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하면 끝일까요? 진짜 연주는 그때부터 시작

임석규 2022. 10. 3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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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루는 건 콩쿠르로 끝이 아니에요. 그때부터 시작이죠." 파가니니 콩쿠르와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의 말이라서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201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다시는 콩쿠르에 나갈 일 없고, 이제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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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모 바이올리니스트 인터뷰
다음달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산시향과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겨루는 건 콩쿠르로 끝이 아니에요. 그때부터 시작이죠.” 파가니니 콩쿠르와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모두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의 말이라서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2015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했을 때 “다시는 콩쿠르에 나갈 일 없고, 이제 원하는 걸 다 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 생각보다 오를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았다. 팬데믹은 연주 기회를 더욱 줄였다. 활로를 찾아야 했다. 고민 끝에 콩쿠르에 다시 나갔고, 이번에도 그는 우승했다. 지난 6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시벨리우스 콩쿠르였다. 두 콩쿠르 모두 그가 한국인 최초 우승자다.

지난 27일 롯데콘서트홀 연습실에 양인모가 나타났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른 그가 바흐의 파르티타 1번 연주를 마치고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콩쿠르 이후 정체하는 연주자들을 많이 봤어요. 잠깐 반짝하고 사라지는 연주자들도 많고요. 그게 두려워요.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음악을 대한다면 생명력이 길게 이어지는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커리어를 이루는 것보다 길게 유지하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음달 2일 부산문화회관과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산시립교향악단(부산시향)과 협연한다. 부산시향 창립 60돌 기념 연주회다. 그의 선곡은 ‘진은숙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이 곡에 관심이 많아 2년 전에 악보를 구했고, 지난 6월부터 하루 3시간씩 연습하고 있어요. 그동안 연주한 곡들 가운데 기교적으로 가장 어려워요.” 그는 “타악기 27개가 사용되는 이 곡은 색채감과 음향감이 풍부해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 우승하면서 ‘인모니니’란 별칭을 얻은 양인모는 올해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롯데문화재단 제공

그는 현대음악에 애정을 드러냈다.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을 때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쓰는 느낌이랄까요.” 그는 “현대음악과도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찾은 것 같다”며 “21세기를 사는 음악가가 21세기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현대음악이 사명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저는 현대음악이 쉽다고 생각해요. 서울 거리를 돌아다닐 때 들리는 음들이 모두 현대음악이죠.” 현대음악과 대중의 괴리에 대해선 “관객들에게 한 발짝이 아니라 반 발짝씩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연주를 현대곡으로 채우는 게 아니라 적절히 섞어 하나의 이야기처럼 보이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양인모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게 내 곡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직접 써서 연주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주변의 조언을 받아가며 작곡도 매일 조금씩 하고 있어요.” 그는 “작곡에 대한 관심이 음악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연주를 하다 보면 작곡가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더 알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인모니니’란 애칭엔 “어감이 귀여워서 좋다”며 “연주자가 닉네임을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서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파가니니 말고 다른 음악가에도 관심이 많아요. 시벨리우스 콩쿠르에 나간 이유 가운데 하나도 파가니니에 갇힌 게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이후 그에겐 ‘인모리우스’란 또 하나의 별칭이 생겼다. 그는 내년까지 일정이 빼곡하다. 올해 콩쿠르 우승 이후 1개월 동안 매일 2~3곳에서 공연 제의가 들어올 정도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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