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예금 갈아타기' 고민된다면... '이 공식'에 대입해 보세요[내돈내산]
'기존 예금 만기까지 새 예금 이자'와 합산
기존 예금 만기 이자보다 크면 갈아타야
편집자주
'내 돈으로 내 가족과 내가 잘 산다!' 금융·부동산부터 절약·절세까지... 복잡한 경제 쏙쏙 풀어드립니다.
● "3%대 예적금이 어디야"... 주식·가상화폐 쏠렸던 돈, 은행에 유턴
제가 7월 4일 '역(逆)머니무브'를 주제로 쓴 기사 제목입니다. 시중은행이 연이율 3% 초반의 정기예금을 속속 출시하며, 투자 자금이 은행 정기예금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이 본격화했을 때였습니다.
● '5.5%' 저축은행 예금 등장... "마지못해 올립니다"
이달 15일 동료 기자의 기사입니다. 그리고 26일 현재는 저축은행 정기예금 중 최고금리가 6.3%까지 뛰었습니다. 불과 네 달 사이 3%포인트나 오른 겁니다. 시중은행 중에도 우대금리를 포함하면 5%를 넘긴 곳이 있습니다. 그사이 한국은행이 금리를 1.25%포인트 올렸으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죠.
예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은행들의 금리 경쟁도 치열합니다. 아래 표를 보죠. 이날 기준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 1~4위 상품과 이들의 한 달 전 금리를 내림차순으로 정리한 겁니다. 금리가 1%포인트 정도 올랐네요. 1, 2위가 바뀐 것도 보이나요? 대구은행 상품은 7위에서 공동 4위로 껑충 뛰었네요.
'뱅보드 차트'를 아시나요
이처럼 순위가 시시각각 바뀌는 게 빌보드 차트 같다고 해서 '뱅보드(뱅크+빌보드) 차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어요. 참고로 실시간 뱅보드 차트는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이나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https://portal.kfb.or.kr/compare/receiving_deposit_3.php
● 금감원 '파인': https://finlife.fss.or.kr/main/main.do
은행의 경쟁까지 더해지며 금리 인상이 더욱 가팔라지자, "최신 정기예금 상품으로 갈아타야 하나" 고민하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분명 최고금리라고 해서 가입했는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 좋은 조건의 상품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알아봤습니다. '정기예금 갈아타기'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요. 김보미나 신한은행 PWM태평로센터 PB팀장,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 이윤미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 부장, 이효신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PB팀장이 정기예금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줬습니다.
질문①: 정기예금 갈아탈 때 고려할 점은?
Q. 금리만 보면 갈아타는 게 이익인 것 같은데 섣불리 움직였다가 손해를 보진 않을지 걱정도 돼요. 갈아타기를 할 때 무엇을 반드시 고려해야 하나요?
하나 이 부장=중도해지 이율을 확인해야 해요. 가입 기간별로 달라요. 중도해지 이율을 따지면 통상 가입 3개월 전엔 신규 예금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해요.
국민 김 센터장=중도해지 이자는 전산상으로 확인하는 걸 추천해요. 중도해지시 다른 조건이 붙을 수 있어 직접 계산하는 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요즘은 은행 홈페이지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우리 이 팀장=금리만 좇다가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어요.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요. 이 경우 2,000만 원 초과분이 종합소득에 합산돼 그만큼 세금이 늘어나요. 국민건강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치고요.
신한 김 팀장=1년 단위로 예금을 갱신할 계획이라면, 내년 하반기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도 염두에 두세요. 올해 8월 가입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을 10월에 갈아탔다고 가정해 볼게요. 만기는 내년 8월에서 10월이 되죠? 그런데 내년에 시장금리가 계속 내려갈 경우 내년 8월 갱신이자가 더 높아 갈아타는 실익이 줄 수도 있어요.
질문②: 갈아타기 계산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Q. 7월 말에 가입한 금리 3% 상품에서 4.5%의 최신 상품으로 갈아타고 싶어요. 갈아타면 얼마나 이익인지 비교해 보고 싶어요.
국민 김 센터장='기존 정기예금 이자(A) < 중도해지 이자(B)+새로 가입할 예금의 남은 가입개월만큼의 이자(C)'면 갈아타는 게 유리해요.
하나 이 부장=이때 '새로 가입할 예금의 만기까지의 이자'로 잘못 계산하는 분이 많아요. 계산법을 설명해 드릴게요. 1,000만 원을 1년 만기로 예치했고, 중도해지 이자는 0.15%라고 가정해 봐요.
(A)=30만 원=1,000만 원×0.03
(B)=3,750원=1,000만 원×0.0015×(3/12)
(C)=33만7,500원=1,000만 원×0.045×(9/12)
30만 원 < (3,750원+33만7,500원) ⇒ "갈아타는 게 이득"
(C)를 구할 때 (9/12)로 곱한 건 기존 예금의 만기 시점에서의 이자 차이를 비교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건 세전 이자니 실제로 손에 쥐는 이자는 각각에서 15.4%를 빼야 해요.
신한 김 팀장= 또는 '중도해지시 포기하는 약정이자 < 중도해지 시점부터 기존 예금 만기 시점까지 금리 차로 인해 얻게 되는 이득'을 비교하는 방법도 있어요. 간단히 구하라고 엑셀 파일로 만들어 봤는데 아래 링크에서 다운받을 수 있어요.
표가 두 개 있는데 왼쪽은 김 센터장, 이 부장이 설명해 준 공식을, 오른쪽은 제가 말한 공식을 엑셀로 변환한 거예요. 왼쪽 표의 노란색 칸에만 정보를 입력하면 됩니다. '중도해지 이자'는 김 센터장 말대로 은행 홈페이지나 앱에서 찾아 입력하세요.
● 계산기 다운로드 링크: https://url.kr/38hfn9
● 계산기 구글 스프레드시트 링크: https://url.kr/83lps9
질문③: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중 뭐가 더 유리한가요?
Q. 금리가 고점에 이를 때까지 파킹통장이나 저축은행 중도해지 예금에 넣는 건 어떨까요? 청약저축 담보대출을 받아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분도 있던데 금리인상기에 또 다른 대출을 받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요?
국민 김 센터장=고금리의 파킹통장이라도 3개월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낮을 것 같아요. 금리가 오를 걸 기다리며 파킹통장에 두는 것보단 1~3개월 정기예금 금리와 비교·확인해 보세요.
신한 김 팀장=3개월 이내 사용할 비상자금은 파킹통장에, 3개월 이상 유지할 자금은 중도해지에 따른 손해가 적은 회전정기예금에 넣는 방법도 있어요. 회전예금은 1개월 또는 3개월 단위로 시장금리에 따라 이자가 변동되는 상품이에요.
우리 이 팀장=저축은행 중도해지 예금은 금리가 정기예금 수준인데 입출금이 자유로운 건 파킹통장과 같죠. 다만 저축은행 판매 상품이니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원리금이 5,0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변동금리인지 고정금리인지 확인하세요. 일부 저축은행 정기예금은 변동금리를 적용하기도 해요. 유사 상품인 파킹통장과의 금리 비교도 당연히 해야 하고요.
하나 이 부장·신한 김 팀장=청약저축 담보대출 이자는 12개월 금융채 또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에 가산금리가 붙습니다. 이날 기준 12개월 금융채 금리는 4.7%대, CD 91일물은 4%에 가깝습니다. 실제 대출금리는 5~7%일 것으로 보여요. 금리인상기라 대출 이자는 더 오를 수도 있고요. 결국 대출을 받아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리 이 팀장=청약저축 담보대출 금리와 정기예금 금리를 비교할 때 정기예금은 꼭 세후 금리를 적용해야 수지타산이 맞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질문④: 정기예금 만기는 어떻게 설정할까요?
Q. 만기는 어떻게 설정하는 게 좋을까요? 다시 투자 환경이 좋아졌는데, 은행에 돈이 묶여서 손해 보면 안 되잖아요.
신한 김 팀장=금리인상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관건인데요. 9월만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됐어요. 그런데 최근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 예측 불가한 상황이에요.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입기간을 3~6개월로 짧게 가져가는 게 좋아요.
하나 이 부장·국민 김 센터장=그리고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을 땐 만기를 중장기로 설정하세요. 증시가 살아날 때를 대비해 분산 투자도 준비하고요.
우리 이 팀장=기간을 길게 가져가거나 정기예금만 추구하는 분이면 고금리의 5년 확정금리 저축보험 상품도 고려해 보세요. 단, 이 경우 월이자지급식으로 가입하거나 만기를 분산해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해야 해요.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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