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지역경제] 꽃망울 터지며 지역 상권도 활짝 '꽃밭의 경제학'

양지웅 2022. 10.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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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인제 등 강원 접경지역서 가을철 꽃밭 운영하며 지역경기 활력
입장료 일부 지역화폐로 환원…현지서 꽃 수매해 농가 소득 증대도
관광객 붐비는 고석정 꽃밭 [철원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철원·인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꽃은 유혹한다. 그 화려한 색과 향기는 벌과 나비의 날갯짓뿐 아니라 사람의 발걸음도 끌어당긴다.

강원도는 다른 시도보다 일찍 서늘해지는 까닭에 가을꽃들이 그 망울을 일찍 터뜨린다.

도내 접경지역인 철원·인제군은 이러한 지리·기후적 특성을 살려 가을꽃 축제를 빠르게 시작해 전국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이들이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에 빠져 지갑도 활짝 열면서 지역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가을 매력 뽐내는 철원 고석정 꽃밭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쟁의 땅에서 오색 찬란한 가을 무대로…철원 고석정 꽃밭

지금은 전국에서 관광객이 모이는 대형 꽃밭인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고석정 일원은 8년 전까지만 해도 'Y진지'로 불린 포 사격 훈련장이었다.

철원군이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하고자 2015년 군부대로부터 부지를 넘겨받고 2017년부터 꽃밭을 조성해 지역 명소로 가꿨다.

초창기에는 코스모스로 단조로웠던 꽃 종류도 해바라기와 촛불 맨드라미, 백일홍, 구절초, 메밀꽃, 국화, 억새 등 18가지로 점차 늘렸다.

24만㎡ 규모의 꽃밭 내 1.2㎞ 구간을 운행하는 깡통 열차와 먹거리촌, 버스킹, 불꽃놀이, 세종대왕 강무(講武) 행차 재현 등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를 마련했다.

고석정 꽃밭에는 가을철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렸고, 지난해에는 9∼10월 두 달 동안 누적 관람객은 39만298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6천729명이 꽃밭을 찾은 수치며, 개천절에는 3만3천150명이 찾아 하루 최다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울긋불긋 물든 철원 고석정 꽃밭 [연합뉴스 자료사진]

군은 1인당 직접적인 소비지출 효과를 따져 경제 유발 효과가 80억 원에 이르렀으며, 특산물 판매 등 간접 효과도 포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라앉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도 지난달 9일부터 문을 열어 이달 25일까지 47일 동안 35만5천978명이 찾았다.

무료로 운영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나이와 입장객 규모에 따라 1명당 2천∼6천원의 입장료를 받아 수입 11억3천369만1천원을 거뒀다.

군은 입장료 수익까지 더해 경제 유발 효과는 지난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산했다.

또 입장료 중 절반은 지역화폐인 철원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줘 지역경기 활성화를 유도했다.

실제로 꽃밭 운영 기간 주말이나 휴일이면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 평소보다 손님이 더욱 몰렸다.

이러한 성공에 정선과 삼척은 물론 경북 청송과 경기 연천·포천·양주 등 다른 지역 관계자들도 꽃밭을 방문해 인기 비결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이현종 철원군수는 "전쟁을 대비하던 포 훈련장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꽃밭으로 거듭났다"며 "상권 활성화 등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는 물론 접경지역 안보에 머물던 철원 관광을 수려한 자연에까지 폭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인제 가을꽃축제 찾은 관광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역에서 꽃 조달해 농가 소득도 쑥쑥…인제 가을꽃축제

인제군 역시 내설악 단풍을 품은 북면 용대리 일원에 3만㎡ 규모의 꽃밭을 꾸미고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제4회 인제 가을꽃축제'를 열었다.

국화 약 2만1천 주와 마편초, 댑싸리, 구절초 등 30여 종에 달하는 야생화 20만 주가 내설악 가을과 어우러져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았고, 울창한 소나무 숲과 폭포 주변 둘레길에서는 음악 공연이 펼쳐져 휴식을 선물했다.

인제군은 축제 기간 15만7천803이 행사장을 다녀가 60억원의 경제 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행사장 안에 먹거리촌을 과감히 줄여 관광객 발걸음을 인근 음식점으로 이끌었다.

인제군은 행사장을 무료로 개방해 더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이들을 통해 지역 경기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축제에서도 입장료 대신 주차비를 받고 일부를 지역화폐로 돌려주는 방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가을꽃 만발한 인제 축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축제를 통한 수익은 인근 상인은 물론 주민에게도 돌아갔다.

꽃밭 꾸미기에 들어간 국화 2만1천 주 가운데 3분의 1인 7천 주를 지역 농가에서 조달했기 때문이다.

농가는 행사장 안에서도 국화 화분 5천 개를 판매해 총 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인제군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농가에 국화 재배 기술을 보급했고, 축제를 통한 화훼 농업 활성화를 계획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꽃이 돈이 된다'는 점을 체감시켜 자연스럽게 화훼 재배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정수 인제군 문화재단 축제팀장은 "축제가 지역경기 활성화는 물론 농가 수익 증대의 발판이 되도록 육성하겠다"며 "가을꽃이 일찍 피는 이점을 살려 앞으로 다른 지자체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흐드러진 국화 [연합뉴스 자료사진]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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