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급매’에 500가구 미계약까지… GTX 호재 무색한 인덕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 추가 정차 호재와 영끌 수요 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했던 경기도 인덕원역 근처 안양·의왕시 일대 아파트에서 큰 폭의 하락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급매물 등의 영향으로 3년 전 수준까지 내려간 경우도 있다.
청약시장에서도 500가구의 대량 미계약 물량이 나오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충격과 GTX 불확실성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안양시 동안구 인덕원마을삼성 전용면적 59㎡는 지난 7일 5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같은 면적이 9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찍었다. 1년 만에 4억원이나 떨어진 셈이다.
인덕원마을삼성 아파트 59 ㎡는 신고가를 찍은지 6개월만에 1억원 넘게 빠져 8억원대에 거래돼 왔다. 5억원대 거래는 지난 2019년 말에 주로 이뤄졌으니 3년전 가격에 거래된 셈이다. 직전 거래는 지난 9월 7억8000만원에 체결됐다.
인근 A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호가가 7억원대 후반~8억원대 초반으로 나와있는데, 인덕원마을삼성은 위치가 좋기 때문에 5억원대는 급급매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인덕원 인근에서 아파트가 크게 내린 값에 거래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촌동 푸른마을인덕원대우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8월 12억4000만원 최고가를 찍었지만, 지난 7월 7억4500만원 거래됐다. 5억원 가까이 싼 값이다.
인근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 아파트 전용면적 84㎡ 역시 지난달 19일 1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이전 최고가인 16억3000만원보다 4억4000만원 싼 가격이다.
대단지에 인기 브랜드 아파트로 분양에 관심을 받았던 의왕시 내손동 일대의 ‘인덕원자이 SK VIEW’는 본계약에서 전체 분양 공급 899가구 중 508가구의 미계약이 나왔다. 계약률은 43% 수준이다. 대규모 무순위 청약이 지난 25일 진행됐지만, 단 6가구만이 접수하며 0.1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급된 11개 타입 가운데 인기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59㎡를 포함한 7개는 아예 신청 가구가 없었다.
인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높은 금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877만원으로 3.3㎡당 3000만원 넘는 인근 단지에 비하면 과도하게 높은건 아닌 것 같은데, 분양에서 미달이 아니라 본계약에서 미달인 것을 보면 금리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인덕원은 GTX-C 노선의 인덕원역 신설 호재로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바 있다. 인덕원역에 추가 정차가 확정된 지난해 6월 전후로 집값 급등했다. 다만 창동역~도봉산역 구간의 지하화 문제 등으로 갈등이 계속되면서 완공 목표가 2026년에서 2028년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급등에 대한 불안감에 더해 금리인상까지 겹쳐지니 지역 부동산 시장은 더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의 매수심리 냉각이 계속되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공급이 많다는 점도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인덕원 인근 지역이 4호선이 닿는 일부분 지역을 제외하고는 교통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GTX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기대감이 컸다”면서 “하지만 GTX 사업이 지체되는 등 불안감이 있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바로 옆인 과천에 공급이 많기 때문에 그 여파도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약시장의 ‘옥석가리기’가 심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위원은 “앞서 입지가 좋은 과천 푸르지오 리비엔오 아파트의 경우 높은 경쟁률로 마감된 것을 보면 입지가 우수하거나 분양가가 확실하게 좋은 곳은 아직도 충분히 청약통장 사용 수요가 많다”면서 “다만 의왕은 입지에 따른 차별화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내년까지 지역별, 단지별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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