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 더 팔았는데 적자 눈덩이…자금경색 덮쳐 '벼랑끝'

권희원 2022. 10. 3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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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8월 전력판매량 작년보다 4%↑…전력도매가 1KWh당 270원 돌파
채권시장 얼어붙어 6% 금리 한전채도 유찰…자금조달 비용 증가 우려
한전 적자 (CG)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올해 한국전력이 판매한 전력량이 작년보다 늘었음에도 한전의 적자는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등한 국제 에너지가격에 비해 전기요금은 낮아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의 자금조달 창구인 채권시장이 얼어붙고 한전채 금리가 6%에 육박하면서 한전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전력 판매량은 늘었는데 적자는 불어나…SMP 급등에 팔수록 손해

30일 한전의 '8월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력 판매량은 37만854GWh(기가와트시)로 작년 같은 기간(35만6천693GWh)에 비해 4.0% 증가했다.

연간 전력 판매량은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2019년 1.1%, 2020년 2.2% 각각 감소했다가 지난해 다시 4.7% 증가하며 반등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전력 판매량도 4∼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이 작년보다 3.1% 증가한 19만9천520GWh였다. 코로나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장 가동이 늘어난 영향이다.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등이 사용하는 일반용 전력 판매량은 8만6천381GWh로 7.9% 증가했고, 주택용 전력 판매량은 5만4천946GWh로 1.6%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전력판매량 증가에도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이 치솟으면서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 규모는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발전사로부터 한전이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SMP도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기요금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전력 판매량이 늘수록 적자 규모가 커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1KWh당 SMP는 지난 13일 270.24원(육지 가중 평균치 기준)까지 오르며 또 한 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일에 세운 기존 최고 기록(269.98원)을 이틀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시간대별로 살펴보면 한때는 SMP가 1KWh당 300원을 넘기도 했다. 지난 20일 오전 9시 기준 SMP는 359.50원까지 치솟았고 24일 오전 10시에도 304.83원까지 올랐다.

SMP는 지난 2월 올해 처음으로 200원 선을 돌파한 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달 12일부터는 줄곧 200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 겨울 SMP가 3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반면 한전이 소비자에게 전기를 판매하는 단가는 전력 구매 가격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의 1∼8월 1KWh당 전력 구입단가는 144.9원인 데 반해 판매단가는 116.4원에 그쳤다. 1KWh의 전기를 소비자에게 판매할 때마다 28.5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전력 구입단가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KWh당 50원 올랐지만 판매단가는 7.9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한전이 올해 들어 전기요금을 1KWh당 약 20원까지 인상했음에도 손실분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한국, 세계국채지수 관찰대상국에 올라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 가운데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관찰대상국(Watch List)으로 이름을 올렸다. WGBI를 관리하는 FTSE 러셀은 29일(현지시간) 배포한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되고 있다. 2022.9.30 saba@yna.co.kr

회사채 발행해도 유찰…자금경색에 한전 '벼랑끝'

이런 가운데 '레고랜드 사태'와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한전의 자금 조달 창구인 채권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한전의 재무구조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적자 규모가 30조원을 넘어 4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현금 유입이 끊기자 올해 들어서만 23조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채는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금리도 높아 자금시장의 '블랙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한전으로서는 회사채 발행 외에 마땅한 자금조달책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6%에 육박하는 한전채 금리에도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유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기준 3년 만기 한전채의 금리는 5.701%에 달했다.

지난 17일에도 한전은 연 5.75%와 연 5.9% 금리를 제시하고 총 4천억원 규모의 2~3년물 채권을 발행하려 했지만 1천200억원어치는 유찰됐다.

이렇듯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되자 한전은 자금 확보를 위해 더 높은 금리의 채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한전의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추가 인상과 정부 자금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물가 상승과 긴축 재정 기조가 이어지는 탓에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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