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전약후] 폐암 5년 생존율 2배로…항암 지도 바꾼 '키트루다'의 탄생

이영성 기자 2022.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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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카븐 등 박사 3명 연구로 11년 걸려 개발…다양한 암에 효과
병용요법 기준 치료제 우뚝 …국내도 올해 건강보험 급여 적용, 비용 부담 낮춰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암은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인류를 오랫동안 위협해온 질병이다. 매년 전세계 약 1930만명이 암을 진단 받고, 약 1000만명이 암으로 사망할 정도로 발병률과 치명성이 높은 질환이다(2020년 기준). 암 정복을 목표로 전세계 연구진이 효과적인 항암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다.

의학의 발전으로 암세포의 메커니즘이 속속 밝혀지고 있어 희망적이다. 그러면서 암 정복을 위한 체내 '면역세포'에 대한 의존성은 더욱 커지게 됐다. 면역세포는 암세포처럼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이 때 암세포는 'PD-L1'과 같은 특정 단백질을 스스로 분비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며 성장하는데, 현재 전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이를 억제하는 작용기전으로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다국적제약사 MSD가 판매하는 '키트루다'는 전세계 매출 1위(2분기 세계 매출 약 7조5000억원) 면역항암제로서 전세계 암 관련 의료진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전문의약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폐암에 대해 '5년 생존율'을 2배 이상으로 늘리면서 항암 역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항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면서 앞다퉈 키트루다와 병용투여하는 임상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도 이런 키트루다의 효능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2003년 네덜란드 제약사 개발 시작…3명의 박사 '올해의 발명가상'

키트루다의 개발은 2003년 시작됐다. 네덜란드 제약사 오가논의 미국 보스턴 연구소에서 인간화 단일클론 항체로 개발됐다. 이 때 그레고리 카븐(Gregory Carven), 한스 반 에네나암(Hans van Eenennaam), 존 둘로스(John Dulos) 박사 등이 연구개발에 참여했다.

오가논은 2007년 미국 쉐링프라우사에 인수됐고, 2009년 MSD와 쉐링프라우가 합병하면서 키트루다는 MSD 품에 들어왔다.

키트루다는 개발 시작 7년이 지난 2010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진행 승인을 받았다.

임상1상에서 전례없이 많은 1235명의 흑색종(피부암 일종)과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모집됐다. 2013년 1월 전이성 흑색종에 대해 FDA의 획기적 치료제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이 이뤄졌다. 이후 불과 3년만인 2014년 초 FDA에 신약 허가신청서를 제출, 키트루다는 2014년 9월 미국에서 흑색종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았다. 이후 비소세포폐암 등 암종 적응증을 확대해나갔다.

그레고리 카븐 박사를 비롯한 3명의 연구진은 키트루다 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미국 지적재산권자교육재단(Intellectual Property Owners Education Foundation)이 수여하는 '올해의 발명가상(Inventor of the Year Award)'을 받았다. 올해의 발명가상은 모든 산업에 걸쳐 경제와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창조를 일궈낸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발명가들에게 수여된다.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 바꾸다…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 정복 '성큼'

면역항암제는 다양한 암종에서 효과를 확인하고 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치료 성과를 보이고 있는 암종은 '폐암'이다.

폐암은 10여년간 국내 암 사망률 1위를 기록한 종양으로, 지난해에만 1만8902명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30분마다 1명의 폐암 환자가 사망했다는 의미다. 폐암은 특별한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절반에 가까운(40% 이상) 환자가 암이 진행된 전이성 단계에서 진단받는다. 전이성 폐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10%로 매우 낮다.

하지만 키트루다의 등장으로 전이성 폐암 환자도 장기 생존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키트루다는 임상에서 폐암을 유발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없는 모든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치료법 대비 약 2배 이상의 생존 기간 개선, 높은 반응률을 확인했다. 부작용도 크게 늘지 않아 환자들이 치료 중에도 직장 생활을 계속하는 등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어 더욱 혁신적인 치료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에는 2022 유럽종양학회(ESMO 2022)를 통해 장기 추적 결과가 발표되면서 기대감을 더했다.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로 키트루다 병용요법 치료 시, 전이성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을 기존 치료제 대비 약 2배 가까이 개선하며 면역항암제의 장기 지속 효과를 재확인했다.

4기 폐암 환자들에게 5년 생존율은 암 완치 가능성을 기대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사용된다. 이 수치가 2배로 증가한다는 것은 그 만큼 암 완치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는 의미가 된다.

키트루다 병용요법은 전세계 폐암 의료진들이 최우선으로 참고하는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선호요법'으로 가장 높게 권고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병용요법 신약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키트루다는 올 3월 국내서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환자들의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 지난 2015년 3월 국내 허가를 받은 키트루다는 비소세포폐암과 흑색종을 비롯해 두경부암, 전형적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식도암, 신세포암, 자궁내막암, 고빈도-현미부수체 불안정성(MSI-H) 직결장암, 삼중음성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한 치료 적응증을 갖고 있다.

주사제이며, 의사 진료와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l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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