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빨아들이는 은행권…4대 은행 정기예금 10월에만 40조↑
금융당국, 채권 발행 자제 당부에 '수신 의존도' 커질 듯…연내 6% 정기예금 등장 가능성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국내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10월 한 달 동안 40조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개월 만에 올 한 해 증가량의 약 30%를 채웠다. 한국은행의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더해 유동성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한 은행권의 예금 유치 경쟁이 더해지며 은행으로 현금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으로 돈이 다시 몰리는 '역 머니무브'는 연말로 갈수록 심화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도 사태로 급격히 경색된 채권시장을 풀기 위해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라고 요청하면서, 은행들의 예금 수요가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조만간 6%대 정기 예금 상품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631조591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대비 40조1349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 한해 동안 119조3011억원 늘었는데, 불과 1개월 만에 전체 증가분의 33%를 채운 것이다.
은행들의 정기예금이 이처럼 증가하게 된 데엔 한국은행의 빅스텝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50%에서 3.00%로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연 1%p가량 인상했다. 당시 빅스텝으로 현재 4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7일 기준 연 최고 4.6~4.8% 수준에 형성돼있다.
늘어나는 기업대출 수요와 금융당국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정상화도 정기예금 폭증에 한몫했다.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과 잇따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자, 회사채 발행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 몰렸다. 은행으로선 자금을 끌어모을 유인이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55조5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4000억원 늘었다. 2009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 증가했다.
여기에 LCR 규제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은행의 자금 수요는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의 정상화 계획에 따라 은행들은 12월까지 통합 LCR을 92.5%로 맞춰야 했다.
LCR이란 향후 1개월간 순현금유출액에 대한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로, 일시적으로 은행에서 뭉칫돈이 이탈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다. 은행들은 통합(원화+외화) LCR을 10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은행의 자금공급 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 2020년 4월부터 은행권 통합 LCR 규제비율을 100%에서 85%로 낮춘 바 있다.
9월말 기준 5대 은행 중 한 곳인 A은행의 통합 LCR은 95.7%, B은행은 105.4%로 수치상으로는 여유가 있는 편이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자금 수요가 평소와 같았다면 빡빡하지 않았겠지만,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예금을 더 유치하지 않고선 LCR 비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기적금 역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4대 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6월 말 30조4942억원, 9월 말 31조9837억원으로 늘더니 이달 27일에는 32조2607억원으로 증가했다.
◇ 은행채 발행 막힌 은행권, 수신 의존도 커진다…정기예금 연내 6% 전망도
역 머니무브는 점차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채권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은행의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인 은행채 발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주 금융지주 재무 담당 임원, 은행 재무담당 임원을 잇따라 불러 은행채 발행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8일엔 은행채 발행 계획을 수정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비조치 의견서'까지 내어줬다. 레고랜드 PF ABCP 사태로 채권시장이 급격히 경색된 가운데 은행권이 LCR 규제 준수를 위해 은행채를 다발로 찍어내면서 시장의 자금이 은행으로 빨려 들어가자, 금융당국이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의 예·적금 등 수신 의존도는 더 높아지게 됐다. 금융당국이 LCR 규제 정상화 조치를 6개월 늦추고, 예대율 기준도 100%에서 105%로 한시적으로 완화해줬지만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캐피털콜, 비우량채 매입 등 정부의 주문 사항을 수행하려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게 은행들의 반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을 아예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지만, 차환(은행채 신규 발행을 통한 만기 채권 상환)도 최소화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예금 유치를 위해 금리 경쟁이 벌어질까 다들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종 유동성 규제가 유예됐지만, 나가야 할 돈도 많아 예금 금리를 점차 인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선 연내 연 6% 정기 예금 상품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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