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참여 유죄' 억울한 꼬리표, 이제는 벗었다…직권재심 119명

최성국 기자 2022. 10.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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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검, 2년간 직권 재심 청구 119건…과거사적 반성
계엄법위반, 무죄 판결 잇따라…"헌법 존립 위한 정당방위"
5·18민주화운동 제4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원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2주년 전야제에서 풍물패 사전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2022.5.17/뉴스1 ⓒ News1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시민들이 40여년 만에 범죄자의 오명을 점차 벗어던지고 있다.

당시 신군부와 손을 잡고 민주화운동에 나선 시민들을 강압적으로 법정에 세웠던 검찰도 과거사적 반성과 과오 청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30일 광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돼 당시 억울하게 유죄 선고를 받은 119명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직권 재심청구는 피고를 대신해 잘못된 원심 판결을 다시 재판해달라는 취지로, 해당 사건들에 대해 검찰 측은 '피고인의 무죄'를 구형하는 식이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전두환 등이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후, 폭력적 불법수단을 동원해 전국에 비상계엄을 확대하는 등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가 반란죄,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5·18민주화운동특별법도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나 군사 반란,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유조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5·18민주화운동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광주 시민들은 당시 항소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는 일이 허다하자 대법원 상고조차 포기하고, 당시 민주화운동으로 숨진 시민들에 대한 부채감으로 인해 42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재심청구를 포기하고 범죄자로 낙인찍혀 인생을 살아왔다.

실제로 당시 검찰의 5·18민주화운동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장을 살펴보면 전남대학생들의 정당한 시위를 '불법 시위의 극렬화'로, 시민들의 전두환 퇴진 요구를 '국가 마비 사태를 부른 불법시위', '폭도화', '광주지역 평온 저해 행위' 로 표현하고 있다.

제대로 된 재판을 받지 못하고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이 5·18민주화운동 42년 만에 정당한 재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광주고법 형사1부는 계엄법 엄법 위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오모씨(72)에 대한 검찰의 직권 재심 요청에 따라 재판을 열고 그의 무죄를 선고했다.

1980년 8월 광주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오씨는 전두환에 대한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과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 받았다.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사유로 광주고법에 항소한 오씨는 1981년 6월 징역 1년에 선고유예를 확정 받았다.

당시 검찰은 그가 "人(사람인)자는 8년을, 王(왕)자는 왕을 말하기에 8년간 왕을 한다. 十(열십)자는 10년을, 二(이)자는 총 2방을 의미해 10년째는 총 두방으로 시해된다"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피고들의 직접 재심 요구에 따른 무죄선고도 이어지고 있다.

광주고법은 지난 20일 5·18민주화운동 직전 고 박관현 열사와 함께 민족민주화 성회에 참가했던 이모씨(66)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1980년 5월3일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박관현 열사와 함께 시국 성토대회에 참가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했다.

또 같은 달 전남대 대강당에서 열린 민족민주화성회에 참가해 대학생 4000여명과 함께 '제1시국선언문' 낭독을 듣고 16일 전남도청 앞에서 횃불 190여개를 앞세운 가두시위에 동참해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이씨는 1980년 12월29일 내란부화수행, 계엄법 위반 혐의로 육군계엄고등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1980년 5월20일부터 22일까지 계엄군을 광주시 밖으로 내쫓기 위해 전남도청과 공원에서 "전두환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친 노모씨(67)도 계엄법 위반 혐의로 1982년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지 40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당시 항소심을 거친 노씨는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으나 올해 3월에서야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장은 "5·18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나 헌정질서파괴의 범행을 저지 또는 반대한 행위는 범죄가 아니다"며 "이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로 무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한다"고 판결했다.

검찰 관계자는 "119건에 대한 직권 재심 요청은 5·18민주화운동이 헌정질서 파괴하는 정당행위라는 것을 인정하고, 과거 검찰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과거사적 청산을 위한 것이다"며 "순차적으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기에 관계자들의 무죄 선고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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