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얼어붙었는데 롯데·한화 대형 M&A 자금조달 어쩌나

기업 유동성 경색에 인수자금 부담 가중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최근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조 단위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합병(M&A)을 앞둔 기업의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이달 18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천억원을 조달하는 데 이어 20일 롯데케미칼에서 5천억원을 차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로, 롯데건설 지분 43.79%를 가지고 있다. 유상증자 부담금과 차입금을 합산하면 롯데건설에 약 6천억원을 지원한다.

최근 PF 자금시장이 경색되며 롯데건설이 신용보강을 제공한 유동화증권 차환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대규모 자금조달로 롯데 계열사 전반의 신용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계획대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에 시장 관심이 쏠린다.

롯데케미칼은 앞서 이달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한 2조7천억원의 주식매매계약(지분 53.3%)을 체결했다. 현재 2천700억원의 계약금을 납부했고, 내년 2월까지 거래를 마쳐야 한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발표 이후 줄줄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를 발표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고, 한국신용평가는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롯데케미칼 측은 인수를 포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회사채 발행은 어려운 만큼 자산 매각이나 차입을 검토 중이다.

시장 관계자는 "일진 인수에도 자금이 들어가고, 아픈 손가락도 도와줘야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그렇게 돈을 많이 쓰면 신용등급(AA+)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자금 경색 상황에서 딜 클로징(거래 종료) 여부에 다들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천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천억원) 등 계열사가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인수하고 나서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재무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자금 조달의 불확실성은 다른 M&A 사례도 마찬가지다. 높아진 인수금융 금리도 변수 중 하나다.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가 인수를 추진하는 PI첨단소재는 당초 거래 종료가 9월 예정이었으나 12월로 미뤄졌다. 업계에서는 인수금융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 때문에 일정이 연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3차원(3D) 구강 스캐너 기업인 메디트를 인수한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인수 가격 3조원 중 상당액을 인수금융으로 채웠는데,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선순위도 8% 이상이어서 자금 조달에 부담이 되는 수준이다. 작년 인수금융 금리는 3∼4% 수준이었다.

IB(기업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 인수금융 대출을 받을 때 선순위, 중순위 이자가 매우 비싸다"며 "최근 자금경색 분위기가 더해져 조 단위 딜의 자금 조달이 가능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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