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에 '온플법' 부활할까

이기범 기자 이철 기자 2022. 10.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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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규제 방침 윤 대통령도 "제도적으로 국가가 대응해야"
공정위·방통위는 '온플법'에는 거리두면서도 제도 정비 필요성 지적
김범수 카카오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의원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이철 기자 = 카카오 먹통 사태로 존폐 기로에 섰던 '온플법'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자율규제' 방침을 내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카카오를 겨냥해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에 발맞춰 플랫폼 독과점·불공정 거래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과점 문제를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3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플랫폼 규제 관련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서 '개점휴업' 상태였던 공정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최근 내부 간부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시장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침, 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달라"고 알려졌다. 이어 "독과점 남용행위,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법집행한다는 기조를 확립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지난해 '온플법'을 추진한 기관 중 하나다. 지난해 문재인 정부와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지면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 이른바 '온플법'을 추진해왔다. 공정위의 '온라인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투트랙 입법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성급한 법제화 추진이라는 업계 반발에 부딪히며 '온플법'은 국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최소 규제 기조에 따라 '온플법'은 자율규제 도입으로 대체되고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플랫폼 자율기구 법제도TF'를 발족하고, 자율기구 관련 법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 방통위는 플랫폼 자율규제를 위한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공정위와 함께 지원 중이다.

그러나 지난 15일 불거진 카카오 먹통 사태로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은 17일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들 입장에서는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더구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당연히 제도적으로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위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18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들의 의존도가 높은 기술과 서비스는 그에 상응하는 소비자 보호 의무와 책임 또한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연내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등 심사지침'을 제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온라인 플랫폼의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독점 문제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체계의 허술함과 문제점도 따져볼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김영식 의원 등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에 걸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질타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공정위의 독과점 기업 규제 권한을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과방위 국감에서 "기존에 플랫폼 기업에 대해 자율 규제를 해왔고, 이는 산업 발전을 위해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독과점 부분에 대해서는 규율에 대한 제도 변경이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온플법'을 추진한 방통위는 법안 재추진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나타냈다. 방통위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서서 자율규제로 전환했고 이 같은 기조가 얼마 안 됐다"며 "방향을 다시 바꾸는 부분에 대해선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국감 과정에서 법(온플법)을 추진하던 입장에서는 약간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자율 규제를 하되 향후에도 시장 실패나 이용자 피해가 생기면 불가피하게 입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21일 국감에서 "카카오 사태와 관련해서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화가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경쟁 압력이 적은 독과점 상태에서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과점 규제와 관련해서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 플랫폼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 단지 매출액이 아니라 이용자 수나 트래픽 수를 모두 고려한 심사지침을 제정 중이고 올해 안에 마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영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이 같은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대해 "규제와 관련된 논의 과정에서 중기부는 업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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