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은 없다"던 이재용…5년만에 회장 오른 이유는

문창석 기자 2022. 10.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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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경영·내부결속 위해 받아들여…'54세' 나이도 충분
등기이사 선임 여부 관건…사법리스크로 아직은 신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시대가 지난 27일 막을 올렸다. 이날 이사회가 승진을 의결하면서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과거 "더이상 회장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책임 경영' 차원에서 회장 승진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1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 회장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그룹에서 회장이라는 타이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회장은 아니지만 이미 실질적인 총수 역할을 하고 있기에 이 회장이 굳이 직함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앞으로 회장은 없을 것"이라던 자신의 말을 뒤집는 모양새인데, 이 회장은 지난 27일 이사회 의결 직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말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으로 기소돼 지난해 4월부터 매주 하루씩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3주에 하루씩 재판석에 앉고 있다.앞으로 이들 혐의 중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회장으로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22.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그럼에도 회장직에 오른 건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그룹 경영 안정을 위해 총수인 본인이 회장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게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번 회장 승진도 이 회장 본인은 주저했지만 이사회의 강한 권유를 존중해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5년 이상 '총수 공백' 사태를 겪었던 만큼 내부 결속을 위해 '이재용 회장'이라는 리더십이 필요했다는 풀이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하고 직원들 사기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건의하자 새로운 구심점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위상을 고려할 때 회장이라는 직함을 쓰는 게 필요했다는 견해도 있다. 그룹 내부에선 이 회장이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을 평택사업장에서 영접했던 당시 '부회장' 직함이었던 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그룹 총수 역할이지만 이를 직함에도 반영하는 게 대내외 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54세인 이 회장이 회장을 맡기에 충분한 연륜을 쌓았다는 점도 있다.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회장은 1987년 45세의 나이에 삼성 회장에 취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998년 38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40세에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오히려 '늦깍이 회장'이다. 이사회 구성원들도 이 회장에게 "취임 시기를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2022.10.2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 회장이 확실한 책임 경영을 하기 위해선 '등기임원'이 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이 회장은 대표이사·사내이사가 아닌 '미등기임원'이다. 회장·부회장은 단순히 회사 내 담당 업무를 의미하는 것이지, 법률(상법)상 경영자는 아니다. 사내 직함은 회장인데 상법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로 선임되지 않는다면 책임 경영에 위배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재계에선 사법리스크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금 등기임원 직을 맡았다가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된다면 등기임원 직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9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지난 8월 복권으로 당장 등기이사를 맡을 수도 있지만 아직 신중한 건 이 때문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삼성을 이끄는 수장이 된 만큼 당장은 경영 성과를 우선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을 반전시키고, 대형 인수합병(M&A)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서 성과를 내 회장 승진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달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회장 승진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회사가 잘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이사회의 회장 승진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 많은 국민들의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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