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100마일" 이젠 마무리 절반이 던진다, ML 강속구 계보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꿈의 스피드'로 여겨졌던 100마일 강속구가 가을야구 마운드에서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역전승을 거둔 29일(한국시각) 미닛메이드파크의 월드시리즈 1차전. 필라델피아는 선발 애런 놀라가 4⅓이닝 동안 홈런 2방을 포함해 6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하자 5-5 동점이던 5회말 1사후 호세 알바라도를 두 번째 투수로 올렸다.
알바라도는 6회 1사까지 3타자를 모두 잠재우고 임무를 완수했다. 주목할 것은 그의 주무기인 싱커의 스피드. 투구수 6개 가운데 5개가 싱커였는데, 100마일 이상을 3개나 뿌렸다. 5회 2사후 알렉스 브레그먼에게 던진 초구와 2구 싱커가 각각 100.6마일, 100.8마일, 그리고 3구째 볼이 된 싱커가 101.2마일이 찍혔다. 그리고 4구째 94.9마일 커터로 브레그먼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5-5 균형이 이어지던 휴스턴의 8회말 공격 1사 1루. 이번에는 필라델피아의 5번째 투수 세란토니 도밍게스가 등판했다. 그는 9회까지 1⅔이닝 동안 6타자를 맞아 1안타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 도밍게스 역시 100마일 싱커가 주무기. 첫 타자 율리 구리엘에게 던진 초구 싱커가 100마일을 나타냈다. 알바라도와 도밍게스는 필라델피아가 자랑하는 100마일 강속구 필승조다.
둘을 포함해 올해 정규시즌서 100마일 강속구를 뿌린 투수는 총 60명에 이른다. 2008년 투구 추적 시스템(pitch tracking system)이 도입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100마일 투수는 2008년 20명, 2009년 26명, 2010년 33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더니 2015년 49명, 작년 57명, 그리고 올해 최대치를 찍었다.
100마일 투수는 거의 불펜 보직이다. 역대 최고 스피드 105.8마일의 기록을 갖고 있는 아롤디스 채프먼은 신시내티 레즈와 뉴욕 양키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했고, 2006~2010년까지 61홀드를 올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셋업맨 조엘 주마야도 100마일의 대명사였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마무리 라이언 헬슬리는 지난 9월 28일 밀워키 브루어스전 8회말 라우디 텔레즈에게 올시즌 전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빠른 104.2마일 포심을 던져 유격수 땅볼로 잡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미네소타 트윈스 호안 두란은 올해 전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392개의 100마일 이상 포심을 뿌렸다. 최고 구속은 103.8마일. 그는 57경기에서 2승4패, 8세이브, 18홀드, 평균자책점 1.86을 올렸다.
올시즌 15세이브 이상을 마크한 투수 23명 가운데 100마일 이상의 포심, 싱커, 투심 등을 구사한 투수는 절반이 넘은 12명이다. 42세이브로 1위를 차지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엠마누엘 클라세는 그가 구사한 92개 가운데 21.3%인 196개가 100마일 이상을 마크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리암 헨드릭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조던 로마노, 콜로라도 로키스 다니엘 바드, 뉴욕 메츠 에드윈 디아즈, 디트로이트 그레고리 소토, 뉴욕 양키스 클레이 홈즈, 볼티모어 오리올스 펠릭스 바티스타 등도 100마일을 뿌렸다.
주목할 투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무리 조시 헤이더. 100마일을 한 번도 뿌린 적이 없는 헤이더는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6개의 100마일 이상 싱커를 구사했다. 최고는 100.8마일이었다.
물론 선발투수 중에도 100마일 강속구가 수두룩하다. 신시내티 레즈 헌터 그린, 메츠 제이콥 디그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스펜서 스트라이더, 마이애미 말린스 샌디 알칸타라,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 양키스 게릿 콜 등이 올해 100마일 이상 강속구를 30개 이상 뿌린 에이스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0마일의 역사는 깊다. 스피드건이 보급되기 전인 1940년대 클리블랜드의 에이스였던 밥 펠러가 100마일 강속구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펠러의 비상식적인 구속이 알려지자 커미셔너사무국이 실험에 나서 모터사이클 스피드와 비교해 펠러의 구속을 간접 측정했는데, 최고 104마일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진다.
스피드건에 찍힌 최초의 100마일은 놀란 라이언이다. 그는 1974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시절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상대로 100.8마일을 찍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사나이'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선발투수중 100마일의 강속구를 과시하며 가장 사랑받은 선수는 누가 뭐래도 랜디 존슨이다. 존슨은 41세였던 2004년 7월10일 SBC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102마일의 '광속구'를 던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운드 근처로 날아든 새가 그의 강속구에 맞고 폭발하며 '사라진' 사건은 아주 유명하다.
로저 클레멘스, 바톨로 콜론, CC 사바시아, 케리 우드, 리치 하든 등이 100마일의 공을 던졌던 선발들이다. 박찬호도 LA 다저스 시절인 1996년 5월29일 쿠어스필드에서 100마일짜리 공을 던진 적이 있다.
100마일 강속구 마무리로는 1990년대와 2000대 초반을 수놓은 마크 월러스, 롭 넨, 빌리 와그너를 꼽을 수 있다. 월러스는 1995~1997년 애틀랜타 마무리로 맹활약할 때 최고 103마일 직구 뿌렸다. 플로리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특급 소방수로 활약한 넨은 최고 102마일 직구와 92마일 슬라이더로 시대를 풍미했다. 좌완 와그너는 2010년 애틀랜타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낼 때 최고 100.4마일 포심 던진 적이 있다. 그는 휴스턴 시절인 2003년 100마일 이상의 직구를 159개나 뿌리며 44세이브를 올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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