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대명사' 니로 하이브리드, 그 별명 유지할수 있나[차알못시승기]
가성비 차량하면 반드시 언급되는게 기아의 니로다. 레이보다 크면서 가격도 준중형 SUV(다목적스포츠차량)인 스포티지보단 저렴해 차에 큰 돈 들이지 않으면서도 적재공간·연비를 모두 챙기고 싶어하는 소비자에게 사랑받았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유럽에서 특히 사랑받았던 모델이기도 하다. 기아는 이번에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부족하다고 지적받던 단점들을 개선시켰다. 대신 그만큼 가격도 올렸다.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니로 하이브리드 풀체인지 모델을 시승해봤다. 품질·디자인 모두 눈에 띄게 개선됐지만 가격 장벽도 높아진 탓에 고민할 거리가 많았다.
풀체인지인만큼 어딘가 아쉬웠던 디자인은 크게 개선됐다. 요즘 대세인 얇고 긴 라이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후면부엔 라이트가 얇고 길게 세로로 디자인돼 누가봐도 '신차'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디자인 언어도 기아 SUV들이 통일된 느낌이다.
내부 디자인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흡사 전세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기아 EV6와 비슷한 느낌이다. 벤츠 같은 일체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됐고, 원형 기어 노브가 들어가 내부 공간도 최대한 살렸다.
기아 K8부터 도입된 공조장치 조작부도 좋다.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을 탑재하려고 많은 완성차 브랜드들이 터치로 공조장치를 조작하는 방식을 택하는데, 직관적이지 않고 운전 중에 다루기도 쉽지 않아 소비자에게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신형 니로는 아날로그 방식과 터치를 조합해 디지털 방식의 장점을 가져오면서도 사용성도 살렸다.
니로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나 높은 효율이다. 공인 연비가 복합 기준 최대 리터당 20.8㎞까지 나온다. 이전 세대보다 리터당 1㎞가 개선됐는데 실제 도심에서 운전하면서 체감되는 연비는 더 컸다. 급가속을 반복했는데도 리터당 20㎞는 가볍게 넘었다.
내부 공간도 차 급에 비해 여전히 크다. 2열엔 키 187㎝ 기자가 허리를 펴고 앉아도 머리 공간이 여유롭게 남는다. 패밀리카로 쓰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트렁크도 골프백 하나를 싣고 그 외 남은 공간에 짐을 넣을 수 있는 수준이다.
차가 크지 않고, 내부 공간은 넓고 연비까지 좋으니 사실 서울 시내에서 이만한 차량은 찾기가 힘들다. 니로를 소형 SUV로 분류하기는 하지만, 코나·티볼리 같이 기존 SUV 형태에 크기만 작아진 게 아닌 디자인이고, 그렇다고 골프 같은 해치백으로 분류하기엔 차가 좀 큰 편이다. 니로만 독립적인 세그먼트로 분류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다.
편의사양도 대폭 늘어났다. 준중형급 이상에만 들어가던 파킹 어시스트가 들어갔다. 원격으로 차를 앞·뒤로 이동시킬 수 있어 좁은 주차공간에 용이하다. 소형 SUV에선 귀한 전동 트렁크도 탑재됐다. 비가 내리는 정도에 따라 와이퍼를 조정하는 레인 센서도 들어갔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진 게 단점이다. 니로 하이브리드는 가장 저렴한 트림이 2660만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 사양을 비선호 옵션들과 함께 묶어 비싼 값에 살 수 밖에 없게 해놨다.
기자가 탔던 시승차는 1.6 하이브리드 시그니처 트림에 풀옵션으로 3923만원을 호가하는데, 이는 사실상 준중형 SUV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중간 트림과 맞먹는 수준이다. '니로 하이브리드 살바엔 스포티지 사는 게 낫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부품난과 초과 수요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초절정인만큼 나쁘지 않은 대안이기도 하다. 10월 기아 납기표에 따르면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는 18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데, 니로 하이브리드는 8개월을 기다리면 차를 받을 수 있다. 부품난 해소 시점이 요원한 현재로선 하이브리드 SUV가 급한 소비자에겐 좋은 대안이라는 말이다.
니로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트렌디 2660만원 △프레스티지 2895만원 △시그니처 3306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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