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큘리스보다 좋다”…브라질, 한국 무기 시장 장악한 미국에 도전장 던진다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10.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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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 활동 반경을 대폭 늘릴 장거리 수송기를 도입하는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는 2026년까지 7100억원을 투입해 공군 대형수송기를 구매하는 사업에는 미국 록히드마틴 C-130J 슈퍼 허큘리스, 유럽 에어버스 A400M, 브라질 엠브라에르 C-390이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 
엠브라에르가 공개한 한국 공군용 C-390 수송기 상상도. C-390에 한국 공군 도색과 마킹을 부착했다. 엠브라에르 제공
3사는 지난 25일 방위사업청에 사업 관련 제안요청서(RFP)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이 다음달 중순쯤 제안서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면, 협상과 평가 등의 사업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민간 항공기 제작업체인 엠브라에르는 글로벌 항공기 시장에서 축적한 경험과 최신 기술을 접목, C-390 수송기를 개발했다. 

엠브라에르는 포르투갈, 헝가리, 네덜란드에 C-390을 판매했던 경험을 토대로 미국, 유럽 방산업체가 장악한 한국 군용기 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한국인들에게 축구의 나라로 알려진 브라질이 군용기 한국 판매에 뛰어들면서 미국 방산업체 우위의 국내 방위산업 시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새 시대 항공작전, 최신 기술로 수행해야”

엠브라에르는 2015년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가 50인승 제트기 ERJ-145를 도입하면서 한국에 처음 진출했다. 일부 국내 기업은 리저널 기종인 E제트 제작에 필요한 구조물 등을 납품했다.

하지만 군용기 분야에서의 활동은 잘 알려지지 않아 엠브라에르가 C-390을 한국에 제안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는 시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엠브라에르 방위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잭슨 슈나이더는 27일 서울에서 진행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엠브라에르의 출발은 군수 분야다. 방위산업 쪽에서 많은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며 C-390의 성능과 방위산업에서의 경험을 강조했다.
엠브라에르 방위사업부문 최고경영자(CEO)인 잭슨 슈나이더가 27일 서울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C-390 수송기 모형을 든 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엠브라에르 제공
실제로 엠브라에르는 1960년대 브라질 정부의 방위산업 육성정책으로 탄생한 기업이다. 1980년대 이탈리아와 협력해 AMX 전투기를 개발했다. 이후 슈퍼 투카노 프로펠러 경공격기를 만들어 수출했고, 현재는 C-390 수송기를 만들었다.

슈나이더 CEO는 C-390을 C-130 허큘리스를 대체할 기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C-130은 좋은 기종이지만 개발된 지 70년이 넘었다. 새로운 임무를 옛날 플랫폼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C-390은 현대적 수송기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결과물로서 수송기 분야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2015년 첫 비행에 성공한 C-390 수송기는 기본형인 C-390과 공중급유 능력이 추가된 KC-390으로 구분된다. 터보팬 엔진 2개를 장착, 최대 8500㎞를 비행할 수 있다. 화물 및 병력 수송과 수색 구조, 공중급유, 산불 진화, 의무 후송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C-390 수송기가 이륙을 앞두고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엠브라에르 제공
경쟁 기종보다 빠른 속도(시속 870㎞)와 높은 적재량(26t)을 지닌 C-390은 디지털 통합 조종 시스템을 추가해 운영비를 대폭 절감하면서 성능과 조종사의 편의성을 높였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 후보기종 중에서 가장 최신형이다.

실제로 지난 6월 네덜란드 정부는 C-130 대체 기종으로 C-390을 선정하면서 “기체 성능이 우수하고, 효율적인 운영유지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특성 덕분에 C-390은 거친 환경에서도 원활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착륙거리도 1000m에 불과하다. 슈나이더 CEO는 “C-390은 비포장 활주로가 많고 환경이 열악한 브라질 북부 아마존 밀림에서도 운용할 수 있다”며 “이런 곳에서 이미 임무를 완수했다”고 강조했다.
C-390 수송기가 비포장 활주로에서 먼지를 내뿜으며 이동하고 있다. 엠브라에르 제공
일각에서는 브라질산 수송기가 한미 연합작전에 투입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이 제대로 갖춰졌느냐는 것이다. 

유럽 무기는 KC-330 공중급유기 도입과 한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교류 등을 통해 미군과의 상호운용성 여부에 대한 신뢰가 구축됐다. 반면 브라질산 무기는 상호운용성에 대해 확인된 부분이 많지 않다.

상호운용성에 대해 슈나이더 CEO는 “노 프라블럼(문제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엔진과 항공전자, 공중급유 등의 분야에서 상당수 미국업체가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군과의 훈련을 통해 상호운용성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컬미네이팅 훈련(Operation Culminating)이라고 알려진 해당 훈련은 미군과 브라질군과의 연합훈련이다. 

지난해 2월 KC-390은 미국 루이지애나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린 컬미네이팅 훈련에서 미 공군 C-17, C-130 수송기와 함께 낙하산 강하 훈련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확인했다고 엠브라에르 측은 설명했다. 

◆“한국을 아시아 허브로 삼겠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은 국내 방산기업의 수송기 분야 핵심부품 제작·수출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 확대를 위해 국내 업체 참여 의무화 시범사업으로 지정되어 있다. 수주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과의 협력이 필수인 셈이다.

엠브라에르는 국내 업체와 적극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엠브라에르는 에이에스티지(ASTG), 이엠코리아(EMK),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KENCOA)와 C-390 부품 공급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를 맺은 기업들은 C-390 외에도 엠브라에르의 신규 항공기나 시스템 공급망에 참여할 길도 열렸다는 평가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과 관련해 한국 기업 20여곳을 방문했다는 슈나이더 CEO는 “한국 기업들은 매우 전문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브라질에서 한국 기업과 기술의 명성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엠브라에르가 개발한 C-390 수송기가 성능 점검을 위해 비행을 하고 있다. 엠브라에르 제공
슈나이더 CEO는 “해외 공급업체들과 협력하면서 부품 등을 수입하는 규모도 연간 40억 달러(5조 7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국제 협력을 환영하며, 이번 사업을 통해 한국을 허브로 삼아서 한국과 함께 아시아로 더 진출하기를 희망한다. 이번 사업은 매우 전략적인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해 11월 해외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 “엠브라에르를 비롯한 브라질 항공기 회사들은 한국 항공산업을 거대한 시장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완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포함해 한국에서 부품을 공급받거나 항공기를 공동개발하는 방안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엠브라에르는 한국이 C-390을 도입할 경우 국내에 정비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을 아시아 진출의 관문으로 판단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슈나이더 CEO는 “한국 내에서 정비 문제를 최대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한국의 파트너 업체를 선정해서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정비센터로 운영하려 한다. 여러 한국 업체와 현재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비 센터 신설을 통해 한국 내 정비 비중이 증가하면, 고용 창출 효과와 더불어 공군 정비주기가 단축되면서 작전 운용 여건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C-390 수송기가 후방 램프 도어를 연 채 비행하고 있다. 엠브라에르 제공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등 선진국 항공산업체들은 첨단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항공기를 상대국에 판매하지 않으면 기술 이전을 꺼리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과 브라질은 미국, 유럽, 러시아 등에 비해 항공산업이 아직 성장단계에 있다.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을 통해 양국이 협력을 한다면, 기술 축적과 시장 진입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

엠브라에르 측이 이같은 부분을 고려해서 산업 협력 제안을 더욱 강화한다면, 미국과 유럽의 대결로 불리던 대형수송기 2차 사업 구도도 바뀔 가능성이 있어 향후 사업 추진 상황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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