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누명 쓰고 38년 복역한 美 남성, DNA 검사서 '무죄'

김태훈 2022. 10. 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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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1980년대에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40년 가까이 복역해 온 남성이 유전자(DNA) 검사 결과 무죄가 확인돼 풀려나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년 가까이 교도소에 갇혀 지낸 헤이스팅스는 2000년 "그때 피해자 몸에서 발견됐다는 체액의 DNA가 나와 일치하는지 검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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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여성 성폭행 후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억울해" 외쳤으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확정
최근 DNA 검사에서 '범인 아냐' 판정 후 석방
진범은 다른 죄로 교도소 수감 중 2020년 사망

미국에서 1980년대에 여성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40년 가까이 복역해 온 남성이 유전자(DNA) 검사 결과 무죄가 확인돼 풀려나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30대 젊은 시절에 교도소에 들어가 이제 거의 70대가 된 이 남성은 ‘누굴 원망하기보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을 즐기고 싶을 뿐’이란 소감을 밝혔다.

살인죄 누명을 쓰고 38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 남성 모리스 헤이스팅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최근 DNA 검사 결과에 따른 무죄 및 석방 판결을 들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의 한 교도소에서 1984년부터 수형생활을 해 온 모리스 헤이스팅스(69)가 지난 20일 석방됐다. 법원이 그에게 확정한 가석방 없는 종신형 판결이 무효인 것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헤이스팅스에 대한 법원의 유죄 선고는 끔찍할 만큼 부당했다”며 “유죄가 아님을 보여주는 새로운 증거가 나온 순간 신속하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사법체계는 완벽하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검찰에 따르면 헤이스팅스는 39년 전인 1983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하고 머리에 총을 쏴 살해한 뒤 시신을 승용차 트렁크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피해 여성을 부검한 수사당국은 남성의 체액을 발견했고, 이를 헤이스팅스의 것으로 단정했다. 헤이스팅스는 혐의를 극력 부인했으나 검찰은 물론 법원도, 배심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범행의 잔혹함을 들어 사형을 구형했으나 1988년 법원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하고 이것이 확정됐다.

그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DNA 검사 기술은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20년 가까이 교도소에 갇혀 지낸 헤이스팅스는 2000년 “그때 피해자 몸에서 발견됐다는 체액의 DNA가 나와 일치하는지 검사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때 이후로 헤이스팅스는 줄기차게 “나는 억울하다”며 DNA 검사 실시를 하소연했고 결국 2021년 검사가 이뤄졌다. 오래 전 발생한 사건이다 보니 분석에 시간이 다소 걸려 올해 6월에야 “당시 검출된 DNA는 헤이스팅스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놀라운 것은 사건이 일어났을 무렵 피해 여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접촉한 흔적이 있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던 다른 남성이 진범으로 확인됐다는 점이다. 다만 이 남성은 별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2020년 사망해 ‘정의’의 실현은 요원해졌다.

헤이스팅스는 석방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이날이 오기를 여러 해 동안 기도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제 와 누구를 손가락질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며 “쓰라린 기억은 뒤로 하고 그저 남은 인생을 즐기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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