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우영우》 만들자” 콘텐츠에 힘 싣는 통신 3사
인기 PD 영입, 제작 스튜디오 설립 등 투자 강화
(시사저널=김용수 시사저널e. 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콘텐츠를 차세대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았다. 자체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인기 프로듀서(PD)를 영입하는 등 관련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본업인 통신사업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통신 3사가 콘텐츠 사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합리적인 콘텐츠 투자 등에 방점을 둔 사업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통신 3사 중에서 콘텐츠 사업에서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KT가 사실상 유일하다. KT는 지난해 설립한 미디어·콘텐츠 전문법인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콘텐츠 사업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최고 흥행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넷플릭스, 채널 ENA 등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콘텐츠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영우》로 콘텐츠 기업 가능성 보여준 KT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제작과 스카이TV 채널 등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3조6000억원 수준의 그룹 미디어 매출을 2025년까지 5조원 수준으로 30% 늘리고, 국내 1위 종합 미디어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10월 초엔 KT스튜디오지니 산하 지니뮤직과 밀리의서재가 공동으로 KT의 AI 기술 기반 오디오 드라마를 출시하는 등 콘텐츠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에도 나섰다. 이들 기업은 밀리의서재가 발굴한 독서 지식재산권(IP) 기반 오디오·영상 콘텐츠 등 2차 제작을 확대할 계획이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우영우》의 성공으로 스튜디오지니의 제작 역량이 입증되고, 채널 ENA의 인지도도 크게 상승했다"면서 "OTT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즌과 티빙의 합병으로 가입자·콘텐츠·채널·플랫폼 간 시너지가 확대됨으로써 미디어 사업의 경쟁력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웨이브를 필두로 OTT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웨이브는 HBO 등 해외 콘텐츠 독점 제공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설립한 자체 스튜디오 '스튜디오웨이브'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웨이브는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단 계획도 밝힌 상태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판교에 시각특수효과(VFX) 콘텐츠 스튜디오 '팀스튜디오'도 구축했다. 팀스튜디오는 약 930평 규모에 LED 월 스테이지를 갖추고 있어 현지 촬영에 나서지 않아도 실제와 같은 수준의 그래픽을 실시간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통신 3사 중 이 같은 VFX 스튜디오를 갖춘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그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사업자들과의 제휴 형태로 콘텐츠 사업을 추진해온 LG유플러스도 올 들어 자체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말 인사개편에서 CJ ENM, 하이브 등을 거친 이상진 상무를 최고콘텐츠책임자(CCO) 산하 콘텐츠사업담당으로 영입했고, 올 초에는 CJ ENM 출신 이덕재 전무를 CCO로 스카우트했다. 여기에 최근엔 콘텐츠 기획·제작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인재로 지상파 방송사 출신 신정수 PD와 임형택 PD도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CCO 산하 콘텐츠제작센터에서 각종 콘텐츠 기획·제작 등 업무를 맡는다. LG유플러스는 향후 전문 인재를 중심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서비스 'U+모바일tv'와 인터넷(IP)TV 서비스 'U+tv' 등 플랫폼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또 LG유플러스는 인기 콘텐츠인 영유아 서비스 'U+아이들나라'를 분사해 구독형 플랫폼으로 독립시킬 예정이다.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아이들나라가 IPTV를 중심으로 서비스하다 보니 고객의 이용 패턴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부모와 자녀 고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접점을 만들기 위해 '키즈향 넷플릭스'로 자리매김할 구독형 플랫폼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후발주자 SKT·LGU+도 추격에 고삐
통신 3사가 자체 콘텐츠 제작 확대 등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성장 한계에 직면해 더 이상 가입자를 늘리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케이블TV, SO를 인수했기 때문에 지역채널을 위해서라도 콘텐츠 투자를 해야 하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통신 3사의 탈(脫)통신 기조로 보면 당연히 콘텐츠로 가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플랫폼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을 같이 하면 더 위력적이란 점도 있다"면서 "OTT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은데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콘텐츠를 가지면 실질적으로 모든 플랫폼에 배급하는 등 유통에 관한 힘을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콘텐츠 사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기업 가치 제고 차원에서 콘텐츠 사업을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삼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우영우》가 흥행하자 KT의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 흐름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통신사들이 자체 콘텐츠를 확대하면서 관련 매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KT의 경우 올 2분기 KT스튜디오지니와 시즌, 지니뮤직 등의 매출이 285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7% 증가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매출 중 미디어 사업은 전년 대비 22.3% 늘어난 3821억원을 기록했고, LG유플러스의 IPTV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327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통신 3사가 콘텐츠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인재 영입과 합리적인 투자 등 사업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방송의 역사를 보면 (콘텐츠 분야에선) 기업이 가진 속성이 중요하다. 기존의 유료방송, PP도 처음 성공한 것은 지상파 인력이 왔기 때문이었다"면서 "인적자원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갖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리적인 가격에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노 연구위원은 "시나리오 공모를 하거나 원천 IP를 웹소설 쪽으로 눈을 돌리는 등 투트랙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콘텐츠 제작 역량이 우월하다고 볼 수 없는 회사엔 제작과 직접 연관된 부분이 아니더라도 기획 단계에서 제작 관련 소스를 발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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