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동시대 음악에 사명감…자작곡 연주하고파"

조재현 기자 2022. 10.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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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음악과 연결고리 찾아…반짝하고 사라지는 음악가 안 되려 노력"
11월10일 부산시향과 진은숙 협주곡 협연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을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동시대 음악에 더 매진할 생각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27)가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함께 11월10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 5월 세계적인 권위의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오랜만에 서는 한국 무대다.

공연에서 들려줄 곡은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의 바이올린 교향곡 1번이다. 원래 관심이 있어 2년 전쯤 자필 악보를 구해 연습하던 곡이다. 시벨리우스 콩쿠르가 끝난 지난 6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하루에 3시간씩 연습할 정도로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롯데콘서트홀에서 간담회를 가진 양인모는 "앞으로 20세기와 21세기 동시대 음악에 좀 더 매진할 생각"이라며 현대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점점 동시대 음악의 중요성을 많이 느껴요. 유럽에서는 현대음악에 대한 지원과 투자도 많이 이뤄지고 오케스트라 레퍼토리에도 많이 넣고 있죠. 어느 순간부터 현대음악을 들을 때 눈물도 나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슈베르트와 브람스를 들을 때 그랬는데, 현대음악과의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찾은 것 같아요."

양인모는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음악인으로서 사명으로 느껴진다'고도 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음악가가 지금의 음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클래식 음악을 해왔지만, 가면 갈수록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은 무엇이고 우린 어떤 식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동시대 음악을 연구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나름 찾아가고 있죠."

'콩쿠르 우승자'란 타이틀만으로 기억되지 않고, 긴 생명력을 갖춘 연주자가 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도 정체하는 연주자를 많이 보게 돼요.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는 게 두려워요. 음악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진지하고 솔직하게 임한다면 점진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양인모는 2015년 메이저 콩쿠르인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19세의 나이로 우승하며 주목받은 뒤 지난 5월 시벨리우스 콩쿠르에 출전해 정상에 섰다. 하지만 그가 다시 콩쿠르 무대를 두드리자 현지에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양인모는 더 활발하게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다는 답을 내놓았다. 파가니니 콩쿠르 출전 당시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터라 1위를 차지했음에도 연주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치며 연주자로서 정체성도 고민하게 됐다. 양인모는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들어간 것을 계기로 주 활동무대도 유럽으로 옮겼다.

"팬데믹 때 더 많은 연주를 하고 싶었어요. 무대가 줄어드니 내가 왜 연습을 해야하는지, 세상에 왜 내가 필요한지 그런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됐던 것 같아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런 고민은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지난해 12월 시벨리우스 콩쿠르 출전을 결정할 당시만 해도 갈 곳을 잃은 느낌이었지만, 콩쿠르 이후에는 많은 게 바뀌었다. 추구하는 연주 스타일은 물론 듣는 음악의 폭도 넓어졌다. 전에는 듣기 싫었던 음악도 어느 순간 좋아졌다고 했다.

음악에 대한 애정은 작곡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그는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본인의 곡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매일 조금씩 공부도 하고 있다. 작곡을 공부하는 주변의 친구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조언도 얻는다.

"내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을 직접 연주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연주를 하다 보면 작곡가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 더 알고 싶어지죠. 물론 작곡가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지만, 언제가 내 음악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양인모는 다음 달 7일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K-클래식' 무대에도 선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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