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죄, 왜 근절되지 못하나?

서울문화사 2022. 10. 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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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위협하는 스토킹. 호감을 가장한 접촉이 일상을 위협한다.

피해자 고통 가중시키는 조항

수사기관의 느슨한 조치와 낮은 형량이 대표 원인으로 꼽힌다. 피해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하면서 범죄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수사기관의 미온적인 대응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현장 일선에 있는 전문가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 분리를 조치하는 경우가 적다며 수사기관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법이 규정한 접근금지 조항과 전기통신 기기(스마트 워치) 지급만으로는 피해자의 신변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수많은 스토킹 범죄 사례를 통해 드러났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을 비롯해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 모두 피해자가 신변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시행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전 여자친구의 자택에 무단 침입해 살인을 저지른 서울 중구 오피스텔 살인 사건 당시 피해자는 지급받은 스마트 워치를 사용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오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스토킹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건수는 현저히 적다. 즉 스토킹을 중대 범죄로 바라보는 인식이 부족한 현실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대법원·부산지방법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경찰에 신고 접수된 스토킹 범죄 건수는 총 2만 7,234건이다. 이 중 구속영장이 신청된 건수는 377건이었다. 신고 접수 대비 1%에 그친다. 이를 두고 여성 단체 및 정치권에선 범죄 근절을 위해선 스토킹 행위 자체를 중대 범죄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적으로 공포와 불안을 유발하는 스토킹 행위를 좋아하는 감정으로 치부할 순 없다는 것이다.

스토킹 처벌법의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양산하는 조항으로 꼽혀왔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는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죄를 말한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되던 경찰 수사는 물론 재판도 중단된다. 즉 가해자가 받고 있는 혐의가 전면 기각되며 가해자는 무죄가 된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이라는 2차 피해로 이졌다. 가해자가 무죄를 받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하고, 이 과정에서 접촉을 시도하며 물리적 위협을 가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자 피해자는 가해자의 협박이나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용서를 택하게 된다. 반의사불벌죄 폐지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법무부가 해당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이 없다는 것 또한 범죄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지적된다. 양형 기준은 법관의 자의적 판단으로 인해 형량 차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법원이 설정한 형량 범위를 말한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스토킹 범죄가 실형으로 인정된 경우는 전체 중 22%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78%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형 기준의 부재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피해자가 감당하게 된다. 스토킹 범죄 특성상 가해자가 보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피해자는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신당역 역무원 살인 사건 발생 이후 양형위원회에서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사례를 분석하는 등 스토킹 범죄의 양형 기준을 정하기 위한 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만연한 온라인 스토킹… 처벌은 불가

스토킹 범죄는 온라인에서도 발생한다. SNS 사칭 계정을 만드는 행위, 연인 관계임을 주장하는 허위 사실 유포, 합성을 통한 음란물 배포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온라인 스토킹 범죄의 특징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상에 게재된 게시물이 영구적으로 남거나 경로를 알 수 없이 빠르게 확산해 피해 구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피해가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한국여성정치연구소가 공개한 ‘온라인 스토킹 피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여성 903명 가운데 79.2%(715명)가 온라인 스토킹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사생활 캐내기, 원치 않는 글과 이미지 전송, 허락하지 않은 용도로 개인 정보 사용과 유포, 당사자 사칭 등이 대표적인 피해 유형이다. 온라인 스토킹 범죄 피해 신고는 8.8%에 불과했다.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거 같다”는 답변이 83.1%로 가장 많았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범죄는 처벌 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에서 규정한 스토킹 행위는 오프라인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스토킹 처벌법 2조에 ‘우편·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말 등을 도달하는 행위’를 범죄라고 명시했으나 온라인 스토킹 범죄는 가해자의 행위가 직접 도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해외에서는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스토킹 범죄 또한 무겁게 받아들인다. 미국은 기존 스토킹 처벌법과 별개로 온라인 스토킹 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형법은 사이버 괴롭힘에 대한 세부 조항을 만들었다. △다른 사람 또는 그 사람의 가족에게 합리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할 의도로 △전자 통신 장비를 이용해 △동의 없이 △물리적 접촉·상해·괴롭힘을 유발하기 위해 △제3자로 하여금 불법 행위를 부추기거나 괴롭히는 성격의 △개인 정보를 전자적으로 배포·게시하거나 이메일을 보내거나 다운로드가 가능하게 만드는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고 위 내용에 해당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독일과 일본 또한 온라인 스토킹 범죄를 처벌한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로 간주한다.

그동안 봐왔던 수많은 스토킹 범죄를 통해 우리는 알게 됐다. 스토킹 범죄에 안전지대는 없다. 그리고 특별한 누군가에게 벌어지는 범죄도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에디터 : 김연주 |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 자료제공 : 세계법제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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