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태양광, 나 줘요"…獨 100년 기업이 고물 모으는 이유

마리엔필드(독일)=김훈남 기자 2022. 10.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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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 (6회): 태양광 모듈 다시 쓰는 독일①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독일 마리엔필드 소재 라일링 재활용센터. /사진=김훈남


10월19일(현지시간) 써늘한 아침, 독일 북부 항구도시 함부르크를 출발한 열차가 약 3시간 후 북서부 지방의 공업도시 귀터슬로(Gutersloh)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다시 차로 15분 가량 달려 마리엔필드(Marienfeld) 소재 독일 재활용 기업인 '라일링'(Reiling)의 태양광 폐모듈 처리시설을 찾았다.

100년 기업 라일링은 현재 창업주의 4대째가 운영하고 있다. 유리, 목재와 페트(PET) 등을 주로 다뤄온 기업으로, 2007년부터 태양광 폐모듈을 건축 단열재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라일링이 지난해 처리한 태양광 폐모듈은 약 5000톤으로 독일 전체 연간 발생량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독일 마리엔필드 소재 라일링 재활용센터에 재활용을 앞둔 태양광 패널이 보관돼 있다. /사진=김훈남


이곳에 들어오는 태양광 폐모듈은 독일 연방환경청의 위임을 받은 EAR재단(Stiftung Elektro-Altgerate Register)의 요청에 따라 태양광 패널 제조사들이 옮겨온 물건들이다. 독일은 전자·전기 제품의 폐기물 관리방법을 규정한 법인 일렉트로G(일렉트로게)에 따라 제조사들이 태양광 패널 수거와 운반비용을 부담한다.

제조업체가 태양광 폐모듈을 운반해오면 여느 재활용센터와 마찬가지로 하차 전 트럭 무게를 재는 것으로 공정이 시작된다. 폐모듈을 내린 뒤 트럭 무게를 다시 한 번 재면 폐모듈이 얼마나 입고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곳 재활용센터에선 유리와 페트 등 다양한 재활용 소재를 처리할 수 있는데, 태양광 모듈은 유리와 같은 재활용 라인을 활용한다. 태양광 모듈은 주로 120×80㎝ 크기 제품들로 알루미늄틀(프레임) 안에 '전면유리-EVA필름-태양광셀-EVA필름-뒷판' 순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유리는 전체 태양광 모듈의 76%를 차지하는데, 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걸러내는 게 공정의 목표다.

먼저 태양광 폐모듈을 잘게 파쇄한다. 라일링의 태양광 부문 말테 피슬라케(Malte Fislake) 매니저는 "과거에는 모듈을 감싸고 있는 프레임을 제거하고 전선 등 전기 부품을 일일이 탈거했다"면서 "최근에는 공정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곧바로 파쇄공정부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파쇄를 마친 태양광 모듈은 컨베이어 벨트 위 분리기로 올라간다. 체를 사용해 곡식에서 껍질같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것처럼 레일을 좌우로 진동시켜 공정별로 소재를 걸러낸다. 가장 무거운 알루미늄 프레임 조각을 걸러내고 남은 태양광 패널을 다시 파쇄, 진동세기와 체 크기를 바꿔가며 공정을 반복하면 패널 전면에 붙어있던 유리를 구분해 낼 수 있다고 한다.

피슬라케 매니저는 "태양광 모듈에서 나올 수 있는 중금속 오염을 막기 위해 카드뮴 소재 태양광 패널은 공정에 투입하지 않는다"며 "태양광 모듈을 처리하는 모든 공정에는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라일링의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 공정. /사진=김훈남


재활용 공정에서 추출된 유리는 대부분 건축에 쓰이는 단열재로 활용된다. 유리를 녹여 창문과 같은 판유리를 만들기 위해선 불순물을 제거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쉽지 않다고 한다. 라일링의 연구개발(R&D) 부문 민 둑 당(Minh Duc Dang) 매니저는 "재활용 유리로 새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유리 1톤당 불순물이 3g(그램)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며 "현재 순수한 유리와 실리콘을 얻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라일링은 현재 독일 북서부 뮌스터(Munster) 지역에 연간 처리량 최대 4만톤 규모의 태양광 폐모듈 전용 처리시설을 짓고 있다. 내년 초 준공 예정인 뮌스터 공장이 가동되면 태양광 모듈의 성능 검사부터 재사용, 재활용까지 한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라일링은 독일 내 태양광 폐모듈이 증가함에 따라 뮌스터와 마리엔필드 등 재활용 처리시설 4곳을 합쳐 1년에 5만톤 규모 처리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다.

당 매니저는 "뮌스터 시설이 완공돼 태양광 폐모듈 처리에 집중하면 재활용 유리 순도를 높여 판유리 제작도 가능해지고. 실리콘도 잉곳(반도체 등 원료를 녹여 원통형으로 추출한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최종 목표는 이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해 새로운 태양광 모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마리엔필드 소재 라일링 재활용센터에서 태양광 부문 말테 피슬라케(Malte Fislake·오른쪽) 매니저와 R&D부문 민 둑 당(Minh Duc Dang) 매니저가 태양광모듈 재활용 공정을 설명 중이다. /사진=김훈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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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엔필드(독일)=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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