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공포 직면②]3고 복합위기에 곤두박질치는 경제지표…곳곳서 '경고음'
기사내용 요약
경상수지 적자 전환, 무역수지 적자 역대 최대
수출증가율 마저 마이너스…내년 전망도 암울
국가 재정도 110조원 적자…외환 보유액 감소
"외환위기는 아니지만…취약부분들 관리해야"
"위기 온다면 밖 아닌 안에서…민간부채 취약"
[서울·세종=뉴시스] 김성진 옥성구 기자 = 저성장과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각종 경제지표들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표적인 대외건전성 지표인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등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복합 위기 속에서 '위험 신호'는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104억9000만 달러 감소해 30억50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외국인이 배당을 받아가는 시기인 4월에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적은 있지만, 4월이 아닌 달에 상품·서비스 수지 부진으로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12년 2월 이후 10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경상수지가 적자 전환한 것은 대외 여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상품수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8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4억8000만 달러나 감소하면서 44억5000만 달러 적자를 보였다.
상품수지와 연동되는 무역수지 역시 올해 10월20일까지 누계 기준으로 338억4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무역수지 적자를 역대 최대치인 480억 달러까지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종 경제지표의 반등 기회마저 계속 꺾이는 모습이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였던 우리나라 월별 수출 증가율은 6~9월 한 자릿수로 떨어진 뒤 이달(1~20일) 들어서는 '마이너스'(-5.5%) 전환했다.
석유수출기구(OPEC·오펙)와 비회원 산유국 협의체인 OPEC+(오펙플러스)가 다음 달부터 하루 평균 200만 배럴 감산 결정을 하면서 하반기 무역에 더욱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11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을 상향 조정했으며, UBS, ING그룹 등도 100달러 수준으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수출을 이끌던 반도체 경기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영향으로 여전히 '먹구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6억7000만 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감소했다.
반도체 재고율(출하량에 대한 재고 비율)은 지난 8월 99.7%를 기록, 지난해(47.5%)와 비교했을 때 무려 52.2%포인트(p)나 상승했다.
여기에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번 달 보고서에서 내년 전 세계 교역량 증가율을 지난 4월 전망치 3.4%에서 1%로 대폭 하향 조정하며, 경기 둔화에 따른 저조한 수출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국제기구들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우리나라가 2.0% 성장할 것으로 낮춰 잡았으며, 한국은행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1%로 수정했다.
아울러 올해 정부 재정이 110조8000억원 적자가 전망되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쌍둥이 적자'(재정수지·경상수지 모두 적자) 우려까지 제기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9월 경상수지는 흑자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며 현 상황을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했지만, 수출 부진과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지속해서 '경고등'이 들어올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경상수지 적자가 길어지면 우리가 벌어들이는 돈 보다 외국에 나가는 돈이 많아져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외환보유고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국가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킹달러'(달러 초강세)에 따른 환율 방어로 외환 보유고도 줄고 단기외채 비율마저 증가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3월16일(1488원)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444.2원으로 치솟았으며, 원화 방어를 위해 달러를 팔면서 외환 보유액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 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 달러)보다 4.5%(196억6000만 달러·28조원) 감소해 2008년 10월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급감했다.
한국은행은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외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단기외채 비율도 10년 만에 40%대를 넘어섰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5년물 기준)은 60bp(1bp=0.01%포인트)를 기록해 지난해 말 보다 39bp 올랐다.
CDS 프리미엄이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기관이나 국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표가 상승하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려 정부의 외화자금 조달 비용을 높이고 해외자본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까지 진단되는 상황 속에서 환율 상승 폭과 증시 하락 폭이 커지고 수출 부진까지 겹치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와 같은 경제위기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원도가 레고랜드 조성을 위해 발행한 20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밝혀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시장에 외환위기 '트라우마'까지 소환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대외건전성 지표 등이 양호하게 평가되는 만큼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말하지만 최근 여러 시장의 변동성을 가지고 (주장하는)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국제기구나 신용평가사, 국내외 여러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위기 단계에 진입하지는 않았다는 평가에는 동의했지만,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국내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도 국채를 너무 많이 발행해서 (국채가) 잘 팔리지 않을 위기"라며 "자본이 급격히 이동한다고 해도 전 세계 상황을 볼 때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자본 위험은 아닐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다만 레고랜드 사태를 언급하며 "외환위기 직후 금리를 올려 건전한 기업이 무너진 경험이 있다. 오히려 위기가 온다면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올 수 있다"면서 "민간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 어디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경상수지가 구조적으로 적자로 고착되는 상황이라고 보기엔 조금 이르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위기가 시작됐다고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다만 시장상황이 변하고 금리가 오르면서 취약한 부분에서 문제가 터질 수 있다"면서 "레고랜드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급보증을 거절하고 바로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가 올랐다. 단기적으로 신뢰를 튼튼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ksj87@newsis.com,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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