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누렸던 전자·IT산업, 나란히 3분기 ‘어닝쇼크’ 왜?
일각선 "아직도 겨울 초입" 진단
한동안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전자·IT 산업이 올해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데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각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된 탓이다.
30일 연합뉴스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지난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자·IT 기업 대부분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뒷걸음질 친 성적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8천5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1.3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를 피하지 못한 탓에 시장 전망치(11조4천305억원)도 5.1% 밑돌았다.
반도체(DS) 부문의 매출은 23조200억원에 그쳐 3분기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를 대만의 TSMC에 내줬고, 영업이익은 5조1천20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 26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천55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3% 감소해 시장 전망치를 16% 넘게 밑돌았다. 매출도 7.0% 감소했다.
2분기 4천88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7천5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전기 역시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은 6%, 영업이익은 32% 감소했다.
그나마 애플과 같은 탄탄한 고객사를 보유한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 정도만 호실적을 냈다.
LG이노텍은 애플 아이폰 신모델용 고성능 카메라 모듈 공급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32.5% 증가했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이폰 효과로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한데다 4분기마저 '먹구름'이 예상되면서 기업들은 잇따라 투자 축소와 감산 등의 대응책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올해 투자 예상액은 10조원대 후반이다.
노종원 사장은 26일 컨퍼런스콜에서 "지난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의 업계 캐펙스(CAPEX·설비투자) 절감률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의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며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캐파 투자를 최소화하고 공정 전환 투자도 일부 지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지금은 공급자인 메모리 업체들도 고통스럽지만, 사실은 많은 재고를 가진 고객 입장에서 재고자산평가손실 등 여러 측면의 고통을 생각해 보면 현재 상황을 즐기기에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진단했다.
LG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 TV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내년보다 6개월∼1년 앞당기기로 했다. 중국 내 LCD TV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또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에도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3분기 말 기준 4조5천억원 수준인 재고도 연말까지 1조원 이상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기도 "올해 투자는 업황 둔화로 당초 계획 대비 투자 규모가 소폭 감소될 것"이라며 "내년 투자는 아직 투자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올해보다는 다소 감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인위적 감산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단 기업들은 프리미엄 제품에 주력하는 등 사업 구조 재편을 가속하며 위기 상황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재고 조정 강화 등의 여파로 4분기와 내년 상황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무감산' 계획에 대해 "단기적으로 칩 가격 하락폭은 예상보다 더 깊어지고 메모리 시장이 받게 될 충격의 강도도 커질 리스크가 생겼다"며 "안개가 다소 걷힐 듯 보였던 메모리 시장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체들이 캐시카우로 판단 중인 D램은 업계 전반적으로 2023년 투자 축소와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며 "낸드는 일부 업체들이 여전히 경쟁을 고수하고 있어 대부분의 회사가 내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4분기 적자 전환을 우려하는 증권사 전망도 잇따라 나왔고 주가도 9만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공급 조절 의지를 밝혔으나 웨이퍼 감산 등의 직접적인 감산이 아닌 만큼 감산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낸드 적자폭 확대로 4분기 이후 전체 적자 전환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낸드 부문을 인수해 설립된 솔리다임에서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를 찾아볼 수 없으며 경영진 교체 등이 보도되고 있어 장기 성장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어렵다"며 "부진한 중국 경제와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의 판매량 하락으로 모바일 D램과 낸드 모두 재고가 급증해 내년 상반기 적극적인 재고 감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전망도 밝지 않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글로벌 패널 업체들이 분기 10%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며 "연말에 유의미한 수요 회복 시그널이 감지되지 않으면 LCD 라인 구조조정과 인수·합병 등의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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