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노예화, 성소수자 핍박...끊이지 않는 카타르 월드컵 추문

김세훈 기자 2022. 10. 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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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권 행동자 피터 태첼이 지난 25일 카타르 국립박물관 앞에서 카타르 정부가 성소수자를 핍박하는 데 대해 항의하고 있다. 피터 태첼 재단 제공



“경기장, 도로 등 모든 걸 만든 우리를 밖으로 몰아내고 있다.”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각국 대표팀 주장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 말할 시간 30초를 보장하라. <영국 성소수자 권리 행동가>

카타르 월드컵을 한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카타르 정부의 비인간적인 행동과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2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수많은 카타르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금 현재 도하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로이터는 “외국인 노동자 수 천 명이 도하 중심부 아파트, 숙소에서 쫓겨나 외곽으로 강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 노동자들이다. 로이터는 “어떤 건물은 노동자를 강제 이주시킨 뒤 전기 공급을 끊었다”며 “노동자들은 카타르 정부 보복이 두려워 이름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노동자는 “예고 없이 당장 이주하라는 말을 듣고 400명이 11일 만에 이동했다”며 “1분 안에 움직여야 했다”며 긴박함을 전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는 “14년 동안 38명과 함께 살아온 곳인데 모두 48시간 안에 떠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카타르에 거주하는 300만 명 중 85% 안팎이 외국인 노동자다. 카타르는 월드컵을 유치한 뒤 인프라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했고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적잖은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카타르 정부는 이번 퇴거 조치에 대해 “월드컵과 관련이 없다”며 “도하 지역을 재구성하려는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영국 행동자 피터 태첼(70)은 지난 25일 카타르 국립박물관 앞에서 카타르 정부가 성소수자를 핍박하는 데 대해 항의하다가 체포됐다. 보수적인 이슬람국가 카타르에서는 동성애가 불법이고 적발될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하는 애정표현도 범죄로 취급받을 수 있다. 태첼은 “월드컵 기간 중 각국 대표팀 주장들이 인터뷰 말미에 성소수자 권리에 대해서 발언할 시간 30초를 할애하라”며 “이는 카타르 정부와 민주주의와 인권을 비밀리에 주장하는 카타르 국민에게도 환상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29일 “LGBT 축구 팬 그룹들이 카타르 방문과 월드컵 시청을 거부하는 보이콧을 선언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1250명 이상 회원을 가진 아스널 성소수자 팬들을 위한 지지 단체 고위관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카타르에서 자행되는 성소수자 인권 문제에 ‘귀먹은 침묵(deafening silence)’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와 관련해 온갖 추문에 시달리고 있다. 유치 과정부터 뇌물 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FIFA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후에도 노동자 핍박과 노예화, 성소수자 권리 묵살, 과도한 에너지가 소요되는 경기장, 천문학적인 개최 비용, 극도로 제한된 주류 판매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 최초로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은 다음달 20일 개막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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