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타이틀' 단 이재용 해외 발걸음도 빨라진다
부산엑스포 유치 적극 나설 듯…창립기념일 메시지·연말 인사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취임 다음날 광주 협력사를 방문해 상생을 강조하는 등 '뉴삼성'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한 만큼 조만간 베트남 등지로 해외 출장에 나서 신사업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등 'JY(이재용)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경영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먼저 베트남 향할 듯…장기 출장엔 제약
30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연말·연초 캘린더는 이미 해외 출장 스케줄로 빼곡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말에는 베트남을 방문, 삼성전자 베트남 연구개발(R&D)센터를 둘러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20년 3월부터 하노이 떠이호 신도시 부근에 2억2천만달러(당시 환율 약 2천600억원)를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R&D센터를 짓고 있다.
지상 16층·지하 3층 규모의 베트남 R&D센터는 1만1천603㎡ 부지에 연면적 7만9천511㎡ 크기로 들어선다.
이 회장은 당초 2020년 2월 R&D센터 기공식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산으로 행사가 취소돼 무산됐고, 이후 같은 해 10월 '패스트트랙'(신속통로·입국절차 간소화)을 적용받아 베트남을 방문했다.
당시 R&D센터 신축 현장을 둘러보고 공사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한 이 회장은 이후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단독 면담한 자리에서 "신축 R&D 센터가 삼성그룹의 연구·개발의 거점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공장 2곳과 TV·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은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한다.
올해 한국과 베트남의 수교 30주년인 만큼 베트남 정·관계 인사들과도 두루 만나 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 일정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일본과 중국, 인도 등도 주요 예상 출장지로 꼽히고 있다.
고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일본에 장기간 체류하기도 했다.
인도에는 노이다와 첸나이 지역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가전·TV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천600억원을 투자해 연산 800만대 규모의 현지 첫 냉장고 컴프레서(압축기) 공장을 건설하는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있고, 말레이시아에는 주방가전을 주로 만드는 가전 공장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일본에 한달씩 머무르는 등 1년 중 3분의 2를 해외에 체류했다"며 "이재용 회장도 글로벌 화두를 파악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해외에 많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고려하면 장기 해외 출장에는 다소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이 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에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3주 간격으로 금요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재판부 사정으로 9일간의 시간적 여유가 생기자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했고, 지난달에는 추석 연휴 등을 이용해 중남미와 영국에서 보름간의 출장을 소화했다.
"이건희 회장 평창 유치 나선 것처럼"
2030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위원장을 맡은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회의 유치위원 명단에는 5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이재용 회장의 이름만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이 그동안 해외 출장 도중 각국 정상 등을 만나 부산엑스포 개최 지지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사법 리스크 등을 고려해 명예직인 유치위원 명단의 삼성전자 몫은 공석으로 뒀다는 후문이다. 집행위원에는 이인용 사장이 포함돼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는 회장 취임을 했으니 조만간 유치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이건희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것처럼 적극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이 확정된 지 불과 4개월 만인 2009년 12월 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매진을 조건으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 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서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그룹은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해 IOC 유치 활동에 나섰고, 이건희 회장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직접 IOC 위원들과 독대해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냈다.
신경영 버금갈 선언 내놓을까
부친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이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시발점이 된 만큼, 이 회장도 조만간 이에 버금가는 '뉴삼성 선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7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글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올해 연말에 있을 임원 인사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상 12월 첫째주나 둘째주에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취임에 따라 시기가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인데다 삼성전자가 3분기 '어닝쇼크'(실적충격)를 기록한 만큼 이 회장이 인사를 통해 '뉴삼성' 비전을 가시화하고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고 있던 이재승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여부에 따라 인사 규모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작년에 대규모 인사가 단행됐기 때문에 올해는 안정을 꾀하는 인사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김기남(DS)·고동진(IM)·김현석(CE) 대표이사 및 부문장 3명을 모두 교체하고,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의 투톱 체제를 구축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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