mixerz는 우선 코팅한 A4용지에 아티몽의 메뉴를 정리한 메뉴판을 제작해 왔다. 장 사장은 현재 큼지막한 메뉴판을 새로 만들었지만, 학생들의 마음이 담긴 첫 메뉴판을 간직하고 있다.
영업시간을 바꾼 것도 잘나가게를 하며 얻은 성과 중 하나다. 기존에 장 사장은 대략 오전 10시~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했다. 하지만 잘나가게를 통해 유동인구를 분석한 대학생팀의 의견은 달랐다. 오히려 영업시간을 2시간씩 당겨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제안이었다.
김다연 학생은 "지도상으로 보면 이 근처에 병원이나 요양원이 많아서 어르신 손님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런데, KT가 잘나가게 제공한 데이터를 보니까 오히려 30대 직장인이 많았다. 그 분들이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간단히 가지고 갈 수 있는 간식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 출근 시간대 영업과 세트 메뉴 만들기를 사장님께 제안드렸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실제로 해보니 아침에 들르는 손님이 저녁 늦게까지 가게를 열었을 때보다 많다"고 말했다.
Mixerz팀은 온라인 홍보에도 적극적인 의견을 냈다. 손님들이 자주 찾는 네이버플레이스 리뷰를 늘리기 위해 이벤트를 제안했고, 공식 블로그를 개설했다.
김다연 학생은 "저희 팀이 잘나가게를 처음 참여할때만 해도 사장님 가게의 네이버 플레이스 리뷰가 10개가 안 됐다"며 "저희가 컨설팅하면서 리뷰 이벤트를 제안드려 진행한 결과 지금은 거의 80개 가까이 리뷰가 올라왔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아예 네이버플레이스 운영 권한을 Mixerz팀에 위임했다. 팀원들은 활동이 끝난 지금도메뉴 사진을 새로 올리거나, 상세 설명을 수정하는 등 사장님과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 소상공인과 대학생 연결해 '윈윈' 효과 발생
KT가 꼽은 프로젝트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데이터 활용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대학생들이 직접 잘나가게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반영한 영업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했는 점이다. 또한 온라인 홍보가 막막하던 소상공인들에게 젊은 감각을 발휘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서신혜 KT AI/DX융합사업부문 데이터사업팀 차장은 "소상공인 중에는 경험 없이 혼자서 장사에 뛰어든 사례가 많다"며 "사실 잘나가게 자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KT 차원에서는 쉽게 만든다고 만들었는데, 이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안내를 해도 활용을 어떻게 할 지 모르는 분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잘나가게를 직접 장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알리는 방법 중 오프라인으로 붙어서 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큰데, 이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층은 대학생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며 "대학생들은 데이터를 이해하실 수 있는 능력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활동의 제한이 있는 상황에 사회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에 그 둘을 연결했다"고 말했다.
김다연 학생은 "마케팅 학회를 하며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늘 인터넷에 있는 자료만 재해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며 "실제로 데이터를 직접 보고 분석해보는 경험도 없었고, 가게를 직접 현장 방문하면서 소비자 관찰하는 부분을 좀 채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잘나가게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냈을 때 사장님의 실제 고민과 피드백을 듣고, 그에 맞게 이를 수정하고, 잘 안 되는 부분은 바꿔가면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생각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KT는 이번 프로젝트 이후에도 서울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한 '소상공인 마케팅 지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프로젝트 역시 대학생과 소상공인을 엮어 잘나가게와 서울시의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를 활용해 빅데이터 기반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 잘나가게, 소상공인 누구나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만들 것
KT는 향후 잘나가게 서비스에 더욱 더 다양한 빅데이터를 입혀 서비스 고도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또한 꾸준한 안내 등을 통해 많은 소상공인들이 빅데이터를 반영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서 차장은 "잘나가게 홈페이지를 통해 KT가 확보한 유동인구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며 "KT는 통신사로서, 그에 맞는 데이터를 많이 구축해 놨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잘나가게를 통해 제공하는 상권분석 등의 말고도 서비스화 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다"며 "가령, 가게에 걸려온 전화를 누가, 언제했는지 보여주는 메뉴도 준비하고 있고, 온라인 홍보 방법이나 가게 입지가 괜찮은지 자동으로 점포 후보를 진단해주는 서비스도 표준화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차장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서비스화할 수 있는 메뉴들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출시를 하는 게 잘나가게의 목표"라며 "이를 통해 소상공인들의 장사가 더 잘 되게 만들고, 더 많은 이들이 이용하실 수 있는 하는 플랫폼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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