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귀못' 정영주 "박하나 내공에 감탄, 상보단 캐릭터 욕심나죠"
공포 영화 ‘귀못’으로 스크린을 찾은 배우 정영주(51)는 앞으로 더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정영주는 영화 ‘귀못’(감독 탁세웅)에서 왕할머니의 유일한 혈육이자 보영을 간병인으로 고용하는 김사모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귀못’은 수살귀가 살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가득한 저수지 근처, 사람이 죽어 나가는 대저택에 숨겨진 보석을 훔치기 위해 간병인으로 들어가게 된 보영(박하나 분)이 아이를 데려오면 안 된다는 금기를 깨고 자신의 아이를 몰래 데려가서 겪게 되는 사투를 그리고 있는 K 정통 호러다. KBS 드라마스페셜의 TV 시네마 작품으로 극장에서 개봉 후, 12월 21일 안방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정영주는 출연 계기를 묻자 “처음에 KBS 단막극에서 시도하는 영화라고 해서 너무 환영했다. 뭐가 됐든 하자고 좋다고 했다. 대본을 봤는데 한 시간 만에 다 읽었다. 그리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진심이 느껴져 더 좋아졌다. 제가 공포물을 정말 좋아하기도 한다. 공포물이라고 해서 처음엔 내가 귀신이냐고 했다. 그런데 귀신보다 못 돼먹은 인간이더라. 옛날 ‘전설의 고향’에 나가고 싶었는데, 그런 느낌과 기운이 있어서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자신이 연기한 '김사모'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캐릭터다. 공포물에서 갈등 구조를 가져가는 캐릭터다. 가진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더 가지려고 하는 탐욕스러운 사람이고, 숙모를 못살게 굴면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도 안하무인인 인물이다. 감독님과 어떤 포인트에 힘을 줄지 고민을 나누며 만들어갔다. 러닝타임 때문에 덜어낸 부분이 있지만 보영이와 갈등 관계 등 인물 관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귀못’에서 허진 선배, 박하나와 함께한 촬영은 많지 않았지만, 너무 좋았어요. 고기를 뜯어 먹는 장면이나 수중 촬영 에서 허진 선생님이 고생을 많이 하셨죠. 사실 먹는 연기도 쉽지 않아요. 작품을 보고 느낀 건 허진 선배가 아닌 왕할머니는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긴 호흡을 유지한 박하나도 존경스럽고요. 내공은 무시할 수 없죠. 둘이 싸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서로의 에너지가 부딪치는 게 느껴져 기분이 좋았죠.”
극 중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앓고 있는 보영의 딸 다정(오은서 분)에 대해서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단다. 정영주는 여러 예능과 방송을 통해 아들이 ADHD를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영주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특히 다정이가 ADHD 성향이 있어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알려드렸는데 감독님이 이미 공부를 많이 하셨더라. 감독님이 되게 똘똘이 스머프 같으시다. 생각이 많고 말도 느릿느릿하지만 만족스러울 땐 엄지를 치켜세우고 칭찬해줘 즐겁게 작업했다”고 귀띔했다.
아들에 대해서는 “병의 강도와 횟수가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타고난 기질에 포함된 거라 완전히 소거되는 건 아니다. 다만 본인도 점점 성숙해지고 사회에 나와서 여러 군상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까 나름 대처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사실 본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엄마인 저랑 있을 때다. 서로 잘 버티고 있다. 아들의 입대가 얼마 남지 않아서 걱정되기도 한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드라마와 영화, 무대를 오가며 활약 중인 정영주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를 통해 제작자로도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정영주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이 더 많이 제작되길 바란다며 “여성 소재 작품이 희귀하다. 관객으로서 강압적인 편식을 강요당하는 느낌도 든다. ‘베르나르다 알바’를 준비하면서 조사해보니 100편 중 10편 정도만이 여성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더라. 이런 편식에서 해방될 방법은 우리가 다양한 소재에 관심을 갖는 것이고, 더 많은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베르나르다 알바’에 여성 10명이 나오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스페인 배경의 작품이 너무 매력적이라 제작에 참여했다. 정말 고마운 게 배우들이 묻지도 따지지 않고 대본을 보자마자 같이 하자고 했다. 지금 3번째 무대에 오른다. 배우들은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함께 도전해준 분들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꾸준히 무대를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정영주는 선배 배우 윤여정 나문희 김영옥처럼 나이 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얼굴과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 했다.
배우로서 욕심나는 것을 묻자 그는 “상 욕심은 없다. 그런데 캐릭터 욕심은 있다. 지금까지 독특한 직업군을 많이 했다. 제 얼굴에서 볼 수 있는 화려함이 배제된 촌부 역도 해보고 싶다. 최근 드라마에서 북한 특수 부대 귀순 용사로 나와 용접도 배우고 금고도 따고 했는데, 피곤할 만큼 디테일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 덕후 느낌의 캐릭터도 좋다. 실존 인물도 기회가 된다면 연기해보고 싶다.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은 있다”며 연기 열정을 뿜어냈다.
“윤여정 나문희 김영옥 선생님처럼 어떤 색깔로든 그 나이까지 무대와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길 바라요. 그분들은 정말 어나 더 레벨이에요. 사고방식도 젊고 기발하고 엉뚱하고요. ‘센스8’에서 만난 윤여정 선배는 정말 멋졌어요. ‘뜨거운 싱어즈’에서 만난 나문희 김영옥 선생님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늘 매도 먼저 맞겠다며 적극적으로 하시더라고요. 그런 두 분을 보면 게으름을 피울 수 없죠.(웃음)”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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