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체 거부·실점 빌미?' 백동규를 위한 작은 변명

이재호 기자 2022.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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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9일 열린 수원 삼성과 FC안양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이 경기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은 역시 수원 오현규의 연장 후반 15분 결승골이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화제된 장면은? 안양 주장 백동규가 후반 막판 교체를 거부하는 모습이었다.

가장 화제가 되는 두 장면에 백동규는 그리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췄다. 실점 장면에서는 오현규를 막지 못했고 교체 거부 때는 다소 과격한 언행을 보였다.

전후 사정을 다 자르고 보면 백동규는 교체 지시도 거부하고 결승골 실점 장면에서도 제대로 수비를 하지 못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전후 사정과 인과를 살펴봐야한다.

ⓒ프로축구연맹

FC안양은 29일 오후 2시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2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정규시간을 1-1로 비긴 후 연장 후반 15분 터진 오현규의 극장골에 1-2로 패하며 K리그1 승격에 실패했다.

수원은 연장 후반 15분 오현규의 기적같은 헤딩골로 힘겨운 K리그1 잔류에 성공했다.

백동규는 안양의 주장이다. 안양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좋은 활약으로 규모가 더 큰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적해 활약하다 2021시즌을 앞두고 돌아왔다. 당시 임대생 신분으로 돌아왔음에도 부주장을 맡을 정도로 팀내에서 믿음이 컸다. 얀앙 3백의 핵심이자 풀타임 주전이다. 안양 이우형 감독과는 프로 데뷔때부터 함께했고 안양으로 복귀한 이유도 오직 이우형 감독의 부름 때문이었다.

▶교체거부? 덕분에 김경중 넣고 '부상' 안드리고 뺄수있었다

이런 배경지식을 갖고 교체 거부를 본다면 얘기가 다를 것이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 장면에 대해 이우형 안양 감독은 "백동규가 다리 경련이 와 교체를 하려는데 주장이고 책임감이 있어서 끝까지 뛰겠다고 했다. 그 부분은 주장의 리더십으로 생각하며 고맙게 바라본다"며 원망이 아닌 오히려 고마움을 드러냈다.

만약 당시 백동규가 교체됐다면 안양은 정규시간 마지막 교체카드를 모두 소비하는게 됐었다. 직전까지 4명의 교체카드를 써 이후 돌발상황이 발생한다면 10명으로 경기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이때 아낀 교체카드 덕분에 안양은 연장 전반 9분 윙어 김경중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또한 연장전 추가 교체카드로 연장 후반 13분 부상당한 안드리고를 빼고 연제민을 넣을 수 있었다.

만약 백동규가 교체됐다면 공격수 김경중을 넣으며 마지막 승부수를 걸어보는 것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고, 안드리고가 부상으로 막판 이탈할 때 교체카드가 없어 남은 시간을 10명으로 싸울 수도 있었던 안양이다. 백동규가 교체되지 않은건 이후 상황을 보면 정말 다행이었다.

백동규는 이후 이 상황에 대해 "감독님이나 벤치를 향해 거부를 한게 아니다. 사실 의무 트레이너에게 들어오지말라는 사인을 보낸거다. 의무 트레이너가 들어오면 축구 규정상 제가 잠시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그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수적 열세에서 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라며 "연제민이 교체로 들어오려는건지 정말 보지도 못했다. 의무 트레이너가 수원 벤치쪽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벤치를 향해 교체를 거부하지도 않았고 의무 트레이너를 향해 한 말이 절묘하게 교체를 준비하는 연제민의 모습과 이후 백동규가 고함치는 모습이 교차해서 보이면서 백동규가 마치 교체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완전히 방전된 백동규와 안양 선수들… 오현규가 너무 잘한 골

그렇다면 오현규와의 경합 실패로 인한 결승골 실점 장면은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수비 그 자체로 보면 실패했고 오현규를 막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하지만 당시 백동규뿐만 아니라 안양의 모든 선수들이 사실상 체력적으로 방전됐고 거의 뛰지를 못했다. 아무래도 객관적 전력에서 부족하고 수원 원정까지 와 자신들을 향한 압도적인 야유를 받으며 120분을 뛴 상황에서 안양 선수들의 체력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안양은 9월 14일 광주FC전부터 이날 10월 29일 수원 삼성전까지 45일간 10경기를 치르는 매우 빡빡한 일정을 지내왔다. 오죽하면 경기 후 안양 이우형 감독도 "언론 등에 다 얘기하진 못했지만, 뛰던 선수들이 계속 뛰다 보니 잔부상도 많고 힘든 상태였다"며 "여기까지 와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고생 많이 했고 고맙다"며 얇은 선수층에 주전 혹사에 대한 미안함을 언급할 정도였다.

백동규나 안양 선수들은 체력적으로 120% 이상을 쥐어짠 상황이었다. 물론 수원 삼성이라고 다르겠냐 싶지만 이날 경기내내 사실상 수비 위주로 한 안양에 더 큰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마침 공이 오현규 쪽으로 가며 오현규가 헤딩으로 먼저 자신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고 미는 힘이 버티는 힘보다 순간적으로 셀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밀고 들어간 오현규가 헤딩을 하기에 백동규보다 유리하기도 했다.

물론 백동규가 후반 막판 그냥 교체됐더라면 다리 경련이 온 백동규가 오현규를 막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앞서 언급했듯 백동규가 교체됐다면 수적 열세까지 갈 수 있는 더 안좋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고 그전에 실점했을 수도 있다. 또한 백동규는 안양 팀 내에서도 가장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인데 이를 대체하기란 쉽지 않았다.

냉정하게 골 장면은 국가대표급 공격수인 오현규가 매우 잘한 것이라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

결국 중요한 경기에서 패하고 나면 모든 이들은 비난하고 탓할 사람을 찾는다. 화풀이 대상을 필요로 한다. 안양의 경우에는 가장 인상적일 수밖에 없던 두 장면의 주인공처럼 나온 백동규가 그 대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전후사정을 조금만 고려한다면 다르게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프로축구연맹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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