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50만 핀란드, ‘스타트업 비자’로 글로벌 인재 유치

헬싱키·투르쿠(핀란드)=장우정 기자 2022.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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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어려운 유망 스타트업, 팀·아이디어만 봐
줄어드는 인구, 고급 인재 유치 못 하면 위기
”슬러시(스타트업 최대 축제)의 나라로” 사활

인구 550만명의 작은 나라 핀란드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는 2018년 4월부터 유럽연합(EU) 이외 국가 출신의 창업가에게 스타트업 비자(Startup Permit)를 내주고 있다. ‘핀란드의 코트라(KOTRA)’ 격인 비즈니스 핀란드로부터 평균 2주에 걸려 사업성 평가서를 받으면, 핀란드 이민국에서 이를 검토해 최대 4개월 안에 2년 기간의 비자를 내주는 것이 핵심이다.

사업성 평가 기준은 혁신적인 사업 아이디어와 2명 이상의 스타트업 팀, 초기 사업화에 대한 자원 등만 입증하면 된다. 회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계속 운영 중이라면 기간 만료 이후 사업성 평가서를 다시 받지 않아도 비자를 갱신할 수 있다.

한나 리스키 비즈니스 핀란드 수석고문은 "수익성 등 기존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스타트업의 잠재성과 위험성을 고려한 스타트업 비자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투르쿠=곽재순 PD

이를 관장하고 있는 한나 리스키 비즈니스 핀란드 수석고문은 “이전에도 기업가를 위한 비자가 있었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으면서도 신사업을 구현하는 과정에서의 리스크(위험 요인)나 당장 수익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은 스타트업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면서 “핀란드는 보다 혁신적이고 성장할 수 있는 국제 기업가를 유치하기 원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콕 집은 프로그램이 도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비자 도입 이후 현재까지 비즈니스 핀란드로 접수된 글로벌 창업가의 사업성 평가 신청은 700여건이다. 이를 통과해 거주비자까지 받은 기업인은 약 350건으로 파악되고 있다. 2명 중 1명은 사업 아이디어만으로 핀란드에 넘어와 스타트업 생태계에 뛰어들 수 있었다는 뜻이다. 리스키 고문은 “매년 신청자가 늘고 있으며 (코로나19 일상 회복이 본격화된) 올해 그 수치가 연간 기준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핀란드가 글로벌 예비 창업가를 가늠하는 기준은 ‘혁신’, ‘글로벌’ 등 두 개의 키워드로 요약된다. 비즈니스 핀란드가 사업성 평가 시 바로 배제한다고 밝히는 항목은 ‘핀란드 시장만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나 ‘음식점이나 수입 유통업, 혁신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서비스업 등 경쟁 우위가 없는 사업’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기준은 비자 갱신 시에도 점검 대상이다. 같은 기준으로 향후 자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준비된 예비 창업가들은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게 비즈니스 핀란드 측 설명이다.

리스키 고문은 “핀란드는 노동 가능 인구가 천천히 감소하고 있고, 그나마 인구 증가는 이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좋은 노동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핀란드는 도전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핵심 인재 그룹 중 하나로 인정받는 글로벌 스타트업 기업가를 유치해 이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이은현

이를 위해 비즈니스 핀란드는 올 초 스타트업 유치 전담팀을 만들기도 했다. 더 많은 글로벌 혁신 DNA들이 핀란드에 매력을 느끼고 스타트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국가 브랜딩을 하는 것이 미션이다. 리스키 고문은 “핀란드는 좋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있고, ‘슬러시’라고 하는 스타트업·투자자를 위한 매우 큰 이벤트가 있다”면서 “아름다운 자연과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를 고용할 수 있다는 점도 스타트업에 큰 매력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핀란드 스타트업으로 가는 자금도 지난해 최대치를 경신한 상태다. 핀란드 엔젤투자자협회(FiBAN), 창업지원기관 핀베라 등을 종합해보면, 10년 전 1억유로 수준이었던 스타트업 투자금은 지난해 11억9700만유로(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스타트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핀란드처럼 해외 스타트업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는 ‘프랑스 테크비자’를 통해 외국인 창업자에게 발급 절차를 최소화하고, 자금 지원, 세금 감면, 행정 절차 간소화 등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영국은 2019년 3월 기존 비자 체계를 폐지하고 스타트업 전용 비자를 신설했다. 일본도 일부 지역에서 6개월짜리 스타트업 비자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은 2013년부터 자본금 없이도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부여하는 기술창업비자(D-8-4)가 있다. 지난해까지 관련 비자 발급 건수는 누적 344건으로, 국내 대학 학사 학위, 글로벌창업이민센터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서 일정 점수 이상 취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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