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카톡... 기회 잡는 라인?

양진원 기자 2022. 10. 3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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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흔들린 '카톡 왕국'] ① 높은 카톡의 벽... 듀얼 메신저 시장 열리나

[편집자주]견고했던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0월15일 SK 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서비스가 30시간 이상 먹통이 된 탓이다. 카카오톡이 송금, 선물 등 메신저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어 이용자들의 피해는 더욱 컸다. 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 등 여러 후발주자들은 '반사이익'을 누렸다.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인 카카오톡이 주춤한 틈을 타 기회를 엿보던 '라인'이 향후 시장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국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은 '카카오톡'이 지난 10월15일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30시간 이상 먹통이 된 끝에 정상화됐다. 이에 기회를 엿보인 후발주자 '라인'이 틈새 시장을 노리는 모습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멈춰버린 카톡... 기회 잡는 라인?
② 일본서 히트친 라인, 한국에선 인기 없는 이유
③ "우리도 있다"…라인·텔레그램, 카톡과 다른 것은
지난 10년간 국내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톡'이 휘청거렸다. 지난 10월15일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서비스가 약 30시간 동안 먹통이 됐기 때문이다. 이때를 틈타 국내 시장서 숨죽이던 네이버 메신저 앱 '라인'이 꿈틀대고 있다. 최근 가입자가 늘었는데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카카오톡, 서비스 30시간 마비로 흔들… 라인, 틈새 공략


지난 10월15일 SK C&C 판교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화재로 카카오의 전면적인 서비스가 마비돼 전 국민이 디지털 대란을 겪었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지난 10월24일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장동규 기자
지난 10월15일 SK C&C 판교 IDC에 불이 나 입주해 있던 카카오, 네이버 등의 서비스가 마비됐다. 카카오톡이 계좌 송금 기능 등 단순히 메신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여파는 컸다. 서비스 장애 발생 30시간 만에 이미지·동영상 전송을 포함해 카카오톡 쇼핑하기, 푸쉬 메시지 사용, 주문하기 등 주요 기능을 회복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온라인에선 집단소송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정치권 역시 카카오의 책임을 추궁하면서 관련 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10월19일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으며 김범수 창업자가 지난 10월24일 국정감사에 불려 나가 고개를 숙였지만 실사용자 4750만명에 이르는 카카오톡에 대한 신뢰는 흔들렸다. 당시 카카오는 IDC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화재를 진압하는 방안 등 재난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이 부재했다. 서버를 4곳으로 분산했다지만 사실상 판교에 있는 IDC 한 곳에 대다수 서버를 두었고 비상 상황 시에 가동하는 예비 서버도 신속히 대처하지 못했다.

IDC 전체가 셧다운(전원 공급의 중단이나 사고) 될 가능성은 염두에 두지 않아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궁색하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전문가는 "카카오는 국내 메신저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비상상황을 대비해야 했다"며 "그런 상황이 올 줄 몰랐다고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라인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피해가 경미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같은 데이터 센터에 입주했음에도 신속하게 서비스를 복구했다. 카카오톡이 마비됐을 때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끊기지 않는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란 홍보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그동안 공들인 이원화·이중화 투자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자체 IDC 구축 유무도 중요했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시에 자체 센터 '각'을 보유한 반면 카카오 IDC는 내년에야 경기도 안산시에 세워질 예정이다.


라인, 카카오 먹통 계기로 이용자 급증… 듀얼 메신저 시장 노린다


서비스 먹통 사태를 계기로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사진은 지난 10월15일 PC용 카카오톡의 오류 안내문. /사진=뉴스1
카카오톡의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특히 라인이 급부상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 주말(10월15일~16일) 카톡이 마비된 사이 라인은 이용자 43만명(10월14일)에서 128만명(10월16일)으로 85만명 늘었다. 단시간에 가입자가 3배나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용자가 늘어난 텔레그램(22만명 증가), 페이스북 메신저(19만명 증가)보다 두드러지는 성과다.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지난 10월16일 3905만명을 기록, SK C&C 판교 IDC 화재 전인 14일(이용자 수 4112만명) 대비 207만명 줄었다.

하지만 카카오톡 가입자의 대거 이탈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상대방이 필요한 메신저 앱 특성상 이용자 수에서 압도적인 카카오톡의 아성은 여전히 높다. 쇼핑하기, 선물하기 등 일상에 녹아든 카카오톡 기능이 사라진다면 생활의 불편함이 가중될 수 있다.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은 이러한 기능이 없어 카카오톡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평가다. 라인 가입자들이 카카오톡 정상화를 계기로 다시 이탈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 지난 10월17일 카톡 사용자 수는 4093만명을 기록, 하루 만에 188만명 증가했다.

특히 고연령 이용자는 디지털 환경이 낯선 만큼 새로운 앱을 설치하고 이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을 사용 중인 이모씨(60대·남성)는 "카카오톡을 쓰기 시작할 때 한참 애를 먹었다"며 "라인이나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 앱들도 숙지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신저 앱을 새로 바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고 했다.

라인에게 기회는 있다. 듀얼 메신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라인, 텔레그램, 페이스북 메신저 등을 서브 메신저로 쓰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완전히 대체할 순 없어도 보완하는 역할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메신저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에서 라인, 텔레그램으로 완전히 이탈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면서도 "일부 메신저 앱의 독과점이 얼마나 일상에 큰 불편을 끼치는지 몸소 체험한 만큼 2개 이상의 메신저를 함께 쓰는 이용자들이 앞으로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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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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