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 떨렸던 승강 PO, 더 단단해진 오현규

윤은용 기자 2022. 10.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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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 오현규가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팀의 잔류를 결정짓는 중요한 한 방을 터뜨린 오현규(21·수원)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 도중 눈물을 왈칵 쏟았다. 그 동안 겪었던 부담감, 마음 고생 등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하지만 가장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한 만큼 눈물을 닦고 자신의 생애 첫 국가대표팀 소집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오현규는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안양과의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승부차기의 기운이 드리우던 연장 후반 15분 극적인 결승 헤딩골을 터뜨려 팀의 2-1 승리와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다.

수원 유소년팀인 매탄중, 매탄고 출신으로 2019년 데뷔한 오현규는 올해 팀내 1위에 해당하는 13골을 넣어 공격을 이끌었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중요한 순간 팀을 구해내는 득점포를 가동했다.

경기 후 수훈 선수로 뽑혀 방송 인터뷰를 진행하던 오현규는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힘든 시즌을 치르면서 쌓여온 감정들이 폭발한 것이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오현규는 그 장면을 생각하며 “골을 넣을 때나 경기가 끝나고서도 눈물이 안 났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이번 시즌 모든 경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부상 등 힘든 순간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참으면서 시즌을 치른 기억이 났다”고 말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명가인 수원이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도 자존심 상하는 일인데, 연장전까지 하면서 육체적, 정신적 피로는 배가 됐다. 오현규는 “90분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으로 봤는데 길어져서 나도 힘들었고 팬들도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며 “팬들을 위해 오늘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 전 라커룸 앞에 팬들이 붙인 걸개를 보며 동기부여가 됐다”고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쇠도 두들겨야 강해진다’는 말처럼,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기를 펼친 오현규의 마음가짐도 이로 인해 더욱 강해졌다. 그는 “어제 오장은 코치님한테 부담이 크다고 했더니 ‘이런 경험 못 하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다. 즐기면 된다’고 조언했다”며 “잔류를 확정해야 하는 경기였는데, 이런 빅매치를 통해 많이 강해졌다. 이젠 어떤 경기를 해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차 목표인 팀의 잔류에 성공한 오현규는 이제 생애 첫 국가대표팀 소집에 집중한다. 대표팀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국내파 위주로 마지막 소집 훈련을 하는데, 오현규는 월드컵 본선 엔트리 확정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소집에 처음으로 A대표팀에 뽑혔다.

냉정하게 오현규가 최종 엔트리에 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살 떨리는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오현규는 시작도 전에 자신감을 잃는 모습은 없다고 강조한다. 벤투 감독이 전날 소집 훈련을 시작하며 “월드컵 엔트리는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한 것도 오현규가 이번 소집에 더 열심히 임해야 할 이유다. 오현규는 “잘 마무리 짓고 가게 돼서 잘하고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겁 없이 부닥쳐 많이 배우겠다. 그래서 꼭 월드컵에 갈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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