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른 카드사…저신용자 대출 축소·대환대출 확대
카드사, 카드론 대신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상품 확대…서민 대출문턱 상향
(서울=뉴스1) 신병남 기자 =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카드사들이 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줄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연 6%까지 치솟은 데다 채권 수요마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저신용자 대출을 축소하고, 연체자 대환대출을 확대하는 등 확장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두는 대출 영업으로 방향을 조정하고 있다. 서민들의 대출 문턱이 또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여전채 3년물 금리(AA+, 민간평균)는 연 5.995%로 연초(연 2.42%)보다 3.575%포인트(p) 상승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채권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자 여전채는 지난 한 달 사이에만 0.50%p 가까이 급등했다.
고금리 제시하더라도 여전채를 사겠다는 수요마저 말랐다. 신용등급 'AA0'인 현대카드는 27일 1000억원 규모의 여전채 발행을 앞두고 25일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모집 물량은 800억원에 그쳤다. 이달 들어 지난 25일까지 국내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발행한 채권 규모는 총 8457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1380억원)보다 60% 급감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상반기부터 미국발 고강도 긴축 정책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기에 조달수단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다르다"며 "단기간에 채권시장이 안정되지 않을 거란 전망이 팽배해 대응 마련에 고심이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여전채 금리가 연 4%에 가까워진 4월 이후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려 대출 문턱을 높여왔다. 실제 A카드사의 조달금리(총 차입금)를 보면 2분기(연 2.26%)부터 상승 전환해 3분기 연 2.43%를 기록했다. 전달에는 카드론 최저 취급 금리가 연 16%(법정 최고금리 연 20%)로 오르는 등 최근에는 사실상 고신용자에게만 대출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공시된 신한·삼성·KB국민·롯데·현대·우리·하나카드 등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을 보면 3분기 2796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잔액 증가분(1조4448억원)과 비교해 19.3%에 지나지 않는다.
카드론 이용이 어려워지자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은 금리가 더 높은 상품으로 밀려나고 있다. 1분기 2352억원 감소했던 현금서비스 잔액은 2분기(1395억원)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3분기 2555억원이 늘었다. 신용카드 연체 차주가 이용하는 대환대출 잔액도 1분기 74억원에서 2분기 11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3분기는 467억원까지 뛰었다.
문제는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에 더 어려움을 겪거나 연체율 관리가 힘들어지면 대출 대상을 이보다 더 좁힐 수도 있다는 점이다.
3분기 주요 카드사의 연체율은 신한카드가 0.86%, KB국민카드 0.78%, 삼성카드 0.70%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이어지면서 실제 연체율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카드사의 연체 관리에 대한 부담은 연체율 이상이라는 의미다.
이미 NH농협카드는 향후 연체 차주가 급증할 것이란 판단에 대환대출에 적용할 수 있는 연체회원 분류 고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채무자가 제시된 상환기간, 초기상환금, 금리조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회수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NH농협카드 측은 "금리인상, 물가상승,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 대내외 요인으로 인한 연체 증가에 대한 대응방안"이라며 "단일조건으로 활용에 한계가 있는 현행 대환대출 상품을 고도화해 연체회원 연착륙을 유도하고 손실을 감축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fellsic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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