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어쩌나' 현대차 깊어지는 고심…두 달 연속 '0대'
글로벌 완성車 잇따라 철수…현대차, 작년 러시아 점유율 2위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3분기(7~9월)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량을 늘리며 역대급 매출을 냈지만 러시아 시장에 대한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현대차의 러시아법인 판매량은 지난 두 달(8~9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르노와 도요타,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연이어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등 '탈(脫) 러시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현대차의 경우 현지 점유율(지난해 2위)이 높고 투자한 비용도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30일 현대차 러시아법인(HMMR)에 따르면 현지 판매량은 지난 8, 9월 두 달 연속 '0대'를 기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지난 1월 1만7649대, 2월 1만7402대에서 전쟁 직후 3월 3708대로 급감한 뒤 4월 2242대, 5월 1757대, 6월 862대, 7월 14대로 점차 줄어 급기야 최근 두 달은 '제로'가 됐다. 올해(1~9월) 누적 판매량도 4만3634대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0% 넘게 줄었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현지에서 정상적인 생산과 판매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지난 3월부터 부품 부족 등의 문제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기아는 러시아 현지 업체 아브토토르를 통해 위탁생산을 해왔는데, 이마저도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아니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잇따라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도요타와 렉서스, BMW, 닛산, 메르세데스-벤츠, WAG(폭스바겐·포르쉐·아우디·스코다),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이 러시아 사업을 접었다. 지난 5월에는 르노가 모스크바 자동차 공장 르노 로시야 지분 100%를 모스크바시에 이전하고 러시아 사업 부문 전체를 2루블(약40원)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탈 러시아' 흐름이 가속화될 수록 현대차의 고심은 깊어진다. 현대차 입장에선 러시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러시아법인은 미국과 인도, 체코 등과 함께 주요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생산 차종은 솔라리스, 크레타, 기아 리오 등으로 연간 생산능력은 23만~25만대 수준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에서 37만8000여대를 판매, '르노-닛산'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6%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하면 향후 재진입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러시아 생산을 늘리기 위해 옛 GM공장을 인수, 리모델링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도 나선 바 있다. 현지에서 철수할 경우 매몰비용은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조만간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현대차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 기아는 IR을 통해 "내년 악화요인 중 하나는 러시아 시장의 변동성 확대·심화로 한동안 (현지 자동차 시장 자체가) 셧다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경우) 현지에 자동차 공급을 못하고 서비스만 가능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르노와 도요타 등 상당수 완성차 업체가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현대차는 '버티기' 중"이라며 "현재 상황에서 (생산거점 등을) 매각할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렵고, 전쟁이 종료된 이후 재진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생산과 판매가 중단됨에 따라 유지관리비용에 부담이 가중되겠지만, 향후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에 있어 포기할 수 없는 만큼 각종 비용을 최소화해 버티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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