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대전환 시대] 전동화 선도 위해 ‘원팀’ 구축…배터리사에 쏟아진 러브콜

우수한 기술력·높은 수율로 ‘슈퍼 을’ 된 배터리
LG엔솔·삼성SDI, 3분기 매출 7조·5조원 돌파
2030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 5400만대 수준
완성차·배터리 잇달아 합작사 설립 ‘동맹 관계’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경기 침체와 원자잿값 상승 등 각종 악재에도 국내 대표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급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우수한 기술력과 높은 수율을 확보한 배터리사와 공고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러브콜’이 쏟아지면서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북미 생산이 필수화되면서, 현지 생산 거점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슈퍼 을’로 거듭났다는 평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매출액 7조6482억원을, 삼성SDI는 5조368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9％, 56.1％ 증가한 수치다.

양사는 또 나란히 역대 최고 수준인 5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성도 좋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3분기 영업이익률을 6.8％로, 2020년 3.1％에서 대폭 상승했다. 삼성SDI는 3분기 사상 처음으로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올해 약 1000만대 수준인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는 2030년에는 54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전체 완성차 시장에서 절반가량이 전기차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오하이오주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 얼티엄셀즈 1공장. [얼티엄셀즈 제공]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이미 글로벌 ‘톱10’ 완성차 업체 중 8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3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70조원에 달한다.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전통적인 갑을의 관계로 인식돼 오던 완성차-부품사 관계가 보다 장기적인 협력 관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 공장은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서로 비용 부담을 줄이고,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자동차와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특히 GM과 건설한 미국 오하이오주 합작 1공장의 경우 이미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내년부터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말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공장 생산량은 250GWh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업계에서는 압도적인 규모에서 발생하는 원재료 조달 및 운용 경쟁력이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윤호(오른쪽 첫번째부터)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과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가 지난 8월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 배터리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삼성SDI 제공]

삼성SDI 역시 높은 성장이 예상된다. BMW, 리비안 등 기존 주요 거래선들의 공급물량이 확대되고 있는 동시에 복수의 업체들과 신규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텔란티스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짓고 있는 합작공장은 IRA 등 북미 시장 대응의 핵심 거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2025년 상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나선다. 삼성SDI가 스텔란티스 외에도 IRA 대응을 위해 신규 미국 거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음달 초 실적 발표를 앞둔 SK온은 올해 3분기 2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4분기부터는 수율 및 원가개선을 바탕으로 흑자전환이 기대된다. SK온은 포드와 미국 테네시주, 켄터키주에 3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 2030년 500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모델의 라이프 사이클은 일반적으로 7~8년이고, 중간에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완성차의 주요 모델을 수주하고 현지에 생산 설비를 확보하면 긴 기간 동안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셀 계약의 트렌드는 8~10년간 장기 공급에 최소 물량까지 확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슈퍼 을이 된 국내 셀 업체들은 적극적인 현지 투자로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iy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